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엔 흔하고 맛없어 외면받았는데...요즘 MZ가 술안주로 푹 빠진 의외의 '생선'
2025-03-30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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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이 치솟자 '돈묵'이라는 별명이 생겨날 정도
도루묵은 한때 ‘가장 실망스러운 생선’으로 통했다. 값도 싸고, 맛도 평범한 데다 흔하기까지 하니 어부들이 그물을 들어 올릴 때 도루묵이 가득 걸리면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생겨난 말이 바로 ‘말짱 도루묵’이다. 열심히 했지만 남는 게 없을 때를 표현할 때 이 말이 자연스럽게 쓰일 정도로, 도루묵은 오랜 시간 한국인의 인식 속에서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는 생선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도루묵의 위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흔해서 천대받던 도루묵은 어느새 ‘귀한 생선’이 되었고, 사람들은 더 이상 ‘도루묵’이라 부르지 않는다. 도루묵의 몸값이 치솟자, 시장에서는 '돈묵'이라는 별명이 생겨날 정도다. 그 배경에는 동해안의 해양 생태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해 동해 바닷물의 온도가 높아지면서 도루묵의 어획량이 급격히 줄었고, 이로 인해 공급이 줄자 자연스럽게 가격이 오르고 귀한 취급을 받게 된 것이다.
도루묵은 겨울철 대표 생선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제철인 11월부터 1월 사이에는 산란을 앞둔 도루묵이 알이 꽉 차고 살도 통통하게 올라, 가장 맛있는 시기로 꼽힌다. 이 시기의 도루묵은 단순히 흔한 생선이 아니라, 겨울철이 아니면 쉽게 맛보기 어려운 계절 한정 별미가 된다. 무엇보다 도루묵은 신선함이 생명이다. 다른 생선보다 손질과 보관이 쉽지 않기 때문에, 제철에 바로 구워 먹는 것이 가장 좋은 맛을 끌어낸다. 특히 구이로 조리할 경우 특유의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살아나고, 알이 터지며 입 안 가득 퍼지는 풍미는 겨울철 식도락가들의 미각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도루묵 구이는 그 풍미 못지않게 간편한 조리법으로도 사랑받는다. 깨끗이 손질한 도루묵을 기름을 살짝 두른 팬에 노릇하게 굽기만 하면 완성이다. 여기에 소금과 후추로 기본 간을 하거나, 레몬즙을 살짝 더해 상큼함을 얹어도 좋다. 복잡한 양념이나 기술이 필요 없는 ‘간편 고급안주’로서의 매력을 지니고 있다. 이처럼 정직한 맛과 조리의 간편함, 그리고 고소한 알의 식감까지 더해지면서 도루묵은 단순한 생선을 넘어 요즘 세대의 입맛과 취향을 사로잡는 술안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도루묵은 최근 MZ세대의 주목을 받으며 다시 부상하고 있다. 을지로를 비롯한 노포 감성의 주점들에서 도루묵 구이는 줄 서서 먹는 인기 메뉴로 자리 잡았다. 맥주와 함께 곁들이면 그 조합이 뛰어나, 많은 이들이 ‘도루묵 한 판’을 놓치지 않는다. 알이 톡톡 터지는 독특한 식감은 젊은 세대의 감각적인 입맛에도 딱 맞고, 고소하면서도 담백해 쉽게 질리지 않는다. 여기에 비교적 저렴한 가격과 낮은 칼로리까지 겸비해, 가성비와 건강을 동시에 챙기려는 MZ세대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선택지다.

도루묵은 단순히 맛으로만 사랑받는 생선이 아니다. 영양학적으로도 뛰어나 겨울철 기력 보충에도 적합하다. 특히 알에는 단백질은 물론, DHA와 EPA가 풍부하게 함유돼 있어 두뇌 발달과 혈관 건강에 도움을 준다. 또한 칼슘, 비타민 B12 같은 영양소도 포함되어 있어 면역력 강화나 피로 회복에도 효과적이다. 요란한 포장이나 홍보 없이도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겨울철 보양식으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실망의 대명사로 불리던 도루묵이 이제는 트렌디한 별미로, 그리고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가성비 갑 식재료로 주목받고 있다. ‘말짱 도루묵’은 옛말이 되었고, 지금의 도루묵은 겨울철 식탁 위에서 가장 반가운 진객으로 돌아왔다. 계절이 주는 선물 같은 생선, 도루묵의 부활은 그 자체로 흥미로운 식문화의 변화다. 특히 젊은 세대의 입맛과 감성을 사로잡으며, 도루묵은 세대를 아우르는 겨울철 인기 메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