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들의 철벽 방어? 다이소도, 편의점도, 온라인도 NO!

2025-04-01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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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 수호냐, 밥그릇 지키기냐?
약사들의 숨은 의도, 소비자는 무엇을 원하는가?

약국 이미지 / 셔터스톡
약국 이미지 / 셔터스톡

약사들이 다이소에서 건강기능식품(이하 건기식)을 판매하는 것에 반발하고, 편의점에서 안전상비의약품(상비약)을 판매하는 제도와 온라인 약국 플랫폼의 등장에 반대한 것은 과연 국민 건강을 위한 우려일까, 아니면 자신들의 경제적 이익을 지키기 위한 직역 이기주의일까? 약사 단체의 이러한 행보는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려는 움직임이라는 비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약사들 또한 자신들의 입장을 변호하며, 국민 건강과 전문성 수호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이 논란을 둘러싼 양측의 주장을 살펴보자.

다이소 건기식 판매 반대: 경쟁 우려 vs. 품질 관리 문제

다이소가 저렴한 가격으로 건기식을 판매하기 시작하자 약사들은 즉각 반발했다. 비판론자들은 약국이 건기식 판매의 유일한 창구가 아니며, 이미 인터넷 쇼핑몰, 홈쇼핑, 대형 마트 등 다양한 경로가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다이소라는 새로운 유통 채널의 등장이 약사들에게 큰 위협이 될 리 없으며, 이는 시장 경쟁에서 밀려날 두려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약사들이 품질 관리 강화를 요구하기보다 다이소에만 화살을 돌리는 모습은 문제의 근원을 외면한 처사로 보인다.

이에 대해 약사 단체는 건기식의 안전성과 품질 관리가 약국 외 유통 채널에서는 제대로 보장되지 않을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대한약사회는 "약국은 전문가가 소비자에게 맞는 제품을 추천하고 부작용을 안내할 수 있지만, 다이소와 같은 곳에서는 그런 상담이 불가능하다"며 국민 건강에 잠재적 위험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비판론자들은 이미 시중에 유통되는 건기식 대부분이 약국을 거치지 않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 주장이 다소 과장됐다고 반박한다.

편의점 상비약 판매 반대: 편의성 희생 vs. 오남용 우려

편의점 이미지 / 셔터스톡
편의점 이미지 / 셔터스톡

2012년 편의점에서 상비약 판매가 허용된 이후, 약사 단체는 이를 폐지하거나 품목 확대를 저지하려 해왔다. 비판론자들은 편의점 상비약 제도가 심야 시간이나 공휴일, 약국 접근성이 낮은 지역 주민들에게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의약품 부작용 사례 약 23만 건 중 상비약 관련 부작용은 0.1%에 불과해, 약사들이 내세우는 오남용 위험이 과장됐다는 지적이다. 약사들이 공공심야약국 확대를 대안으로 제시하지만, 이는 비용과 인프라 면에서 비현실적이어서 국민 편의성을 저해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약사들은 이에 대해 "상비약이라도 전문가의 지도 없이 사용하면 부작용 위험이 있다"고 반박한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편의점 직원은 약에 대한 지식이 없어 복용법이나 주의사항을 설명할 수 없고, 이는 결국 국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약사들은 자신들의 반대가 단순한 이익 보호가 아니라, 의약품 관리의 전문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비판론자들은 상비약이 이미 안전성이 입증된 품목으로 제한돼 있다는 점에서 이 주장이 설득력을 잃는다고 본다.

온라인 약국 플랫폼 반대: 시대 역행 vs. 불법 유통 방지

온라인 약국 플랫폼의 등장 역시 약사 단체의 강한 반발을 낳았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진료와 의약품 배송 수요가 늘면서 약국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이 주목받았지만, 약사들은 이를 ‘불법 의약품 유통’으로 규정하며 규제를 요구했다. 비판론자들은 이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나 약국 방문이 어려운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혁신이라며, 약사들이 디지털 시대 흐름을 거스르고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CVS나 영국의 Boots 같은 사례를 보면, 온라인 약국 시스템이 이미 보편화된 점도 이런 비판에 힘을 싣는다.

약사들은 "온라인 플랫폼은 대면 상담을 생략해 오남용 가능성을 높이고, 불법 의약품 유통의 통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들은 약국이 단순 판매처가 아니라 복약 지도와 상담을 제공하는 전문 기관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를 약화시키는 온라인 시스템에 우려를 표한다. 반면, 비판론자들은 약사들이 제시하는 대안이 현실적이지 않고, 결국 전통적 시장을 지키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반박한다.

직역 이기주의 논란과 약사들의 변호

약사들의 다이소 건기식, 편의점 상비약, 온라인 플랫폼 반대는 소비자 선택의 자유와 편의를 희생시키며 자신들의 시장을 지키려 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약사 면허가 국민 건강을 위한 권한이지 경제적 이익 보장의 도구가 아니라는 점에서, 이 행보는 전문직의 공공성을 훼손한다는 지적이다. 선진국에서는 다양한 유통 채널을 통해 의약품과 건기식이 판매되며 소비자 편의가 확대되고 있지만, 한국 약사들의 강한 반발은 글로벌 트렌드와 어긋난다.

약사들은 그러나 자신들의 행동이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한 필수적 조치라고 항변한다. 그들은 "약사는 단순히 물건을 파는 상인이 아니라, 의료 전문가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전문성을 약화시키는 제도에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약사 단체는 또한 약국 운영의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며, 새로운 유통 채널이 약국의 생존을 위협한다고 덧붙인다.

약사들의 반대가 국민 건강을 위한 신념인지, 경제적 기반을 지키려는 방어적 태도인지 판단은 엇갈린다. 소비자 편의를 높이고 유통 채널을 다양화하려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지만, 약사들이 내세우는 전문성 수호와 건강 보호 논리도 무시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약사 단체는 국민 편의를 외면한 채 독점적 지위를 고수하려는 태도를 내려놓고, 전문성을 살려 상담과 복약 지도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동시에 정부와 사회는 약사들의 우려를 해소할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 국민과 약사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균형점을 찾아야 할 때다.

home 김상균 기자 ksg@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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