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지진 사망자 1000명 넘어서... 만달레이에서만 최소 694명 사망
2025-03-29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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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만에 사망자 7배로 늘어

미얀마 강진 발생 이틀째인 29일(현지시각) 미얀마 내 강진 사망자 수가 1000명을 넘어섰다.
미얀마 군사정권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지진으로 사망자 1002명, 부상자 2376명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전날 미얀마 군정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밝힌 사망자(144명)가 하루 만에 약 7배로 크게 늘었다.
만달레이 지역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정권은 이 지역에서만 최소 694명이 사망하고 1670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현지 상황이 워낙 혼란스러워 정확한 집계가 어려운 까닭에 사망자와 부상자의 수는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지진은 전날 낮 12시 50분쯤 미얀마 중부 제2의 도시인 만달레이에서 서남서쪽으로 33㎞ 떨어진 지점에서 규모 7.7의 강도로 발생했다. 유럽지중해지진센터(EMSC)와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진앙 깊이는 10㎞로 얕아 지표면에 강한 충격을 줬다.
이 강진은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과 수도 네피도에서도 강하게 느껴졌고, 12분 뒤에는 규모 6.4의 여진까지 이어졌다. 만달레이를 가로지르는 이라와디강의 다리가 먼지를 일으키며 무너지는 장면이 CNN이 공개한 영상에서 생생히 포착됐다. 소셜미디어에는 만달레이와 인근 사가잉 지역을 연결하는 90년 된 다리가 붕괴되고, 아웅반 지역의 3~4층짜리 호텔이 무너진 모습을 담은 사진과 영상이 빠르게 퍼졌다.
양곤 주민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1분 정도 건물이 흔들려 밖으로 뛰쳐나왔다"며 "갑작스럽고 강한 진동에 공포를 느꼈다"고 말했다. 네피도에서도 주택과 고속도로 일부가 파괴됐고, 만달레이 왕궁과 건물들이 파손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미얀마 군사정권은 이번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6개 지역(사가잉, 만달레이, 마그웨이, 북동부 샨 주, 네피도, 바고)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28일 TV 연설에서 "지진으로 144명이 사망하고 732명이 부상했다"고 처음 발표했지만, 하루 만에 피해 규모가 훨씬 커진 것으로 드러났다.
AFP통신은 민 아웅 흘라잉이 네피도의 한 병원을 방문해 부상자들을 점검하는 모습이 목격됐다고 전했다. 네피도의 1000 병상 규모 종합병원은 부상자들로 넘쳐났고, 응급실 밖에서도 고통에 몸부림치는 환자들이 치료를 기다렸다.
만달레이 종합병원 의료진은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사망자가 최소 20명, 부상자가 300명을 넘는다"고 밝혔다. 의료용 솜이 거의 떨어지고 의사와 간호사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미얀마 현지 언론 이라와디는 타웅구 지역에서 수도원이 무너져 어린이 5명을 포함한 6명이 숨졌다고 보도하며, 피해가 지역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얀마는 2021년 군부 쿠데타 이후 4년간 내전으로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이미 오랜 내전으로 인프라와 사회 시스템이 붕괴된 상태에서 이번 강진은 치명타를 입혔다. 도로, 교량, 건물 등 주요 기반 시설이 파괴되며 구조 작업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게다가 전날 이후 지금까지 12차례 여진이 이어지면서 피해가 계속 커지고 있다.
미얀마 군사정권은 국제사회에 인도주의 지원을 요청했으며, 이는 군부가 이례적으로 외부 도움을 구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미얀마국제항공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네피도와 만달레이 공항을 오가는 항공편이 당분간 취소됐다고 발표했다. 양곤에 사는 이정호 재미얀마 한인회보 편집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만달레이 지인과 연락이 닿지 않아 걱정이다"라며 "양곤은 큰 붕괴 피해는 없지만 여진 우려로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진의 여파는 국경을 넘어 태국과 중국에도 영향을 미쳤다. 태국 방콕에서는 진앙에서 1000㎞ 이상 떨어졌음에도 공사 중이던 30층 건물이 무너져 노동자 117명이 매몰되고 5명이 사망했다. 태국 구조대는 필사적으로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패통탄 친나왓 총리는 방콕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소셜미디어에는 방콕 건물이 흔들리고 호텔 수영장 물이 쏟아지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퍼졌다. 태국 증권거래소는 거래를 중단했고, 전철 운행도 멈췄다. 중국 윈난성에서도 진동이 감지돼 건물 일부가 파괴되고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중국라디오방송이 보도했다.
미얀마 주재 한국대사관과 한인회는 교민 피해 여부를 확인 중이다. 현재까지 한국인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 이번 강진은 1912년 규모 7.9 메묘 지진 이후 113년 만에 미얀마를 강타한 최대 지진으로 기록됐다. 피해 규모가 계속 커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사가잉 단층 위에 위치한 주요 도시들이 앞으로도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