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규 나온 '영화제목'이랑 이름이 똑같다…오직 한국서만 산다는 대표적 '물고기'
2025-03-28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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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대표하는 민물고기의 놀라운 정체
1999년 개봉한 영화 '쉬리'는 한국형 블록버스터 시대를 연 작품으로 손꼽힌다. 최민식, 송강호, 김윤진과 함께 주연을 맡은 배우 한석규는 남북 분단이라는 주제를 섬세한 감정선으로 풀어내며 관객의 큰 사랑을 받았다. 그런데 영화 제목과 같은 이름을 가진 실제 물고기가 있다는 사실은 몇몇 사람들에게 여전히 낯설다.

바로 오직 한반도에서만 서식하는 민물고기 '쉬리'에 대한 이야기다.
쉬리는 잉어과에 속하는 민물고기로, 1935년 처음 보고된 이래 우리나라 중남부 하천의 맑고 빠른 물살이 흐르는 여울부 자갈바닥에서 주로 서식한다. 북한 지역을 제외한 대한민국 전역에서 비교적 널리 분포하며, 대표적인 한국 고유종으로 꼽힌다. 외형은 날렵하고 원통형이며 몸길이는 최대 10cm까지 자란다. 머리는 뾰족하고 입은 작으며, 입가에는 수염이 없다. 등지느러미의 시작 지점은 배지느러미보다 약간 앞에 위치하며, 꼬리지느러미는 끝 중앙이 깊이 들어간 모양이다.
쉬리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그 독특한 외형 때문이다. 살아 있을 때 머리와 몸통의 등쪽은 녹갈색과 흑남색을 띠고, 몸 중앙에는 넓은 황색 줄무늬가 뚜렷하다. 이 줄무늬는 주황색과 보라색, 흑색으로 이어지며, 옆줄 아래는 은백색을 띤다. 머리 옆면에는 눈을 지나 아가미 뚜껑까지 이어지는 검은 띠가 있어 더욱 인상적이다. 지느러미에는 두세 개의 검은 줄무늬가 나 있으며, 수족관 조명 아래에서 이 색들이 살아나는 모습은 관상어로서의 가치까지 높인다.

쉬리는 잡식성으로 수서곤충이나 작은 동물을 주로 섭식하며, 보통 무리를 지어 생활한다. 바닥을 기어다니듯 헤엄치는 습성 때문에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조용한 하천의 자갈바닥에서 가끔 그 모습을 드러낸다. 산란기는 4~6월 사이로, 수온이 15도 이상일 때 여울의 자갈이나 큰 돌 밑에 알을 낳는다. 암컷 한 마리는 평균 1100여 개의 알을 낳으며, 알은 두꺼운 난막에 쌓여 보호된다.
쉬리는 조선시대부터 그 아름다움으로 이름이 알려져 있었다. 지역에 따라 '여울각시' '연애각시' '기생피리' 등의 사투리 이름으로도 불리며, 민속과 자연을 잇는 존재로 자리매김해왔다. 관상어로서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으며, 일부 연구자들은 쉬리만의 색상과 체형, 유영 방식이 다른 열대어와 차별된다고 평가한다.
쉬리는 식용보다는 관상이나 연구 목적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잡히는 경우도 있으나 상업적으로 대량 소비되는 어종은 아니다. 한반도 고유종이라는 점에서 보존 가치가 높으며, 생태적·문화적 상징성을 모두 지닌 어종으로 평가받고 있다.
영화 제목으로 먼저 이름을 알렸지만, 그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조용히 한국 하천을 지켜온 진짜 쉬리. 그 이름이 같은 이유만으로 다시금 주목받고 있지만, 실은 한국 생태계 귀중한 구성원이자 아름다움을 간직한 물고기로서 오래도록 기억될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