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국내 최대 원자력발전소 위치한 울진까지 위협 '초비상'
2025-03-27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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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 안 멈추면 국내 최대 LNG기지 있는 삼척으로 갈 가능성 배제 못해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불길이 메마른 서풍을 타고 동해안 쪽으로 빠르게 번지면서 영덕을 지나 경북 동해안 최북단 울진까지 위협하고 있다. 불길이 멈추지 않고 북쪽으로 간다면 다음 행선지는 강원 동해안 최남단 삼척이 될 수도 있다. 울진엔 원자력발전소가, 삼척엔 LNG기지가 있다.
뉴스1에 따르면 27일 오후 3시 기준 경북 산간 영양군과 동해안 영덕군의 진화율은 10%대에 머물고 있다. 불길이 메마른 서풍을 타고 동쪽으로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현지 기상 상황은 더 나쁘다. 기상청 등에 따르면 28일 영덕에서 최대 초속 15m의 강한 서풍이 불 것으로 예보돼 있다.
의성 산불이 시작된 지 엿새째인 이날 경북 동해안에 비 소식이 있지만, 1~5mm 정도의 '찔끔비'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같은 시간 불길은 울진군 경계까지 14㎞까지 번졌다. 불이 울진군까지 번진다면 바로 옆 강원 삼척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실제 2022년 3월 강원 동해안 일대를 덮친 대형 산불은 울진 북면에서 시작돼 도 경계를 넘어 삼척으로 번졌다.
울진엔 국내 최대 규모의 원자력발전소인 한울원자력발전소가, 삼척엔 국내 최대 규모의 LNG 생산기지인 삼척 LNG 생산기지가 있다. 이처럼 주요 산업 시설이 밀집해 있어 우려가 크다.
뉴스1에 따르면 일부 전문가는 당시 산불로 울진과 삼척 경계 산림이 모두 타버려 강원 동해안을 위협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타버린 산림이 오히려 '장거리 방화선'을 만든 셈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이 시기 강한 서풍 영향권에 있는 강원 동해안 특성상 모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말하는 다른 전문가들도 있다.
채희문 강원대 산림환경과학대학 산림과학부 교수는 뉴스1 인터뷰에서 산불은 결국 기후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다면서 산불이 나면 불씨가 10㎞ 이상 날아가기 때문에 불이 탈 연료가 있느냐는 크게 상관없다고 했다.
그는 바람 방향이 어떻게 바뀌느냐, 불을 끌 비가 내리느냐에 달렸다면서 기상 상황을 잘 살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불이 동해안으로 북상하면서 영덕, 울진과 가장 가까운 삼척 지역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삼척시는 이날 보도자료 등을 통해 산불 예방을 위한 시민 홍보에 나섰다.
삼척시 관계자는 뉴스1에 강풍과 건조한 날씨로 산불 위험이 매우 높다면서 영농 부산물이나 쓰레기 소각을 절대 하지 말고 야외 활동 시 불 사용을 최대한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2005년 대형 산불 피해를 겪은 양양군도 다음달 1일부터 5월 18일까지 48일간을 '대형 산불방지 특별대책기간'으로 정하고 산불 예방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양양에선 2005년 4월 4일 대형 산불로 임야 973㏊가 타며 394억 원의 재산 피해와 376명의 이재민이 생겼다. 특히 당시 산불로 '천년고찰' 낙산사 전각 대부분이 사라졌다.
군 관계자는 논과 밭의 두렁이나 영농폐기물의 소각을 자제하고 산림 근처에선 특히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