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196도에도 끄덕없다...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포스코의 초격차기술

2025-03-27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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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압도적 기술경쟁력으로 철강업계 삼중고 극복

고망간강 기술을 활용해 건설중인 광양 제2LNG터미널 7호기 탱크 내부 / 포스코
고망간강 기술을 활용해 건설중인 광양 제2LNG터미널 7호기 탱크 내부 / 포스코

포스코가 미국의 보호무역 장벽, 수입산 저가 공세, 환경 규제 부담이라는 삼중고 속에서도 독보적인 철강 기술력을 앞세워 위기를 돌파하고 있다.

한국 철강업계는 최근 미국의 관세 부과와 저가 수입재 유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임기 당시 한국산 철강에 부여됐던 쿼터가 폐지되면서 대미 철강 수출 시장은 무한 경쟁에 놓였다.

각국의 무역 장벽은 높아지고 있지만 국내 시장 방어는 쉽지 않다. 수입산 저가 철강재가 품목을 가리지 않고 국내 시장에 쏟아져 들어와 국내 철강사들의 수익성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 규제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유럽연합(EU)은 2026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본격 시행해 탄소 배출량에 따라 수입 철강 제품에 추가 비용을 부과한다. CBAM 시행 시 EU로 철강을 수출하는 국내 철강업체들은 추가 비용으로 가격 경쟁력이 약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포스코그룹은 초격차 철강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그룹 시너지를 활용해 에너지 인프라 시장에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LNG 관련 생산, 운송, 저장, 판매, 건설에 이르는 글로벌 밸류체인 확장에 힘쓰고 있다. 특히 LNG 시장에서 포스코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극저온 고망간강과 이를 세계 최초로 적용해 포스코이앤씨가 건설한 포스코인터내셔널의 LNG 터미널이 대표 사례다.

포스코는 고망간강으로 LNG 밸류체인 확장에 기여하고 있다. LNG는 천연가스에서 불순물을 제거하고 -163℃에서 약 600분의 1로 압축 및 액화해 선박으로 운반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이를 대량 운반 및 저장하려면 극저온성과 고강도, 내마모성이 요구된다. 매우 낮은 온도에서 액체 상태를 유지하려면 극저온인성이 필수이고, 저장 탱크나 운반 중 강한 압력과 외부 충격을 견디려면 고강도와 내마모성이 필요하다. 기존 LNG 탱크용 소재는 주로 니켈, 알루미늄 같은 고가 합금소재가 사용됐지만, 니켈은 일부 국가에서만 생산돼 공급이 불안정하고 가격 변동성이 크며, 까다로운 작업 공정과 낮은 강도 같은 단점이 있었다.

포스코는 2008년부터 고망간강 개발에 착수했다. 당시 망간 합금 시장에서 고망간강은 기술적으로 구현이 어려운 제품이었다. 강철에 망간을 첨가하면 내마모성과 강도가 높아지지만, 소재 특성상 밀도가 높아 단단하지만 부서지기 쉬웠다. 하지만 포스코는 수십 년간 축적한 기술 노하우를 바탕으로 제어압연과 냉각 기술을 통해 망간을 포함하면서도 강도가 우수한 제품을 개발했다. 포스코의 고망간강은 철에 망간 22.5~25.5%를 첨가해 영하 196도 극저온에서도 우수한 기계적 특성을 나타내며, 고강도와 내마모성도 갖췄다. 이 소재는 강도가 높으면서 연신율도 우수다. 더욱이 망간은 매장량이 풍부하고 가격이 저렴해 기존 9% 니켈강 대비 약 30% 저렴하다. 고망간강이 철강업계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이유다.

고망간강은 LNG 저장 및 운송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광양 LNG 터미널 5, 6호기에 적용됐으며, 현재 공사 중인 7, 8호기에도 사용되고 있다. 고망간강은 LNG 터미널 내조 탱크에 적용돼 영하 163℃의 LNG를 직접 담는다. 또한 2017년 세계 최초로 LNG 추진선 ‘그린아이리스’호 연료탱크에 고망간강을 적용했고, 2022년에는 양산화와 가공성 검증을 마친 후 한화오션의 초대형 원유운반선에 LNG 연료탱크를 탑재했으며, 지난해에는 컨테이너선에도 적용했다.

포스코가 고망간강의 연구와 사용을 확대한 데는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크게 기여했다. 장 회장은 학생 시절 조선해양공학을 전공하고 철강 연구원 생활을 통해 조선과 철강 분야에 깊은 이해를 갖췄다. 특히 장 회장은 고망간강을 육상 및 선박용 저장탱크에 실제 적용해 판매 확대에 기여할 수 있는 실적을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장 회장은 포스코 부사장 재임 당시인 2017년 광양 LNG 터미널 5호기 건설이 결정됐을 때 고망간강을 적용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포스코 소재의 실적을 만들어 시장을 개척하자는 전략과 함께 포스코 소재를 활용해 포스코이앤씨가 건설하고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운용하면 그룹 시너지가 극대화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또한 장 회장은 LNG 추진선의 LNG 연료탱크에 고망간강을 적용해 선박용 신수요를 이끌어냈다. 한화오션이 고망간강을 LNG 추진선에 적용할지 고민할 때 장 회장은 한화오션 경영진을 직접 만나 고망간강의 안전성을 설명하며 적용을 이끌어냈다.

포스코를 비롯한 국내 철강업계는 미국의 보호무역 장벽, 중국의 저가 공세, 환경 규제 부담이라는 삼중고를 극복하기 다각적인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포스코는 압도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소재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더 나아가 그룹 차원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한편, 글로벌 시장에서의 지속가능한 경쟁력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다.

후판공장 내 생산을 마친 고망간강 후판제품 / 포스코 제공
후판공장 내 생산을 마친 고망간강 후판제품 / 포스코 제공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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