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혹한 산불 사연... 숨진 부부, 대문 앞에서 꼭 부둥켜안은 채 발견
2025-03-28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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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와 벽 사이의 좁은 틈에서 발견된 어르신도

경북 지역을 강타한 산불로 인해 참혹한 사연이 잇따르고 있다. 영덕과 청송에서 80대 이상 노인들이 대피하지 못한 채 숨진 채 발견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28일 중앙일보 인터넷판 보도에 따르면 영덕읍 매정1리에 거주하던 80대 노부부는 대피 도중 변을 당했다. 남편 이 모(90) 씨와 아내 권 모(87) 씨는 집 대문 앞에서 꼭 부둥켜안은 채 숨진 모습으로 발견됐다. 이날 오전 영덕읍의 한 장례식장에서 큰아들 이 모(60) 씨는 중앙일보 기자에게 부모가 대피하려다 연기에 질식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화재가 발생한 25일 밤 부모는 조카와의 통화에서 불이 보이지는 않지만 연기가 가득 차 있다고 말한 후 연락이 두절됐다. 이 씨는 부모가 무사히 대피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결국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고 말하며 오열했다.
같은 날 한겨레 인터넷판에 따르면 청송군 진보면 기곡리에서는 82세 노인 ㄱ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집 안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버티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27일 오후 ㄱ 씨는 집에 있던 냉장고와 벽 사이의 좁은 틈에서 발견됐다. ㄱ 씨 아들은 어머니가 극한의 더위를 피하고 연기를 피해 그곳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어머니가 생명을 지키기 위해 마지막까지 버텼을 것이라며 가슴 아파했다.
마을 주민들 역시 ㄱ 씨의 죽음에 깊은 애도를 표했다. 기곡리에서 평생을 살아온 ㄱ 씨는 주민들에게 법 없이도 살 사람이란 말을 들었다. 그가 끝내 대피하지 못하고 집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되면서 마을은 슬픔에 잠겼다.
조 씨는 대피 문자만 조금만 더 빨리 도착했더라면 어머니를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화재 당일 오후 4시 15분 동생이 집을 떠났고, 그때 대피문자가 왔다면 어머니를 대피시킬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강풍으로 인해 불길이 순식간에 마을을 덮쳤고 결국 ㄱ 씨는 이틀 뒤에야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이 집을 다시 수색하면서 주검을 찾을 수 있었다.
한편 산림청 중앙산불방지대책본부는 이날 오후 2시 30분쯤 영덕군 주불 진화를 마쳤다.
이날 산림당국은 영덕 지역에 진화 헬기 26대, 차량 70대, 인력 1천7명을 투입해 주불을 잡는 데 성공했다.
영덩국 산불 사태는 지난 25일 오후 5시 54분쯤 지품면 황장리에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에서 발화한 산불이 번지면서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