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2주밖에 안 됐는데…박스오피스 1위 뺏기며 흥행 참패한 4000억짜리 영화

2025-04-0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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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비 2억 5000만 달러…흥행 실패의 그림자

디즈니가 야심 차게 선보인 실사 영화 '백설공주(Snow White)'가 개봉 2주 만에 북미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내주며 흥행 참패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제작비만 무려 2억 5000만달러(한화 약 3678억 원)이 투입된 이 작품은 개봉 전부터 각종 논란에 휘말렸고, 그 여파는 극장 관객 수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백설공주' 스페셜 예고편 중 한 장면. / 유튜브 'Disney Korea'
'백설공주' 스페셜 예고편 중 한 장면. / 유튜브 'Disney Korea'

지난 30일(현지 시각) AP통신과 버라이어티 등 미국 현지 매체들은 컴스코어 자료를 인용해 ‘백설공주’가 개봉 둘째 주말 동안 북미 지역에서 1420만달러(약 209억 원)의 티켓 수입을 올리며 박스오피스 2위로 밀려났다고 보도했다. 이는 개봉 첫 주 대비 66%나 감소한 수치다.

1위는 액션 배우 제이슨 스테이섬이 주연을 맡은 '어 워킹 맨(A Working Man)'이 차지했다. 이 영화는 개봉 첫 주말에 1520만달러(약 223억)를 벌어들이며 '백설공주'를 제쳤다.

‘백설공주’는 디즈니의 대표적인 고전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한 작품으로, 북미 지역 4200개 극장에서 지난달 21일 대대적으로 개봉했다. 하지만 열흘간의 누적 수입은 6680만달러(약 983억 원)에 그쳤고, 북미 외 지역 수입까지 포함한 전 세계 누적 수입도 1억 4310만달러(약 2105억 원) 수준이다. 이는 제작비의 절반을 가까스로 넘긴 수준으로, 흥행 실패가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백설공주' 포스터. 백설공주.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백설공주' 포스터. 백설공주.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영화 부진에는 주연배우를 둘러싼 논란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실사판에서 백설공주 역을 맡은 배우는 콜롬비아계 어머니를 둔 미국 배우 레이철 제글러다. 하지만 원작에서 새하얀 피부로 묘사되는 캐릭터에 비해 외모가 부합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일었고, 제글러가 "그 역할을 위해 내 피부를 표백하진 않을 것"이라며 응수하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됐다.

여기에 더해 제글러는 원작 애니메이션의 내용이 "스토킹하는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라고 언급해 원작 팬들의 반감을 샀다. 디즈니 고전 팬층과 대중의 감성 사이에 균열이 생기며 작품 자체에 대한 호기심보다 거부감이 먼저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제글러는 또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SNS에 원색적인 비난 글을 게시해 논란을 키운 바 있다.

미국 언론들은 '백설공주'가 제작비를 회수하려면 장기적인 흥행이 필요하지만, 다음 주 개봉 예정인 가족용 영화 '마인크래프트 무비'가 직접적인 경쟁작으로 떠오르고 있어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 내다봤다. 관객 타깃층이 겹치는 만큼, '백설공주'가 다시 박스오피스 1위를 탈환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유튜브, Disney Korea

한편 북미 극장에서 상영 중인 봉준호 감독의 영화 '미키 17'은 지난 주말 190만달러(약 28억 원)의 수입을 기록하며 박스오피스 9위에 올랐다.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미키 17'의 전 세계 누적 수입은 1억 2109만달러(약 1781억 원)로 집계됐다.

화려한 제작비와 고전 명작이라는 이름값에도 불구하고, '백설공주'는 대중의 외면과 여론의 역풍을 동시에 맞으며 디즈니 실사화 프로젝트의 리스크를 다시 한번 증명하고 있다. 개봉 2주 만에 1위 자리를 내준 상황에서 이 작품이 과연 반전을 꾀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home 권미정 기자 undecided@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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