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싹 속았수다' 뜻밖의 근황…중국서 생각지도 못한 '반전' 소식 전해져

2025-04-01 12:36

add remove print link

애순-관식의 이야기, 세계를 사로잡다

중국의 국수주의 성향 관영 매체가 한국 드라마에 이례적인 호평을 쏟아내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극찬의 대상은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화제작 '폭싹 속았수다'다. 평소 김치와 한복의 중국 기원설을 주장하며 한국을 자극해 온 중국 공산당 기관지 환구시보가 이번엔 정반대의 태도를 보이면서, 한한령 완화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폭싹 속았수다' 스틸컷. 배우 문소리, 아이유, 박해준. / 넷플릭스 제공
'폭싹 속았수다' 스틸컷. 배우 문소리, 아이유, 박해준. / 넷플릭스 제공
'폭싹 속았수다' 스틸컷. 배우 박보검, 아이유. / 넷플릭스 제공
'폭싹 속았수다' 스틸컷. 배우 박보검, 아이유. / 넷플릭스 제공

최근 환구시보는 '한국 시대극, 새로운 히트작 탄생'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전하며 "'폭싹 속았수다'가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이후 국내외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도우반(중국 평점 사이트) 평점 9.4점을 언급하며, 최근 몇 년 사이 도우반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한국 드라마가 됐다고 소개했다. 이어 '응답하라' 시리즈와의 비교를 통해, 한국 드라마가 기존 로맨스 중심에서 벗어나 생활 밀착형 시대극으로 확장된 점에 주목했다.

환구시보는 과거 방탄소년단이 한국전쟁 발언으로 중국의 '존엄성을 해쳤다'며 비난하는 등 한국 문화를 지속적으로 폄하해 온 전력이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폭싹 속았수다'에 대한 이례적인 호평은 중국 내 문화기류 변화의 신호탄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베이징 외교가는 최근 이어지고 있는 양국 고위급 간의 문화교류 강화 발언과 연관 지으며, 한한령 완화의 명분을 쌓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실제로 지난달 21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는 양국이 문화교류 복원을 통해 협력의 폭을 넓히자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바 있다. 시진핑 주석과 우원식 국회의장의 면담에서도 문화교류 확대가 반복적으로 언급됐으며, 이는 관영 매체의 콘텐츠 보도 방향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문화계 일각에서는 드라마처럼 연속성 있는 콘텐츠를 관영 매체가 집중 보도하는 것 자체가 '보이지 않는 장벽'을 허물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유튜브, Netflix Korea 넷플릭스 코리아

'폭싹 속았수다'는 넷플릭스를 통해 4막까지 모두 공개된 상태다. 제주 출신의 애순과 관식의 인생을 사계절에 걸쳐 풀어낸 이 작품은 공개 이후 한국갤럽이 선정한 '3월 한국인이 좋아하는 방송영상 프로그램' 1위에 올랐고, 굿데이터코퍼레이션 기준 OTT·TV 화제성 부문에서 3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올해의 인생작'이라는 평을 얻으며 한국은 물론 해외 시청자들에게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3막 공개 이후에는 시청 수 550만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비영어 시리즈 부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브라질, 콜롬비아, 대만, 터키 등 42개국 TOP10에 이름을 올리며,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 공감 가능성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작품의 세계적인 인기는 넷플릭스의 세밀한 현지화 전략도 한몫했다. 제목인 '폭싹 속았수다'는 영어권에선 'When Life Gives You Tangerines', 태국에선 '귤이 달지 않은 날에도 웃자', 대만에선 '고진감래'로 번역돼 각국의 정서에 맞춘 메시지를 전달했다. 애순의 동시도 각국 언어에 맞춰 운율을 살리는 방식으로 번역됐고, 이는 현지 시청자들의 몰입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유튜브, Netflix Korea 넷플릭스 코리아

이 같은 흐름은 콘텐츠를 넘어 제주도에 대한 관심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드라마 속 해녀 문화, 지역 풍광 등은 글로벌 시청자들의 여행지 관심으로 확장됐고, 제주도는 이를 계기로 관광 홍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온라인 영상, 버스정류장 안내 시스템 등 1200여 곳에서 홍보를 진행 중이며, '폭싹 속았수다'를 계기로 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K콘텐츠는 관광, 외식, 지역경제 등으로의 파급력을 동반한 '생산 유발 효과'를 갖춘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2010년 이후 콘텐츠 수출은 약 4배 증가했고, 매년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최근 넷플릭스 내 한국 콘텐츠 비중은 전체의 약 7%, 비영어권 기준으로는 약 20%에 달하며, 다섯 편 중 한 편은 한국 작품이라는 수치도 나왔다.

'폭싹 속았수다'는 단순한 드라마를 넘어, 콘텐츠가 국경과 이념,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실현해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그리고 그 반향은 지금, 예상치 못한 중국에서 조용히 시작되고 있다.

유튜브, Netflix Korea 넷플릭스 코리아
home 권미정 기자 undecided@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