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짓는다더니 땅주인도 몰랐다”… 고양 덕이동 허위 분양 논란, 전국 확산 우려

2025-03-31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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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갑 의원 ‘민간임대 특별법’ 발의… 지자체·수사기관 공조 대응 시급
토지주 동의 없는 모델하우스 운영에 계약자 70여 명

고양 덕이동 허위 분양 논란, 고양시청 계시자료 / 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고양 덕이동 허위 분양 논란, 고양시청 계시자료 / 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대전=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임의 단체가 민간임대주택 공급을 약속하며 예비 임차인에게 돈을 받는 행위를 금지하는 ‘민간임대주택 특별법 개정안’이 발의된 가운데, 고양시 덕이동에서 실제 허위 분양 논란이 발생해 법 개정의 필요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최근 박용갑 더불어민주당(대전 중구·국토교통위원회) 의원은 임대사업자나 민간임대협동조합이 아닌 자가 허위 광고로 예비 임차인을 모집하는 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 해당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하지만 법안 발의 불과 며칠 전, 고양시 덕이동에서는 토지주 동의도 없이 민간임대주택을 분양하겠다는 광고와 모델하우스 운영이 이뤄졌고, 실제 계약 피해 사례까지 발생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블루밍 킨텍스더센트’라는 이름으로 홍보된 민간임대주택 사업이다. 분양사 측은 일산서구 덕이동 1256-36번지 일원에 지하 2층~지상 29층, 총 922세대 규모의 아파트를 공급할 예정이라며 모델하우스를 설치하고, 대규모 온라인·오프라인 광고를 통해 예비 계약자 모집에 나섰다.

고양 덕이동 허위 분양 논란,토지주들이 추가적 피해를 막기위해 설치한 현수막.  / 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고양 덕이동 허위 분양 논란,토지주들이 추가적 피해를 막기위해 설치한 현수막. / 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그러나 고양시는 해당 부지가 보전관리지역으로 공동주택 건립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무엇보다 해당 부지의 토지주들은 일체의 계약이나 동의 없이 분양이 진행되는 사실을 인지하고, 허위 광고에 따른 피해를 우려해 직접 고양시와 경찰에 신고했다.

이에 따라 고양시는 시민 혼란을 막기 위해 모델하우스 인근에 ‘사실과 다른 광고 주의’ 문구가 담긴 현수막을 게시하고, 유사 행위 재발 시 강력한 행정조치를 예고했다.

문제가 된 모델하우스는 인근 파주시 야당동에 위치해 있었으며, ‘아파트 관련 시설’로 등록됐지만 실제 사용 목적은 달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파주시는 이를 불법 시설로 판단해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고, 모델하우스는 폐쇄됐다.

일주일간 운영된 해당 모델하우스를 통해 약 70명이 분양 계약을 체결했으며, 현재까지 9명을 제외한 계약자들에게는 환불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 A씨는 “이 지역은 아파트 분양 이야기가 워낙 많아 일반인들이 허위 정보에 쉽게 속을 수 있다”며 “건축 자체가 불가능한 땅에 광고와 모델하우스까지 운영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양 덕이동 허위 분양 논란, 전국 확산 우려 이해를 돕기위한 <자료사진> / 뉴스1
고양 덕이동 허위 분양 논란, 전국 확산 우려 이해를 돕기위한 <자료사진> / 뉴스1

토지주 측 이런 상황을 경찰에 신고했으나 경찰은 “명확한 피해자가 없어 수사 개시가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일부 법률 전문가들은 경찰의 판단과는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현행 형법상 사기죄는 반드시 재산 피해가 실제로 발생해야만 성립하는 것이 아니다. 형법 제347조는 타인을 기망해 재산상 처분행위를 하게 하고 그로 인해 이익을 얻는 경우를 사기죄로 규정하고 있으며, 제352조는 이러한 행위가 미수에 그치더라도 처벌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대법원 역시 “기망행위가 실행 단계에 이르렀다면, 실제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사기미수로 처벌 가능하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법률 전문가들은 일반 소비자들이 허위 광고에 노출된 상태에서 상담 등 계약을 고려하도록 유도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정황은 기망행위가 실행에 착수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으며, 법적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형사소송법 제196조도 ‘범죄가 있다고 사료되는 때’ 사법경찰관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피해자 발생 여부만으로 수사 개시 가능성을 단정짓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한, “단순히 계약 체결 여부가 아니라, 허위 정보로 인해 일반 시민들이 재산상 판단에 영향을 받았는지가 중요하다”며 “현 상황은 사기미수 혐의로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일산서구경찰서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경찰관이 사건의 정황과 피해 여부 등을 파악해야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는 의미가 와전된 것이며, 범죄 혐의가 소명되면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추가로 취재된 바에 따르면 해당 분양 광고는 여전히 온라인상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분양 문의를 했던 한 소비자는 “모델하우스를 다시 지어 고양시에서 재오픈할 예정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고양시는 “고양시 내에서 관련 모델하우스가 다시 설치될 경우 강력한 행정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는 과거 대규모 부동산 사기였던 '굿모닝 씨티' 사건을 연상케 한다. 당시처럼 화려한 광고와 허위 계획 사이에서 피해자들이 발생하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과 수사기관의 선제적 대응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충청권에서도 아파트뿐 아니라 임야 및 토지 분양을 둘러싼 사기 사례가 심심치 않게 신고되고 있다. 일부 분양업체들이 개발이 불가능한 지역을 마치 개발 호재가 있는 것처럼 홍보하거나, 소유권 이전이 어려운 토지를 분할 판매해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히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다.

이 같은 사례는 단순한 허위 광고를 넘어 실제 재산상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지자체뿐 아니라 수사기관의 선제적 감시와 신속한 대응이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분양사기의 유형이 다양화·지능화되는 만큼, 수사기관도 피해 발생 이후가 아닌, 허위 광고 및 기망행위 단계부터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home 양완영 기자 top0322@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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