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혹한 산불 사연... 숨진 부부, 대문 앞에서 꼭 부둥켜안은 채 발견

2025-03-28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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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와 벽 사이의 좁은 틈에서 발견된 어르신도

지난 22일 경북 의성군에서 시작된 산불이 강풍을 타고 영덕군까지 확산된 26일 오후 화마를 피하지 못한 영덕읍 매정 1리 마을이 쑥대밭으로 변해있다. / 뉴스1
지난 22일 경북 의성군에서 시작된 산불이 강풍을 타고 영덕군까지 확산된 26일 오후 화마를 피하지 못한 영덕읍 매정 1리 마을이 쑥대밭으로 변해있다. / 뉴스1

경북 지역을 강타한 산불로 인해 참혹한 사연이 잇따르고 있다. 영덕과 청송에서 80대 이상 노인들이 대피하지 못한 채 숨진 채 발견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28일 중앙일보 인터넷판 보도에 따르면 영덕읍 매정1리에 거주하던 80대 노부부는 대피 도중 변을 당했다. 남편 이 모(90) 씨와 아내 권 모(87) 씨는 집 대문 앞에서 꼭 부둥켜안은 채 숨진 모습으로 발견됐다. 이날 오전 영덕읍의 한 장례식장에서 큰아들 이 모(60) 씨는 중앙일보 기자에게 부모가 대피하려다 연기에 질식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화재가 발생한 25일 밤 부모는 조카와의 통화에서 불이 보이지는 않지만 연기가 가득 차 있다고 말한 후 연락이 두절됐다. 이 씨는 부모가 무사히 대피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결국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고 말하며 오열했다.

같은 날 한겨레 인터넷판에 따르면 청송군 진보면 기곡리에서는 82세 노인 ㄱ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집 안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버티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27일 오후 ㄱ 씨는 집에 있던 냉장고와 벽 사이의 좁은 틈에서 발견됐다. ㄱ 씨 아들은 어머니가 극한의 더위를 피하고 연기를 피해 그곳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어머니가 생명을 지키기 위해 마지막까지 버텼을 것이라며 가슴 아파했다.

마을 주민들 역시 ㄱ 씨의 죽음에 깊은 애도를 표했다. 기곡리에서 평생을 살아온 ㄱ 씨는 주민들에게 법 없이도 살 사람이란 말을 들었다. 그가 끝내 대피하지 못하고 집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되면서 마을은 슬픔에 잠겼다.

조 씨는 대피 문자만 조금만 더 빨리 도착했더라면 어머니를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화재 당일 오후 4시 15분 동생이 집을 떠났고, 그때 대피문자가 왔다면 어머니를 대피시킬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강풍으로 인해 불길이 순식간에 마을을 덮쳤고 결국 ㄱ 씨는 이틀 뒤에야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이 집을 다시 수색하면서 주검을 찾을 수 있었다.

한편 산림청 중앙산불방지대책본부는 이날 오후 2시 30분쯤 영덕군 주불 진화를 마쳤다.

이날 산림당국은 영덕 지역에 진화 헬기 26대, 차량 70대, 인력 1천7명을 투입해 주불을 잡는 데 성공했다.

영덩국 산불 사태는 지난 25일 오후 5시 54분쯤 지품면 황장리에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에서 발화한 산불이 번지면서 벌어졌다.

경북 의성 산불이 강풍을 타고 영덕으로 확산된 26일 오전 영덕읍 매정 1리 마을에서 주민이 주택에 님아 있는 불을 끄고 있다. / 뉴스1
경북 의성 산불이 강풍을 타고 영덕으로 확산된 26일 오전 영덕읍 매정 1리 마을에서 주민이 주택에 님아 있는 불을 끄고 있다. / 뉴스1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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