[NEWg] “지진보다 무서운 것은 내전”…1만 명 사망 추정된 미얀마의 참사

2025-04-01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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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년 만의 강진이 미얀마를 덮쳤다. 그러나 진짜 재앙은 지진 그 자체가 아니었다. 내전과 군정의 무능, 국제 고립이라는 삼중고 속에 구조의 손길은 닿지 못하고,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누군가는 무너진 건물 잔해를 맨손으로 치우고, 누군가는 코끼리를 동원해 구조에 나서고 있지만, 공습이 멈추지 않는 이 땅에선 '도움'마저 허락되지 않는다.

지난 28일(현지시각), 미얀마를 강타한 규모 7.7의 강진은 단순한 자연재해에 그치지 않았다. 113년 만에 발생한 초대형 지진은 군정의 무능함과 내전 사태, 국제 고립이라는 복합 재난 위에 터지며, 최악의 인명·경제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이번 지진으로 최대 1만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할 것이라 추정했으며, 경제적 피해는 미얀마 전체 국내총생산(GDP)을 뛰어넘는 1000억 달러(약 147조 원)에 이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4중 지각판 교차 지대, "예고된 재앙"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이 전혀 예상 밖의 일이 아니었다고 입을 모은다. 미얀마는 유라시아판, 인도판, 순다판, 버마판 등 4개의 지각판이 맞물리는 고위험 지진 지대이며, 특히 사가잉 단층은 역사적으로 규모 7.0 이상의 지진이 반복된 단층선이다.

진원의 깊이가 10km로 얕았고, 진앙이 인구 120만 명의 대도시 만달레이에서 불과 17km 거리였던 만큼, 흔들림은 고스란히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 특히 1분 넘게 지속된 지진은 지반을 갈라놓을 정도로 강력했고, 내진 설계 없이 지어진 건물들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쿠데타 이후 무정부 상태…재난 대응 실종

그러나 단순한 자연재해로 치부하기엔 인재(人災)의 그림자가 짙다.

2021년 쿠데타 이후 4년째 내전을 겪고 있는 미얀마는 중앙 통제 시스템이 붕괴된 상태다. 군부와 저항 세력은 각기 다른 지역을 점령한 채 충돌 중이며, 이 와중에도 군부는 저항세력을 향한 공습을 멈추지 않고 있다.

실제로 지진 직후에도 미얀마 남동부 카인주와 샨주 등에서는 정부군의 공습이 세 차례 이상 감행됐다. 반면 저항 세력은 공격을 중단하고 인도주의적 의료 지원을 제안했지만, 군정은 이에 응답하지 않았다.

이처럼 군부가 장악한 일부 지역에만 구조가 이뤄지고, 반군 점령지엔 구조조차 접근하지 못하는 기형적 구조는 피해 규모를 더 키우고 있다. 심지어 구조 인력은 장비 없이 맨손으로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코끼리를 동원해 건물 잔해를 치우는 장면은 미얀마의 참혹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국제 지원도 통제…정확한 피해조차 ‘깜깜’

미얀마 군정에 의해 여전히 언론 통제와 인터넷 차단이 이어지고 있어 피해 규모조차 제대로 집계되지 않고 있다. 외신 기자의 취재 요청은 거부됐고, 국영방송 MRTV는 지진 발생 당일 접속이 되지 않았다.

국제사회가 보낸 구호물자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최대 피해 지역인 만달레이와 사가잉 주민들은 식수, 전기, 식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지만, 구호품이 도착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한, 과거 사이클론 나르기스 당시처럼 군정이 구호품을 자의적으로 배분할 것을 우려되고 있다.

“재난 타이밍, 이보다 나쁠 수 없다.”

CNN은 이번 참사를 두고 “재난 타이밍이 이보다 더 나쁠 수 없다”고 전했다. 이미 국제적 제재로 경제가 붕괴된 미얀마는 군정의 무능과 내전으로 인해 어떠한 대응 체계도 작동하지 않는 상태다.

국제사회는 미얀마 군부에 공습 중단과 전면적인 구조 협조를 요구하고 있지만, 군정은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국가적 재난마저 무기화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진보다 더 무서운 것은, 사람을 외면한 권력이다. 누군가는 맨손으로, 누군가는 코끼리를 동원하여 무너진 건물 잔해을 치우고 있을 때, 위에서 쏟아지는 것은 구조의 손길이 아니라 공습의 그림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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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김규연 기자 kky94@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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