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 회나 탕으로 먹는데... 특이하게도 일본에선 음료로 먹는 생선

2025-04-03 14:53

add remove print link

처음 보면 멘붕에 빠지는 비주얼…꿈틀꿈틀 산채로 퍼먹는 시즌 한정판 별미

사백어. / 유튜브 채널 '입질의추억TV'
사백어. / 유튜브 채널 '입질의추억TV'

매년 이맘때 경남 거제도를 중심으로 남해안 연안에서 잡히는 특이한 물고기가 있다. 이곳 사람들은 바다 하천에서 건져낸 파닥거리는 이 맛을 봐야 제대로 봄인가 싶다.

지역에서 '병아리', '뱅아리'라고도 불리는 이 물고기 정식 명칭은 사백어(Ice goby·死白魚)다.

몸은 가늘고 길며, 길이가 약 5~6cm 밖에 안 하는 작은 어종이다.

몸 표면에 색소가 거의 없어 살아 있을 때는 색깔이 반투명하다. 몸속 부레가 몸 밖에서 보일 정도다. 이는 피부 색소 중에 황색과 적색이 다른 물고기보다 적게 함유돼 있기 때문이다.

죽으면 몸 색깔이 흰색으로 변한다. 그래서 사백어라는 이름이 붙었다.

붕장어의 치어라고 잘못 알려졌는데, 붕장어의 치어도 몸이 투명하지만 사백어와 달리 칼국수 면처럼 몸이 납작하다.

경남 거제시 남부면 탑포마을 사백어 잡는 장면. / 거제시·연합뉴스
경남 거제시 남부면 탑포마을 사백어 잡는 장면. / 거제시·연합뉴스

사백어는 바다에서 소형 동물성 플랑크톤을 먹고 생활하다가 봄이 되면 산란을 위해 하천의 하류 쪽으로 올라온다. 해안선이 움푹 들어가 파도의 영향이 없는 깨끗한 연안이나 강 하구에서 봄까지 서식한다.

산란기는 2∼4월로 추정된다. 몸길이 5㎜ 정도에서 부화한 사백어는 바다로 들어가 연안에서 생활하며 성장한다. 수명은 1년 정도다.

3월 초부터 4월 말까지 한 달 반 정도의 짧은 기간에만 먹을 수 있고, 잡히는 곳도 경남 거제, 남해 등 몇 군데로 한정돼 있다. 이때가 아니면 또 내년 봄을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이 사백어 맛을 더욱 특별히 만든다.

옛날 거제, 남해 사람들은 봄볕이 드리우는 3월이 되면 아주머니들이 양철동이 가득 사백어를 담아 이고 팔러 다녔다고 한다. 가정에서는 사백어를 한 사발 사서 텃밭에 있던 잔파를 뽑아다 숭숭 썰어 넣고 계란을 부드럽게 풀어 넣은 사백어탕을 끓여 어르신 숙취를 풀었다고 한다.

사백어 조리 방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워낙 깨끗한 물에서 살아서 물에 슬렁슬렁 헹구면 손질이 끝난다.

식당에서는 사백어 요리를 주로 코스로 내놓는데 회무침·전·탕 순이다.

사백어 회무침. / 유튜브 채널 '입질의추억TV'
사백어 회무침. / 유튜브 채널 '입질의추억TV'

우선 사백어를 산 채로 새콤달콤한 양념을 끼얹어 먹는 회무침이 있다. 풋풋한 향내 풍기는 잘게 썬 미나리와 냉이·봄 나물류와 채 썬 배와 함께 뚜껑을 열면 사백어 무리가 팔딱거리며 그릇 밖으로 튀어 오르기도 한다.

초장을 뒤집어쓴 사백어는 몸을 비비적거리며 야채와 고루 섞이는데 입 속에 들어가면 생각보다 빨리 그 움직임이 둔해지고 새콤달콤한 초장과 어우러져 상큼한 맛이 입안을 호사스럽게 한다.

사백어전. / 유튜브 채널 '입질의추억TV'
사백어전. / 유튜브 채널 '입질의추억TV'

먹다 남은 사백어는 주방으로 가져가 잔파·계란·밀가루와 버무려 고소한 사백어전이 돼 나온다.

사백어 전은 달큰하게 익은 파 향과 함께 하얗게 익은 사백어가 부서지며 고소하고 진한 맛이 난다.

사백어탕. / 유튜브 채널 '입질의추억TV'
사백어탕. / 유튜브 채널 '입질의추억TV'

계란을 푼 사백어탕은 뽀얀 국물에 하얀 사백어와 새파란 파가 들어가 있어 시각을 자극하면서 시원하고 깊은 육수 맛이 난다. 사백어는 가늘고 부드러워 씹지 않아 목 안으로 잘 넘어간다.

일본의 오키나와 지역에서는 사백어를 아예 음료로 먹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유튜브 채널 '입질의추억TV'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