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생태교란종이지만... 미국에서는 없어서 못 먹는 갑각류

2025-03-31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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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교란종이 왜 이렇게 맛있어?’ 한국인들 놀라게 하는 식재료

미국가재  / TV생물도감 유튜브 영상 캡처
미국가재 / TV생물도감 유튜브 영상 캡처

생태계교란종이지만 맛있어서 한국인들이 주목을 받고 있는 식재료가 있다. 바로 미국가재다. 한국 하천에서 점점 그 세력을 넓히며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지만 한편으론 뛰어난 맛으로 식탁 위에서도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가재에 대해 알아봤다.

미국가재 / 에그박스 유튜브 영상 캡처
미국가재 / 에그박스 유튜브 영상 캡처

가재의 일종인 미국가재의 원산지는 미국 남동부와 멕시코 북부다. 다 자라면 몸길이는 7~9cm, 집게를 포함하면 10~15cm 정도 된다. 짙은 붉은색을 띠며 성숙하면 몸통과 집게에 울퉁불퉁한 돌기가 생기는 게 특징이다. 수컷은 암컷보다 몸집과 집게가 더 크고, 검은 바탕에 빨간 무늬가 눈에 띈다. 강, 연못, 늪, 습지, 논 같은 곳에서 주로 서식한다. 온화한 기후와 정수성 환경을 좋아하지만 적응력이 뛰어나 오염된 물에서도 잘 산다. 깊게 굴을 파서 추위를 피하고 짠물에도 약간의 내성이 있어 강 하구에서도 발견된다. 잡식성으로 동물 사체, 물고기, 곤충, 수생식물 등 뭐든 잘 먹는다. 1년 내내 번식하며 평균 수명은 5년이다. 과거엔 민물가재 중 덩치가 크고 사육이 쉬워 관상용으로도 인기 있었다. 주황색, 푸른색, 흰색 등 다양한 체색이 개량돼 전 세계로 퍼졌다.

한국에선 미국가재가 1980년대 후반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정확히는 1987년 서울 용산구 용산가족공원에서 발견됐다. 주한미군이 관상용이나 식용으로 들여온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1990년대부터 관상용으로 수족관과 인터넷 거래를 통해 유통되며 전국으로 퍼졌다. 하지만 무책임한 방사와 버려진 개체들이 자연으로 유입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2006년 용산가족공원 연못에서 서식이 다시 확인됐고, 2018년엔 영산강 유역에서 생태계 침입이 공식적으로 파악됐다. 환경부와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2019~2020년 영산강, 만경강, 금강, 한강, 섬진강 등 228개 지점 중 14개 지점에서 미국가재가 서식하고 있었다. 특히 영산강 6곳, 만경강 5곳, 섬진강 2곳, 금강 1곳에서 확인됐다. 2021년엔 충북 청주시 두꺼비생태공원에서 18마리가 잡혔고, 2022년 이후론 개체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게 관찰됐다. 2023년 TV생물도감이 국립생태원과 영산강을 조사한 영상에선 통발을 설치한 지 하루 만에 수백 마리가 잡혀 “조사가 아니라 조업 수준”이란 평가를 받았다.

미국가재 / TV생물도감 유튜브 영상 캡처
미국가재 / TV생물도감 유튜브 영상 캡처

미국가재는 한국 전역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다. 영산강, 만경강, 섬진강 같은 큰 강 유역뿐 아니라 금강, 한강 수계에서도 발견된다. 앞에서 언급한 충북 청주시 두꺼비생태공원은 물론 전북 완주군 율소제, 전남 함평군 모산리방죽, 전남 나주시 지석천 등 도시 근교 연못과 하천에서도 서식이 확인됐다. 환경 적응력이 뛰어나고 번식력이 강해 개체 수가 급증했다. 태어나 4~4.5개월이면 번식이 가능하고, 봄과 가을 두 차례 이상 산란한다. 10cm 크기의 암컷은 한 번에 500개 알을 낳을 수 있고, 수컷은 번식기에 17km를 이동하기도 한다. 이런 특성 덕에 2019년 10월 환경부는 미국가재를 생태계교란종으로 지정했고, 수입, 유통, 사육을 전면 금지했다. 기존에 키우던 개체도 사육 유예 없이 살처분됐다. 하지만 이미 야생에 퍼진 개체들은 퇴치가 쉽지 않다.

