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오직 한국에만 있는 물고기 발견... 먹었다가는 큰일 난다

2025-03-31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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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용 가능하지만 먹었다간 처벌받는 천연기념물 물고기

연구를 위해 미호종개를 포획하는 모습. /    ‘TV생물도감’ 유튜브 영상 캡처
연구를 위해 미호종개를 포획하는 모습. / ‘TV생물도감’ 유튜브 영상 캡처

세계에서 오직 한국에만 서식하는 초희귀 물고기 미호종개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29일 유튜브 채널 ‘TV생물도감’을 통해 전해졌다. 한국 고유종인 미호종개는 금강 수계에서만 발견되는 작은 민물고기다. 국내는 물론 해외 학계에서까지 이번 발견에 주목하고 있다.

미호종개 / ‘TV생물도감’ 유튜브 영상 캡처
미호종개 / ‘TV생물도감’ 유튜브 영상 캡처

‘TV생물도감’이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미호종개는 지난 5일 충북 진천군 미호강 일대에서 발견됐다. 현대모비스와 진천군, 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가 공동으로 진행한 서식지 모니터링 과정에서 확인됐다. 이들은 미호강 농다리 지점에서 미호종개 개체를 포착했으며, 이후 추가 조사로 약 50마리 이상의 개체가 이 지역에 서식 중인 것으로 추정했다. 발견 장소인 미호강은 미호종개의 주요 서식지 중 하나다. 과거에도 이곳에서 개체가 확인된 바 있지만 이번처럼 건강한 개체군이 관찰된 건 최근 몇 년 사이 드문 일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해외 학자들도 큰 관심을 보였다. 영국 더럼 대학교의 그레거 라르슨 교수,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어류학자 피터 모일, 일본 홋카이도 대학교의 생태학자 야마모토 쇼타 등 최소 10여 명의 해외 연구진이 이번 발견에 주목했다.

이들은 한국 고유종인 미호종개의 생태적 특성과 유전적 다양성을 연구하기 위해 이미 한국의 관련 기관들과 협력 논의를 시작했다. 라르슨 교수는 29일자 인터뷰에서 “미호종개는 지역적 진화의 산물로, 한국의 하천 생태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며 한국 방문 의사를 밝혔다. 모일 교수는 같은 날 “멸종위기종 복원 기술의 사례로 미호종개는 세계적인 주목을 받을 만하다”고 평가했다. 야마모토 쇼타는 일본 언론을 통해 “미호종개의 서식지 복원은 아시아 민물고기 보존의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다”며 자료 요청을 한국 측에 보냈다고 전해졌다. 해외 학자들이 이렇게 모인 건 미호종개가 지닌 학술적 가치와 한국의 인공증식 및 방류 사업이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미호종개는 잉어목 미꾸리과에 속하는 소형 담수어다. 학명은 코비티스 초이(Cobitis choii)다. 1984년 금강의 지류인 충북 미호천에서 처음 발견돼 미호종개라는 이름을 얻었다. 당시엔 미호천에 개체가 풍부했지만, 이후 수질 오염과 하천 공사로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급격히 감소했다. 현재는 금강 수계의 미호강, 갑천, 지천, 백곡천 등 일부 지역에서만 드물게 관찰된다. 유속이 느리고 수심이 얕은 모래 바닥에서 생활하며, 몸을 모래 속에 파묻고 부착 조류나 동물성 플랑크톤을 먹는다. 이런 서식 특성 때문에 환경 변화에 민감하고, 오염된 물에서는 살아남기 어렵다. 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에 따르면, 미호종개는 수온 15~25도, 용존 산소량 5mg/L 이상의 깨끗한 물에서만 생존 가능하다.

미호종개는 먹을 수 있는 물고기로 분류되지만 절대 먹어선 안 된다. 환경부가 2012년 5월 31일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으로 지정했으며, 2005년에는 천연기념물 제454호로 등록돼 법적으로 보호받고 있다. 개체 수가 극히 적고 서식지가 제한적이어서 생태계 보존을 위해 포획과 식용이 금지돼 있다. 과거 일부 지역에서는 미꾸리과 물고기를 식용으로 사용했지만, 미호종개는 그 희소성과 생태적 중요성 때문에 먹는 행위가 법적 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문화재보호법과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를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수질 오염과 하천 개발로 이미 개체 수가 급감한 상황에서 인간의 섭취는 이 종의 멸종을 가속화할 위험이 크다.

미호종개  / ‘TV생물도감’ 유튜브 영상 캡처
미호종개 / ‘TV생물도감’ 유튜브 영상 캡처

미호종개는 겉보기엔 미꾸라지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몇 가지 뚜렷한 차이점이 있다. 먼저 크기에서 차이가 난다. 미꾸라지가 보통 15~20cm까지 자라는 데 비해, 미호종개는 몸길이가 6~10cm로 훨씬 작다. 몸통은 미꾸라지처럼 길고 가늘지만, 미호종개는 중앙부가 더 굵고 앞뒤로 갈수록 가늘어지는 원통형 체형을 띤다. 색상과 무늬도 다르다. 미꾸라지는 대체로 단색에 가까운 갈색이나 회색을 띠지만, 미호종개는 담황색 바탕에 갈색 반점이 흩어져 있고, 몸 측면에는 12~17개의 원형 또는 삼각형 반점이 두 줄로 늘어서 있다. 이 반점은 마치 표범 무늬처럼 보이기도 해 미호종개를 쉽게 구분할 수 있는 특징이다. 또한 미호종개는 머리가 옆으로 납작하고 주둥이가 뾰족하며, 3쌍의 수염을 갖고 있다. 반면 미꾸라지는 몸통이 세로로 납작하고 수염이 더 두드러진다.

미호종개의 생태적 가치는 한국 고유종이라는 점에서 더욱 크다. 전 세계에서 오직 금강 수계에서만 발견되며, 이는 한국 하천 생태계의 독특함을 보여준다. 2000년대 들어 미호천에서 자취를 감췄고, 2006년 방인철 순천향대 교수가 미호천과 백곡천에서 재발견하기 전까지 멸종 직전으로 여겨졌다. 이후 보존 노력이 이어졌고, 2017년 국립생물자원관은 미호종개의 생식줄기세포를 미꾸라지에 이식해 인공증식에 성공했다. 이 기술은 초저온 동결 보존을 활용해 유전적 다양성을 유지하며 종을 복원할 수 있는 방법으로, 국제 학술지 크라이오바이올로지(Cryobiology)에 실리며 주목받았다. 2022년에는 청양군 지천과 세종시 미호강에 각각 2000마리씩 방류됐고, 지난해에도 현대모비스가 진천 미호강에 3000마리를 방류했다.

미호종개의 미래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방류와 인공증식으로 개체 수를 늘리고 있지만, 근본적인 서식지 오염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생존이 위협받을 수 있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금강 수계의 수질은 2020년대 들어 개선됐지만, 여전히 농업용수와 공장 폐수로 오염 위험이 남아 있다. 금강 수계의 모래 하천을 지키고 수질을 개선하는 노력이 뒷받침돼야 이 초희귀 물고기가 한국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다.

'전세계에 오직 한국에만 있는 초희귀 물고기 발견!! 해외 학자들까지 다 모였습니다'란 제목으로 ‘TV생물도감’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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