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라상도 오른 수박향의 물고기…산불로 20만마리 집단 폐사해 비상 걸린 지역
2025-03-30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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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끊기며 양식장 수조에 산소 공급 안 돼 폐사
영덕군의 특산물인 황금은어가 대형 산불로 폐사해 지역 축제에도 비상이 걸렸다.

최근 발생한 대형 산불로 경북 영덕군 지품면 삼화리에 있는 영덕황금은어양식장에서 어린 은어 20만 마리가 집단 폐사했다. 산불이 덮친 지난 25일 영덕군 일대가 정전되며 양식장에도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자체 발전기가 있었지만 양식장 전체를 감당할 만큼의 수준은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양식장 수조에는 산소가 공급되지 않았고 어린 은어 약 20만 마리가 폐사하는 대참사가 벌어졌다. 작업자들이 건져낸 폐사체 무게만 300kg이 넘는다.
이에 따라 해마다 8월 오십천강에서 열리는 황금은어 축제 운영에도 비상이 걸렸다. 해당 양식장은 축제에 필요한 은어를 감당해 왔다.
양식장 관계자는 "자연적으로 서식하거나 돌아오는 은어만으로는 축제를 치러낼 수 없어 축제 시기에 맞춰 양식장에서 키운 은어를 방류하기도 한다. 이대로면 올해 축제 때는 은어를 볼 수 없을 수도 있다. 살아남은 어린 은어를 지키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해당 양식장은 영덕군이 황금은어를 복원한다며 2009년 지었다. 조선시대 수라상까지 올랐다는 황금은어는 아가미 아래에서 꼬리까지 배 쪽에 이어진 선명한 황금띠와 독특한 수박향이 특징이다.
황금은어는 그 독특한 외형과 우수한 맛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황금은어는 오염되지 않은 맑은 물에서만 서식하는 민감한 어종이다. 하천의 바닥이 자갈이나 모래로 이루어진 청정 지역을 선호하며 주로 돌에 붙은 조류를 먹이로 삼는다. 오십천과 같은 영덕의 깨끗한 하천은 황금은어가 자라기에 적합한 조건을 제공해 왔다.
이들의 산란기는 9월에서 10월 사이로, 여울이 지고 모래와 자갈이 깔린 하천 구간을 번식 장소로 선택한다. 한 마리의 암컷이 약 1만 개의 알을 낳으며 산란 후 대부분의 성어는 생을 마감한다. 부화한 어린 은어는 바다로 내려가 겨울을 보내고 이듬해 3월에서 4월 사이에 태어난 하천으로 돌아와 일생을 이어간다. 이러한 독특한 생애 주기는 황금은어의 희귀성을 더욱 부각시킨다.

황금은어의 개체 수를 유지하고 유전적 특성을 보존하기 위해 영덕군과 지역 보존회는 매년 치어 방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자연산 성어를 포획하여 알을 받아 수정 과정을 거친 후 지역 내 주요 하천에 치어를 방류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지난해에는 약 90만 마리의 치어를 생산하여 그중 60만 마리를 방류했다. 이러한 노력은 황금은어의 지속적인 생존과 번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황금은어의 산란기인 9월과 10월은 내수면어업법상 포획이 금지돼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영덕군은 이 기간 불법 포획을 방지하기 위해 현수막과 경고판을 설치하고 내수면 불법어업 민간감시원과 협력하여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황금은어의 희귀성과 가치는 여러 측면에서 입증되고 있다. 우선 청정한 수질에서만 서식하는 특성상 환경 오염에 매우 민감하여 서식지가 제한적이다. 또 산란 후 대부분의 성어가 생을 마감하는 일년생 어종으로, 자연적으로 개체 수가 많지 않다. 이러한 이유로 황금은어는 다른 어종에 비해 더욱 귀한 존재로 여겨진다.
영덕군은 이러한 황금은어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매년 여름 '영덕황금은어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이 축제는 황금은어의 복원과 맛의 우수성을 홍보하며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축제 기간 방문객들은 반두를 이용한 은어 잡기 체험, 황금은어 요리 시식회 등 다양한 행사를 즐길 수 있다.
또한 영덕군은 황금은어를 군어(郡魚)로 지정하고, 이를 상징하는 캐릭터 '스위피'를 개발했다. 스위피는 은어의 영어명 'Sweetfish'에서 착안한 이름으로, 머리에 오십천의 일급수로 만들어진 왕관을 쓰고 있는 모습이 특징이다. 이는 청정한 이미지와 함께 황금은어를 은어들 중의 왕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처럼 영덕군의 황금은어는 그 독특한 외형과 생태적 특성, 그리고 지역사회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인해 그 희귀성과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올해 산불로 인해 양식장이 큰 피해를 입으며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