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밥, 떡볶이 아니다…미국 한복판에서 대박 난 한국 음식

2025-03-29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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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한식당에서 큰 인기를 끌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뚝배기 안, 붉은 국물 속에 몽글몽글한 순두부가 담겨 있다. 숟가락으로 휘저으면 순두부가 부드럽게 풀어지고, 그 위에 살짝 익은 계란 노른자가 퍼지며 고소하고 매콤한 향을 더한다.

순두부찌개와 다양한 반찬들 / norikko-shutterstock.com
순두부찌개와 다양한 반찬들 / norikko-shutterstock.com

보기만 해도 속이 따뜻해지는 이 음식은 바로 순두부찌개다. 한식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이 찌개는 이제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메뉴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김치찌개나 된장찌개보다도 입문용으로 자주 추천되는 순두부찌개는 ‘부드러운 매운맛’이라는 매력을 지녔다.

순두부는 원래 간수를 넣기 전, 응고된 콩물을 말한다. 고대 중국이나 고려 시대부터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만들어 먹던 풍습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조선시대에는 사찰음식이나 병약한 이들을 위한 환자식으로도 자주 활용됐다.

이후 일제강점기와 산업화 과정을 거치며 값싸고 소화 잘 되는 서민 식재료로 자리 잡았고, 시장과 가정에서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식품이 됐다. 특히 강릉 초당 지역에서는 바닷물로 간을 맞춰 만든 초당순두부가 유명해지며, 지역 브랜드 음식으로도 발전했다.

순두부찌개  / linegold-shutterstock.com
순두부찌개 / linegold-shutterstock.com

지금의 순두부찌개는 20세기 중후반, 고춧가루와 마늘, 참기름으로 양념을 내고 육수를 더해 순두부를 끓여내는 방식으로 대중화됐다. 여기에 해산물, 돼지고기, 소고기, 심지어 햄이나 치즈 등도 넣어 각자 취향에 맞게 즐긴다.

얼큰하지만 지나치게 자극적이지 않고, 무엇보다 부드러운 순두부가 자극을 완화해 외국인들이 ‘처음 접하는 매운 한식’으로 선택하기에 알맞다. 미국, 캐나다, 유럽 등지에서는 ‘Soondubu’라는 이름으로 전문점이 생겼고, 실제로 일본과 동남아에서도 현지화된 순두부찌개를 판매하는 매장이 꾸준히 늘고 있다.

순두부찌개의 매력은 시각적인 연출에도 있다. 뚝배기 안에서 보글보글 끓으며 서빙되는 방식은 시선을 단번에 끌고, 빨간 국물, 하얀 순두부, 노란 계란의 조합은 시각적으로도 강렬하다. 이 때문에 SNS 상에서도 사진이나 영상으로 자주 공유되며, ‘먹어본 사람’만큼이나 ‘먹어보고 싶은 사람’도 계속 늘고 있다. 또한 채식주의자들에게도 순두부찌개는 인기 있는 메뉴다. 고기를 넣지 않고도 된장이나 고추기름, 버섯과 채소만으로 충분히 깊은 맛을 낼 수 있어 비건 레스토랑에서도 순두부를 활용한 메뉴가 등장하고 있다.

순두부찌개는 미국 시장에서 특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북창동순두부’다. 이곳은 하루 평균 500명 이상이 다녀갈 정도로 현지인과 관광객 모두에게 사랑받는 맛집으로 꼽힌다. 현지 언론과 블로거들의 극찬은 물론, 해외 셀럽과 유튜버들이 잇따라 방문하면서 ‘뉴욕에서 꼭 가봐야 할 한국 식당’으로 자리 잡았다.

순두부찌개 / norikko-shutterstock.com
순두부찌개 / norikko-shutterstock.com

해외 한식당에서는 현지 입맛에 맞춰 해산물을 빼거나, 간을 조절한 순두부찌개를 판매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해장국처럼 소개되며 인기를 끌었고, 캐나다와 호주에서는 학생과 직장인을 중심으로 점심 한 끼로 즐기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미국 로스앤젤레스, 뉴욕, 시드니 등에서는 한국계 셰프가 운영하는 순두부 전문점이 현지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

한식의 세계화가 단순히 전통 요리를 해외에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외국인의 취향과 문화에 맞춰 진화하는 흐름 속에서 순두부찌개는 매우 유연한 음식이다.

강렬한 매운맛보다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국물맛, 고소한 콩의 풍미, 시각적 만족감까지 두루 갖춘 덕에 순두부찌개는 이제 국경을 넘은 ‘글로벌 집밥’이 되었다.

유튜브,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home 김지현 기자 jiihyun1217@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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