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정말 예쁘다… 울산을 상징한다는 아주 ‘뜻밖의’ 물고기
2025-03-29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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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의 보물, 작고 화려한 물고기의 비밀
울산을 상징하는 물고기가 있다면,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연어나 참돔 같은 굵직한 어종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정작 태화강을 중심으로 울산의 생태를 대표하는 깃대종은 다름 아닌 ‘각시붕어’다. 이름부터가 예쁘고, 실제 생김새도 작고 화려해 시선을 사로잡는 이 물고기는 예상 밖의 매력을 품고 있는 한국 고유종이다.
각시붕어는 잉어목 잉어과에 속하는 민물고기로, 몸길이는 대체로 4~5cm 정도로 매우 작다. 몸은 옆으로 납작하고, 전체적으로 긴 난원형의 체형을 지닌다. 눈은 비교적 크고 머리의 측면 중앙보다 약간 위쪽에 위치해 있다. 입은 주둥이 아래쪽에 있으며 수염은 없고, 등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 가장자리는 둥글며 꼬리지느러미는 중앙이 깊게 파여 있다. 평소에는 청갈색을 띤 몸 등과 담황색의 배색으로 단정한 인상을 주지만, 진짜 아름다움은 산란기 때 드러난다.
산란기가 되면 성숙한 수컷은 몸 곳곳이 알록달록한 색으로 물든다. 주둥이 아래와 지느러미 곳곳에는 진한 노란색과 분홍색, 주황색이 겹겹이 더해지고, 아가미 뒤편에는 선명한 선홍색 띠까지 나타난다. 이 시기의 각시붕어는 열대어 못지않은 화려함을 자랑하며, 관상어로서의 가치도 높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암컷은 회갈색의 산란관을 길게 늘어뜨리며 짝짓기와 산란 준비를 마친다.

이 작은 물고기를 울산이 대표 어종으로 삼은 데에는 생물학적 상징성이 크다. 각시붕어는 태화강 생태계를 대표하는 ‘깃대종’이다. 깃대종은 생태계 내 다양한 종들 중에서 지역적 상징성과 보호 필요성이 높아 사람들에게 중요하다고 인식되는 생물종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히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종'과는 다른 개념이다. 깃대종은 생태계가 없어도 직접 붕괴되지는 않지만, 그 존재 자체가 지역성과 생물다양성을 상징한다.
태화강은 울산 도심을 가로지르는 생명의 강으로, 생태 복원 이후 많은 토종 어류와 조류들이 돌아왔다. 그중에서도 각시붕어는 귀엽고 단정한 외형 덕분에 태화강 복원의 상징이 됐다. 이 물고기는 유속이 느리고 수초가 많은 얕은 물가에 주로 서식하며, 부착조류나 미세한 동물성 플랑크톤을 먹는다. 번식기인 5~6월에는 바닥에 서식하는 조개의 아가미실에 알을 낳는 독특한 생태 습성을 보인다.
울산 지역에는 말조개, 벌조개, 제첩 등 다양한 조개류가 분포해 있어 각시붕어의 산란 환경이 잘 조성돼 있다. 각시붕어는 조개의 아가미실 안에 알을 낳고, 조개는 자연스럽게 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물고기와 조개 사이의 공생관계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생태 현상으로, 각시붕어가 단순한 소형 어류를 넘어 생태계 내 중요한 일원이자 교육적 자원으로도 가치가 있음을 의미한다.

각시붕어는 단지 귀엽고 예쁜 물고기라는 이미지에 머물지 않는다. 도심 하천 생태가 건강하게 회복됐음을 증명하는 지표종이며, 사람들에게 자연 보호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생명의 상징이다. 이름처럼 고운 이 물고기가 지금도 태화강 맑은 물속을 헤엄치고 있다는 사실은 울산이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도시로 나아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