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선 진짜 유명한데… 유독 한국서는 잘 안 먹는다는 '채소'
2025-04-01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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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건강 채소, 당신은 알고 있나요?
중국과 동남아시아 전역에서 흔히 먹는 채소 가운데, 유독 한국에서는 인지도가 낮은 채소가 있다. 광둥 요리에서는 빠질 수 없는 재료이며, 중식당에서는 흔히 볼 수 있지만 일반 가정 식탁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이 채소의 이름은 바로 '카이란(Kai-lan)'이다. 중국 브로콜리 또는 차이니즈 케일로도 불리는 카이란은 외래 채소로 분류되지만, 이미 중국과 태국, 베트남 등에서는 오랜 전통과 대중성을 갖춘 식재료로 자리 잡고 있다.

카이란은 약 1500년 전부터 재배된 것으로 전해진다. 십자화과에 속하며, 브로콜리와 케일의 특성을 모두 지닌 독특한 맛과 외형을 갖고 있다. 평균 키는 20~25cm 정도로 크지 않지만, 연녹색의 반질반질한 잎과 굵은 꽃대가 눈에 띈다. 생김새에서부터 건강한 채소임을 직감할 수 있을 정도로 푸르고 단단한 느낌을 준다. 이 굵은 줄기와 잎줄기가 조화롭게 씹히며 아삭한 식감을 제공하는 것도 특징이다.
맛은 브로콜리의 은은한 단맛과 케일의 약간의 쌉싸름함이 섞인 조화로운 풍미다. 한입 베어물면 채소 특유의 단맛과 함께 약간의 고소함도 느껴져, 한식에서 자주 쓰이는 쌈 채소와는 또 다른 매력을 준다. 내열성과 내습성이 모두 뛰어나 사계절 재배가 가능하며, 파종 후 30일이면 수확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 속도도 빠르다.

영양 성분 면에서도 카이란은 주목할 만하다. 100g 기준으로 열량은 35kcal에 불과하지만, 단백질 2.5g, 식이섬유 2.1g이 포함돼 있다. 특히 비타민 C는 하루 권장량의 70%에 이를 정도로 풍부하며, 칼슘, 철분, 비타민 K 등 뼈 건강에 도움이 되는 미네랄도 다량 포함돼 있다. 베타카로틴과 같은 항산화 성분도 풍부해, 면역력 강화나 노화 방지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실제로 카이란은 다양한 효능을 갖고 있다. 대표적으로 항산화 작용을 통해 체내의 산화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도움을 주며, 식이섬유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조절하고 혈압 개선에도 기여한다. 뼈 건강에는 칼슘과 비타민 K의 조합이 효과적이고, 장 기능 개선과 변비 예방에도 유익하다. 비타민 C는 면역력 강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조리법은 단순하면서도 다양하다. 광둥식 요리에서는 굴 소스와 마늘을 곁들여 살짝 데치거나 볶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굵은 줄기와 잎이 고루 익어내리면서도 식감은 살아있고, 간장이나 굴소스 같은 감칠맛이 도는 소스와 만나면 깊은 풍미가 완성된다. 태국에서는 생선 소스와 돼지고기를 함께 볶아내는 요리법이 대중적이며, 서양에서는 살짝 데쳐 샐러드나 파스타의 채소 토핑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재배도 까다롭지 않다. 다만 벌레에 쉽게 노출되는 작물이기 때문에 병해충 방제가 중요하다. 한국의 경우에는 여름보다는 가을철에 파종하는 것이 병충해 피해를 줄이는 데 유리하다. 꽃대가 올라오더라도 잎의 맛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꽃과 잎 모두 식용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이란은 한국에서 아직까지 널리 알려진 채소는 아니다. 일부 중식당 메뉴에 등장하거나, 건강식을 중시하는 소비자층 사이에서 조금씩 이름을 알리고 있는 단계다. 다만 국내에서도 아파트 베란다나 텃밭 등에서 손쉽게 재배할 수 있고, 짧은 성장 주기와 높은 생산성 덕분에 도심 속 소규모 재배에도 적합한 작물로 주목받고 있다.
카이란은 단순히 중국에서 많이 먹는 채소가 아니라, 시대를 거쳐 그 영양적 가치와 조리의 간편함을 증명한 식재료다. 한국에서는 아직 낯설 수 있지만,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의 식탁 위에 오를 가능성을 품고 있다. 건강한 먹거리를 찾는 흐름 속에서, 이 '조금은 낯선 채소'가 조용히 영역을 넓혀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