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어보다 부드럽고, 고등어보다 담백하다… 미식가들만 안다는 ‘회맛 끝판왕’ 생선
2025-03-28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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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방방곡곡에서 다르게 불리는 여름철 인기 생선
'국민 생선' 광어·고등어 대체제로 떠오르는 횟감
광어보다 부드럽고, 고등어보다 담백한 물고기가 있다. 미식가들만 안다는 ‘회맛 끝판왕’ 생선의 정체는 '농어'다. 회, 찜 어떻게 먹어도 맛있는 농어에 대해 알아보자.

농어는 농어목 농어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다. 몸길이는 45~80cm 정도지만, 큰 것은 1m가 넘기도 한다. 몸은 긴 타원형으로 가늘고 길며, 옆으로 납작한 모양이다. 어릴 때는 옆구리와 등지느러미에 작은 검은 점이 흩어져 있지만, 자라면서 점이 흐려지거나 사라진다.
한국 서해에서 나는 농어는 성체가 돼도 비교적 큰 점이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이 물고기는 농어과에 속하지만, 서양 요리에서 흔히 ‘농어’로 불리는 씨 배스(sea bass)와는 다른 종이다.
농어는 한국, 일본, 중국, 대만 연안과 동중국해에 걸쳐 분포한다. 봄부터 여름까지는 먹이를 찾아 얕은 바다로 이동하고, 가을이 되면 번식을 위해 깊은 바다로 들어간다. 어린 농어는 담수를 좋아해 연안이나 강 하구까지 거슬러 올라오기도 한다.
특히 섬진강에서는 염분이 섞이는 기수역 때문에 치어뿐 아니라 성체 농어도 중하류에서 자주 목격된다.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농어는 바다와 민물이 만나는 환경에서도 잘 적응한다.
농어 이름의 기원은 ‘검다’는 뜻의 ‘노어(盧魚)’에서 왔다는 설이 있다. 과거 ‘魚(어)’ 자의 발음이 연구개 비음, 즉 받침 ‘ㅇ’ 소리와 비슷했기 때문에 ‘노어’가 ‘농어’로 변했다는 내용이 전해진다. 이는 청어, 숭어, 고등어처럼 ‘-어’로 끝나는 물고기 이름이 앞에 받침 ‘ㅇ’을 두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조선시대 문헌 '자산어보'에서는 농어와 송강 농어를 구분해 기록했는데, 송강 농어는 농어(Lateolabrax japonicus)가 아니라 둑중개과에 속하는 꺽정이(Trachidermus fasciatus)다. 현재는 보호종이라 먹을 수 없는 물고기다.
'아언각비'와 '임원십육지'에서도 농어와 꺽정이를 다른 물고기로 봤다. 중국에서 농어는 양반 음식으로 여겨져 고급 요리에 자주 쓰였다. 한국에서는 지역마다 농어를 다르게 부르기도 한다. 경남 통영에서는 ‘농에’, 부산에서는 ‘깡다구’, 전남에서는 ‘깔대기’나 ‘껄떡’, 울릉도에서는 ‘연어병치’, 독도에서는 ‘독도돔’이라 불렀다.
농어의 제철은 여름, 특히 6~8월이다. ‘봄 조기, 여름 농어, 가을 전어, 겨울 동태’라는 옛말처럼, 여름에 잡힌 농어는 살이 올라 맛이 가장 좋다. 지난해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여름 농어는 단백질 함량이 높아 살이 단단하다. 담백하고 깔끔한 맛과 부드러운 살이 특징이다.
농어는 고등어 대비 훨씬 덜 기름지다. 고등어의 지방 함량은 100g당 약 10~15g으로, 진한 고소함과 비릿한 맛이 강하게 난다. 반면, 농어는 지방이 100g당 약 6g으로 적어 깔끔하고 산뜻한 맛이 두드러진다.
광어와 비교하면 농어는 살이 더 부드럽고 섬세한 맛을 낸다. 광어는 쫄깃한 식감으로 씹는 맛이 좋고, 약간의 단맛과 감칠맛이 돈다. 반면 농어는 살이 더 연하고, 씹을 때 부드럽게 풀어진다. 광어가 회로 먹을 때 탄력 있는 식감이 살아난다면, 농어는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부드러움과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농어는 얇게 썰어 회로 많이 즐긴다. 부산, 통영, 여수 등에서는 여름철에 특히 인기가 많다. 회로 먹을 때는 깻잎, 상추, 쑥갓 같은 채소를 곁들이는 게 좋다. 농어는 산성 식품이라 채소가 산도를 중화해 준다.
농어는 찜으로 먹어도 맛이 좋다. 농어 1마리(약 500g)를 손질한 뒤 무 200g, 대파 1대, 양파 1/2개, 간장 3큰술, 고춧가루 1큰술, 다진 마늘 1작은술, 물 200ml를 부어 약 20분간 중불에서 끓이면 된다. 구이는 농어 살을 2cm 두께로 썰어 소금 1작은술, 후추 약간으로 밑간한 뒤 180도 오븐에서 15분간 구우면 된다. 지리탕은 농어 1마리에 물 1L, 무 150g, 된장 1큰술, 소금 약간을 넣고 30분간 끓여 맑은 국물을 내면 된다.
다만, 농어는 뼈가 단단하고 가시가 있어 손질할 때 조심해야 한다. 등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에 뾰족한 가시가 있다. 또한 농어는 힘이 세고 빠르게 움직여 낚싯줄이 끊어질 수 있다.
때문에 튼튼한 줄과 물고기 모양의 미끼(lure)를 써야 한다. 연안에서는 그물로 잡기도 하지만, 어린 농어가 함께 잡힐 수 있어 크기를 꼭 확인해야 한다. 작은 것은 방생하고 꺽정이 등 보호종과 혼동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