미국가재가 생태계를 교란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덩치가 크고 공격적이라 토종 가재나 생물들이 경쟁에서 밀린다. 게다가 아파노마이세스 아스타시(Aphanomyces astaci)라는 물곰팡이를 옮겨 가재페스트를 일으킨다. 이 병은 다른 가재류에겐 치명적이지만, 미국가재는 내성이 있어 피해를 입지 않는다. 포자가 물속에서 닷새간 생존하며 죽은 가재에도 오래 남아 토종 가재를 전멸시킬 수 있다. 일본에선 미국가재가 토종 가재 서식지를 파괴해 북쪽 일부만 남았고,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에서도 피해가 심각하다. 한국에선 아직 공식 피해 발표는 없지만, 개체 수가 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런데 미국가재는 맛있다. 생태계교란종이지만 식용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미국 남부와 중국에선 오래전부터 요리로 즐겼다. 미국 루이지애나주에선 전체 가재의 70%를 소비하며, 대표 요리인 크로피시 보일(Crawfish boil)이 유명하다. 미국가재를 옥수수, 감자, 소시지 등과 케이준 양념으로 푹 끓여 옥수수빵과 함께 먹는 음식이다. 유튜버 우마가 100마리를 잡아 이 요리를 만든 영상이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중국에선 샤오룽샤로 인기를 끌며, 특히 마라소스를 더한 마라룽샤가 술안주로 대성공을 거뒀다. 1970~80년대 요리법이 개발된 후 중국 전역에서 소비되며 야생 개체수 조절에 성공했고, 지금은 미국가재 생산과 소비량 모두 세계 1위다. 한국에서도 간단히 쪄서 소금구이로 먹거나 라면에 넣어 끓여 먹는다. 유튜버 도깨비가 미국가재로 라면을 끓여 먹은 먹방을 선보인 바 있다.

AI 툴로 제작한 바닷가재 네컷만화.
AI 툴로 제작한 바닷가재 네컷만화.

요리법은 다양하다. 새우나 게처럼 활용할 수 있어 매운탕, 해물찜, 부야베스, 스튜, 딤섬 같은 탕 요리에 잘 어울린다. 쌀과도 궁합이 좋아 파에야나 잠발라야에 넣어도 맛있다. 물에 끓이면 맛이 빠질 수 있으니 직화나 오븐으로 굽거나 튀기는 게 낫다. 볶음밥, 파스타, 팟타이에 새우 대신 넣어도 좋고, 껍질째 볶거나 튀겨 먹어도 맛있다. 살을 발라 튀김옷을 입혀 튀기면 별미다. 텍사스에선 고기와 함께 바비큐로 먹는다.

맛은 어떨까? 갑각류 특유의 감칠맛과 담백함이 돋보인다. 잘 요리하면 탁월한 맛을 자랑해 호불호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선 마라룽샤가 맵고 중독적인 맛으로 사랑받고, 미국에선 케이준 양념의 풍미가 인기다. 한국에선 라면 국물과 어우러진 담백한 맛이 좋다는 반응이 많다.

유튜버들 사이에서도 미국가재는 먹방 콘텐츠 소재로 자주 다뤄진다. 맛있고 구하기 쉬운 데다 생태계 보호란 명분까지 더해져 인기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우마는 100마리를 잡아 크로피시 보일을, 도깨비는 라면을 만들어 먹으며 조회수를 끌었다.

요리할 땐 주의할 점이 있다. 민물 갑각류라 기생충 감염 위험이 크기에 속까지 철저히 익혀야 한다. 회나 가재장은 절대 먹지 말아야 한다. 손질 과정에서 접촉한 칼, 도마, 싱크대 등은 기생충이 옮을 수 있으니 세척과 소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TV생물도감은 통발을 던진 지 하루 만에 미국가재를 700마리 넘게 잡았다고 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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