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초코파이 제치고 '매출 1조' 신화 주인공 등극한 뜻밖의 한국 과자
2025-04-0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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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 효자 제품 '초코파이'보다 압도적인 인기 누리는 과자
오리온이 중국에서 5년째 1조 원이 넘는 매출을 달성하는 데 큰 기여를 한 제품으로 모두의 예상을 깨고 뜻밖의 제품이 꼽힌 가운데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리온은 지난해 매출 3조 1043억 원, 영업이익 5436억 원을 내며 1956년 창사 이후 처음으로 '3조 클럽' 입성에 성공했다. 이는 2023년 대비 각각 6.6%, 10.4% 증가한 수치다.
그중에서도 중국 법인의 지난해 매출은 1조 2701억 원으로 5년 연속 1조 원을 넘겼다. 그룹 전체 매출의 41%를 중국에서 올린 셈이다. 오리온은 국내 식품업계 최초로 중국 법인으로부터 배당금 1335억 원을 받았다.
이는 베트남(5145억 원), 러시아(2305억 원)를 비롯해 한국 매출(1조 909억 원)조차 뛰어넘는 수준이다.

이같은 성과에 가장 큰 기여를 한 제품은 바로 '오!감자'다. 중국에서 '오!감자' 매출은 2588억 원을 달성했다.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 오리온의 대표 제품 '초코파이'는 1905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에 힘입어 오리온은 지난해 7월 약 200억 원을 투자해 기존 중국 심양공장에 '오!감자'와 '예감' 등 감자 스낵의 원료인 감자 플레이크를 생산하는 라인도 구축했다. 감자 스낵은 오리온의 중국 전체 매출 중 40%가량을 차지하는 주력 상품이다.

중국 내 '오!감자'의 인기는 생각보다 오래됐다. 2006년 중국 시장에 처음 진출한 뒤 2014년 매출 1880억 원을 찍으며 오리온 중국 제품 중 1위를 차지했다. 이듬해인 2015년엔 누적 매출 2125억 원을 기록하며 오리온이 국내 제과업계 최초의 '단일 국가 매출 2000억 브랜드'로 등극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야투도우'(현지명 呀!土豆)라는 이름으로 팔리는 '오!감자'의 중국 성공 비결은 국내에 없는 토마토 맛, 스테이크 맛, 치킨 맛 등을 개발한 현지화 전략이다.
오리온은 중국인 입맛을 겨냥한 맛뿐만 아니라 현지 인력과 유통망을 활용하는 방식에도 공을 들였다. 공장 노동자를 비롯해 중국 법인에서 일하는 5400여 명의 직원 중 한국인은 대표와 관리 책임자, 재무 담당자 등 18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을 제외한 공장 노동자와 제품 생산과 마케팅 담당 최고 책임자를 모두 중국인으로 고용한 것이다.

비록 '오!감자'에 밀렸지만 '초코파이'의 인기도 중국 내에서 상당하다. 중국 대표 브랜드 평가 기관인 'Chnbrand'가 발표한 '중국 고객추천지수'(C-NPS) 파이 부문에서 초코파이는 7번이나 1위를 차지했다. 해당 지표는 고객의 신뢰와 충성도를 반영한다.
사실 오리온은 업계에서 국내보다 해외에서 영향력이 더 큰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오리온은 일본, 미주, 동남아, 중동 등 60여 개 이상의 국가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전체 매출의 약 65%도 해외에서 발생했다.
중국에서는 감자 스낵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지만 그 외 국가별 효자 제품은 역시 '초코파이'다. 베트남에서 '초코파이'는 현지 파이 시장점유율 1위로 제사상에도 올라가며 국민 간식으로 통용되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지난해 전 세계 초코파이 판매량의 40%에 해당하는 16억 개가 팔리기도 했다. 오리온은 현지 식문화를 반영한 잼을 활용해 러시아에서만 무려 12종의 '초코파이'를 선보이고 있다. 인도에서도 현지인이 가장 선호하는 과일인 딸기와 망고를 접목한 제품을 생산하며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반면 미국에서는 '꼬북칩'(현지명 Turtle chips)의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미국 음식 전문지 '매쉬드'(Mashed)는 지난해 2월 '2024년 코스트코에서 구매할 최고의 신제품' 중 하나로 오리온의 '꼬북칩'을 선정했다.

오리온의 해외 시장 선전은 다른 식품사보다 먼저 해외 진출을 서두른 덕분이다. 오리온은 1990년대 국내 제과 기업들 모두가 내수 산업에 집중하고 있었을 때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섰다. 1993년 베이징 사무소 개설을 시작으로 1995년 중국 법인을 설립하고 1997년 베이징 인근 허베이성 랑팡에 현지 생산기지를 구축했다.
이후 2003년 러시아와 2005년 베트남 법인을 설립하며 현지 생산을 시작했다. 현재는 중국, 러시아, 베트남, 인도 등 총 11개 해외 생산공장을 가동 중이다. 2017년엔 글로벌 연구소가 출범하며 통합 관리 체계를 지원해 제조공정과 품질 관리 및 각 법인의 연구 개발(R&D)을 관할하고 있다.
이처럼 오리온은 앞으로도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해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제품 개발과 마케팅을 지속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오!감자', '초코파이' 등 오리온의 효자 제품들은 세계적인 스낵 브랜드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