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판에 널려 있는데…달달하다고 함부로 먹었다간 큰일 난다는 한국 대표 봄나물
2025-04-0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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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짝지근한 맛으로 인기가 높지만, 제대로 조리하지 않으면 위험할 수 있어
아름다운 꽃으로 사랑받는 원추리
봄철 들녘을 노란빛으로 물들이는 원추리가 식탁 위 별미로 올라오는 계절이 왔다. 아름다운 꽃으로 사랑받는 원추리는 달짝지근한 맛으로 인기가 높지만, 제대로 조리하지 않으면 위험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원추리는 아스파라거스목 크산토로이아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영어로는 'Daylily', 학명은 'Hemerocallis'다. 이 이름은 모두 '하루만 피고 시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꽃말은 '기다리는 마음'이며, 노란색 또는 주황색 꽃을 피운다.
우리나라 전국의 산과 들, 강가 등 다양한 환경에서 자생하는 원추리는 높은 산 정상 초지에서도 자랄 정도로 강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봄철에 나오는 어린 순은 예로부터 귀한 나물로 취급받았다.
귀한 봄나물 원추리...달콤한 맛에 숨은 위험
쌉싸름한 다른 봄나물들과 달리 달짝지근한 맛이 특징인 원추리는 중국어로 '망우초(忘憂草)'라 불리는데, 이는 '근심을 잊게 해주는 풀'이라는 뜻이다. 한국에서도 널리 쓰이는 이 표현은 원추리가 정서 불안과 우울증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전통적 믿음에서 비롯됐다. 또한 '황화채(黃花菜)'라고도 불리며, 과거에는 중국 요리의 '팔진'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중국인들은 원추리의 길고 가는 꽃봉오리가 긴 바늘처럼 생겼다 하여 끓는 물에 데쳐 햇볕에 말린 꽃을 '금침채(金針菜)'라 부르며 독특한 맛을 즐긴다.
『산림경제』에 따르면 원추리나물의 원래 이름은 '넙믈'이며, "6~7월 꽃이 필 무렵에 꽃술을 따 버리고 깨끗한 물에 한소끔 끓여 내어 초를 쳐서 먹는데 담박함이 송이보다 좋다"고 기록되어 있다. 허균의 『도문대작』에는 "의주 사람들이 중국인들에게 배워 원추리 요리를 맛있게 한다"는 기록이 있어, 원추리 요리의 기원이 중국임을 추측할 수 있다.

원추리의 특징과 먹는 방법은?
원추리의 달콤한 맛은 다른 봄나물과 차별화되는 특징이다. 이재성 한의학박사는 "다른 봄나물들은 그 맛이 좀 다 쌉싸름한데, 이 원추리는 특이하게도 좀 달다. 그 맛에 먹는 거다"라고 설명했다.
원추리는 예로부터 다양한 효능으로 인정받아 왔다. 비타민C가 풍부해 봄철 춘곤증 예방에 도움을 주며, 정서 안정과 우울증 개선 효과가 있다고 전해진다. 또한 이뇨 작용으로 소변 배출을 돕고 몸을 가볍게 해주는 효능이 있으며, 비타민A가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의 활동을 억제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전통 한식에서는 원추리의 달짝지근한 어린 잎을 데친 후 새콤한 양념에 무쳐 먹는다. 데칠 때는 아삭한 식감을 유지하기 위해 찬물에 오래 담가 헹구고 물기를 짜낸다. 이후 액젓, 고추장, 된장, 매실효소, 마늘, 참기름 등으로 조물조물 무친 다음 마지막에 식초로 새콤한 맛을 더한다.
말린 원추리를 시래기처럼 엮어 매달아 두었다가 정월대보름에 묵나물로 국을 끓여 먹으면 한 해 내내 근심이 생기지 않는다는 속설도 있다. 심지어 원추리를 즐겨 먹으면 아들을 낳게 되고, 아들을 낳으면 근심이 사라진다 하여 '득남초(得男草)'라고 불리기도 했다.
『동의보감』에는 변비로 배가 더부룩할 때 원추리 뿌리를 짓찧어 즙을 내어 먹이면 통변이 된다고 기록되어 있다. 『산림경제』에는 생선가시가 목에 걸렸을 때나 코피가 멈추지 않을 때도 원추리 즙을 먹이는 처방이 소개되어 있다. 원추리 뿌리에는 녹말과 단백질 같은 영양분이 풍부해 쌀이나 보리와 섞어 떡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생으로 섭취하면 혈변, 혈뇨까지..."주의 필요한 나물"
하지만 달콤한 맛에 유혹되어 함부로 먹었다간 큰일날 수 있다. 원추리에는 '콜히친(Colchicine)'이라는 독성 물질이 함유되어 있어 제대로 조리하지 않고 생으로 섭취하면 위험할 수 있다.
원추리는 성장할수록 콜히친 함량이 증가해 독성이 강해진다. 3~20mg의 콜히친이 체내에 흡수되면 구토, 설사, 복통 등 소화기 증상과 함께 대변과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심한 경우 신부전을 유발하거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이재성 한의학박사는 "이 원추리가 정말 정말 주의가 필요한 나물"이라며 "마트에서 원추리 사가는 분들 보면, '아, 저분들이 저 주의사항을 잘 알고 있을까?' 하는 염려가 된다. 원추리는 그냥 날로 먹거나 독을 빼내지 않고 먹으면 큰일 난다. 배 아프고 토하고 설사 쫙쫙 나고 근육의 경련까지 생길 수 있다. 잘못 먹으면 응급실까지 간다"라고 경고했다.
특히 임신부에게는 더욱 위험할 수 있어 섭취를 피하는 것이 좋다. 이재성 박사는 "임신부들은 이 독을 진짜 주의하셔야 된다. 임신부들은 아예 그냥 원추리를 안 먹는 게 더 좋겠다"라고 조언했다.
원추리를 안전하게 즐기기 위한 올바른 조리법은?
원추리의 독성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올바른 방법으로 조리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어린 순만 채취하여 끓는 물에 충분히 데친 후, 찬물에 담가 독성을 제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재성 박사는 안전한 원추리 섭취법에 대해 "원추리는 날로 먹는 게 아니다. 1단계, 끓는 물에 반드시 데쳐야 된다. 2단계, 찬물에 2시간 이상 담가 놔야 된다. 이렇게까지 해야 원추리의 독이 안전하게 제거된다는 거 꼭 기억하시기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원추리뿐만 아니라 두릅, 다래순, 고사리 등 다른 산나물도 고유의 독성분을 미량 함유하고 있어 끓는 물에 데쳐 독성을 제거한 후 섭취하는 것이 좋다.
원추리는 맥이 약하거나 아랫배가 찬 사람은 섭취를 자제하는 것이 좋다. 또한 뿌리와 잎은 독성이 강하므로 약재로 사용할 때는 적정량을 초과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달콤한 맛에 유혹되어 함부로 먹었다간 큰일날 수 있는 원추리, 올바른 지식과 조리법으로 안전하게 즐기며 봄의 기운을 만끽해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