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으로 번질 뻔한 불, 여행 중이던 소방관이 가까스로 진압했다

2025-03-28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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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목격하고 일반복 차림으로 진화

부산소방재난본부 119종합상황실 소속 정일기 소방위가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     부산소방재난본부
부산소방재난본부 119종합상황실 소속 정일기 소방위가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 부산소방재난본부
경북·경남 지역 산불 피해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전남 구례군에서 산불로 번질 뻔한 화재를 한 소방관이 가까스로 진압한 것으로 전해졌다.

28일 서울경제 보도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후 1시 30분께 휴일을 맞아 가족과 함께 여행 중이던 부산소방재난본부 119종합상황실 소속 정일기 소방위는 전남 구례의 한 주택에서 불이 난 걸 목격했다.

정 소방위가 발견했을 때 불은 이미 화재가 강한 상태인 최성기였고, 인근 지리산으로 번질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정 소방위는 즉시 119에 신고했지만, 현장에 도착한 산악 119지역대는 1명의 소방관만 근무하는 곳이었다. 결국 정 소방위는 그 소방관 1명과 함께 화재를 진화했다.

당시 상황을 담은 사진을 보면 정 소방위가 일반복 차림으로 불을 끄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정 소방위는 "산악 119지역대의 소방관이 혼자 출동해 거센 불길을 진압하는 건 역부족으로 보였다"며 "소방관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권낙훈 119종합상황실장은 "건조한 날씨와 강풍으로 작은 불씨도 대형 산불로 확대되는 가운데 망설임 없이 화재를 진압한 정 소방위에 경의를 표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경북 산불 사태는 골든타임을 맞았다.

밤사이 소량이지만 산불 지역 곳곳에 비가 내렸고, 풍속도 느려져 좋은 진화 환경이 마련됐다. 이에 진화율도 경북 평균 85%까지 올랐다.

이 시기가 지나면 비가 예보된 날도 당분간 없는 만큼 산림 당국도 헬기와 장비, 인력을 최대한 동원해 진화 총력전을 펼 계획이다.

산림청과 각 자치단체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기준 경북 산불의 평균 진화율은 평균 85%를 기록하고 있다.

산불이 처음 발생한 경북 의성군 지역의 진화율은 95%여서 곧 진화가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화선 277㎞ 가운데 263㎞에 대한 진화가 완료됐다.

안동시의 진화율은 85%를 기록 중이다. 화선 171㎞ 가운데 145㎞의 진화가 완료됐다. 청송군의 진화율은 89%다. 전체 화선 187㎞ 중 166㎞ 구간의 진화가 끝났다. 영덕군의 진화율은 65%를 기록하고 있다. 화선 108㎞ 중 70㎞에 대한 진화가 완료됐다.

영양군은 화선 185㎞ 가운데 141㎞에 대한 진화가 완료돼 진화율 76%를 기록하고 있다.

불이 번진 경북 북부에는 지난 밤사이 많은 양은 아니지만 1㎜ 안팎의 비가 내렸고, 풍속도 초속 2∼3m 수준으로 느려지면서 산불이 번지는 속도도 느려졌다. 특히 안동 지역에는 자정이 지난 직후 우산이 필요할 정도의 비가 20분 정도 내리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영양군 등 일부 지역에는 이날 오전에도 소량의 비가 내려 진화에 작은 도움이라도 줄 것으로 보인다.

소량의 비가 내린 데 이어 풍속도 느려진 시기를 놓치지 않고 산림청과 각 자치단체는 이날도 헬기 80대 안팎과 진화 인력을 투입해 완전 진압이 될 수 있도록 모든 힘을 쏟을 방침이다.

가장 많은 수의 헬기가 동원됐던 의성군 현장의 진화율이 가장 높은 만큼 의성 지역 진화가 완료되면 헬기를 다른 곳에 투입할 수 있는 것도 진화 속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각 자치단체는 기대하고 있다.

이번 불로 인명피해만 24명이 발생했고, 산불 영향 구역에 포함된 경북 북부의 면적은 4만5천여㏊인 것으로 파악돼 진화가 완료되면 피해 면적도 역대 최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성묘객 실화로 시작된 경북 북부 산불은 역대 최악의 피해를 불러온 산불이 될 것으로 보인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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