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셰프들만 요리할 때 쓰고 있다?…한국인 99%가 잘 모른다는 '식재료'
2025-04-01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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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들의 비밀 식재료, 바다가 키운 보물
한국에서는 아직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그 이름조차 생소한, 국내외 유명 셰프들 사이에서는 '감춰진 보물'로 불리는 식재료가 있다. 단 1%의 셰프들만이 요리할 때 사용할 만한 이 독특한 재료는 바로 '샘파이어(Samphire)'다. '바다 아스파라거스' 혹은 '소금풀'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리는 이 식물은 해산물과의 궁합이 뛰어나 유럽 전역의 고급 레스토랑에서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대다수 사람들에게 낯선 이름으로 남아 있다.


샘파이어는 미나리과에 속하는 염생 식물로, 바닷가 염습지나 조수 간만의 진흙지대에서 자란다. 바위 틈이나 개울 가장자리, 조류의 영향이 드러나는 모호한 경계 지역에서 주로 자라며, 통통한 줄기와 손가락처럼 마디진 형태를 하고 있다. 이국적인 생김새만큼이나 그 맛도 독특하다. 아삭한 식감에 더해진 짭조름한 바다 향이 특징으로, 날것으로 먹으면 해조류와 흙채소의 중간쯤 되는 독특한 풍미가 퍼진다.
이 식물은 '락 샘파이어'와 '글래스워트 샘파이어'라는 두 갈래로 나뉜다. 락 샘파이어는 바위지대에서 자라며 약간의 허브 향이 감돌고, 글래스워트 샘파이어는 주로 염습지의 진흙에서 자라며 식감과 풍미가 좀 더 순하다. 특히 영국 노퍽 지역의 갯벌에서 자란 샘파이어는 신선도와 즙기가 뛰어나 최고의 품질로 손꼽힌다. 6월에서 8월 사이가 제철이며, 지역 주민들은 썰물 때 진흙 속을 헤치고 들어가 채취한다. 그만큼 샘파이어는 접근성 면에서도 '희소한 식재료'라는 타이틀을 달기에 충분하다.
샘파이어는 단지 맛으로만 평가받는 채소가 아니다. 건강상 이점도 풍부하다. 비타민 A, B, C는 물론 나트륨과 칼륨, 항산화 물질이 가득하며, 면역력 강화와 괴혈병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 역사적으로도 이 식물은 유리 제조의 원료로 사용됐고, 항해 중이던 선원들에게는 필수 식량으로 실릴 만큼 그 효능이 잘 알려져 있었다. 17세기 약초학자 니콜라스 컬페퍼는 샘파이어를 "먹어도 좋고 약으로도 훌륭한 식물"이라 칭했다.

조리 방식은 간단하다. 어린 줄기는 생으로 샐러드에 사용할 수 있고, 살짝 데치거나 찐 뒤 버터를 곁들이면 풍미가 더욱 깊어진다. 고급 레스토랑에서는 게 라비올리나 생선 요리에 고명처럼 올리거나, 베이컨, 감자, 잠두와 함께 샐러드로 조리되기도 한다. 그 짭조름한 염분 덕분에 추가 소금은 필요 없으며, 단독 요리로도 손색없다. 실제로 영국의 일부 지역에서는 샘파이어를 구입해 반숙 달걀과 함께 '손으로' 먹는 방식이 유행처럼 자리잡았다.
이 채소는 자연 생태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습지의 유기물을 잡아주고 탄소를 흡수하며, 해안선 침식과 폭풍 피해를 완화하는 데에도 기여한다. 바다새와 염생식물의 서식지로 기능하면서도, 인간에게는 훌륭한 식재료로서 가치를 더해주는 이중적인 역할을 한다. 자연 친화적이면서도 생태 보존의 열쇠 역할까지 하는 샘파이어는 단순한 채소를 넘어선 존재다.
한국에서는 아직 고급 레스토랑이나 건강식품 애호가들 사이에서만 알려져 있지만, 점차 식문화가 세계화되며 관심이 커지고 있다. 건강식, 로컬푸드, 플렉시테리언 트렌드가 확산되며, 저열량·고영양 채소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샘파이어는 그 공백을 채울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