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산불 방화범에게 사형 선고... 15세에게 배상금 418억 물리기도
2025-03-27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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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산불 방화범 중 징역형은 고작 5.26%

경남 산청·하동군, 경북 의성군, 울산 울주군 등 영남권을 중심으로 지난 21일부터 발생한 대형 산불로 전국에서 26명이 사망하고 30명이 다치는 등 인명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산림피해 면적이 역대 최대 규모에 이른다.
2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기준 의성군에서 22명이 사망하고 19명이 다쳤으며, 산청군에서 4명이 사망하고 9명이 부상을 당했다. 울주군 온양읍에서는 부상자 2명이 나왔다. 이렇게 전체 인명 피해는 사망 26명, 부상 30명으로 총 56명에 이른다.
불에 탄 산림 면적은 이날 오전 5시 기준 3만 6009㏊다. 이는 2000년 동해안 산불 피해 규모인 2만3794㏊를 훨씬 뛰어넘어 역대 최대 규모다. 축구장 면적(0.714㏊) 약 5만 개에 해당하는 규모이자 서울시 전체 면적(6만576㏊)의 절반을 훌쩍 넘는 규모다.
이번 의성군 산불은 성묘객의 실화로 시작됐고, 산청은 예초기에서 튄 불씨, 울주는 용접 작업 중 발생한 불씨, 옥천은 쓰레기 소각으로 인한 화재, 김제는 성묘객의 부주의로 비롯된 실수 등 모두 ‘실화’가 원인이다. 지역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사람의 부주의가 공통된 발화 요인으로 지목됐다.
산불 실화는 과실로 발생했더라도 산림보호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또 민법 제750조에 따르면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도 져야 한다. 반면 고의로 산불을 낸 방화 가해자는 최대 7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에 처해 훨씬 엄중한 처벌을 받는다.
하지만 산불 가해자를 잡아도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날 산림청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5년 3월까지 최근 5년간 산불 가해자 검거율은 2021년 37.8%, 2023년 45.1%, 올해 1~3월 46.1%다. 10명 중 약 4명을 검거한 셈이다.
5년간 가해자 총 817명 중 징역형(집행유예 포함)을 받은 사람은 5.26%인 43명, 벌금형은 19.8%인 162명이다. 지난해에는 가해자 110명 중 징역형을 받은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 벌금형 8명, 기소유예 13명, 내사종결 9명이고, 나머지 80명은 혐의 없음, 구약식, 기소중지, 사회봉사명령, 처리 진행 중 등 기타 처분을 받았다.
이에 따라 가해자 검거율을 높이고 처벌을 강화해 인재로 인한 산불을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실제 2017년 3월 강릉 옥계 산불에서는 담배꽁초를 버려 산림 244㏊를 태운 약초 채취꾼 2명이 검거됐을 당시 법원은 각각 징역 6개월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019년 고성군 산불에서는 전신주 관리 소홀로 불이 났다는 혐의로 기소된 한국전력 전·현직 직원 7명이 1~2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전선이 끊어져 불이 났지만, 업무상 과실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해외 사례를 보면 처벌이 훨씬 엄격하다. 2013년 미국 법원은 캘리포니아에서 산불을 일으켜 5명을 숨지게 한 방화범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방화범은 고의로 불을 질러 주거지와 숲을 파괴했다. 불은 빠르게 번져 소방 당국이 진압에 나섰지만, 5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수백 명이 대피해야 했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은 피고가 계획적으로 방화를 저질렀다고 주장했고, 배심원단은 사형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이 사건은 미국에서 산불 방화에 대한 가장 강력한 처벌 사례로 기록됐다.
2017년에는 장난으로 폭죽을 던져 여의도 면적 약 23배인 6만7000㏊의 산림을 태운 15세 소년에게 미국 법원이 약 418억 원의 배상금을 명령했다. 당시 화재는 오리건주 컬럼비아 강 협곡에서 발생했다. 소년은 친구들과 함께 불법으로 폭죽을 터뜨렸다. 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 탓에 불은 삽시간에 퍼졌다. 화재는 48일간 이어졌고, 150명 이상의 소방관이 투입돼 진압에 나섰다. 법원은 소년에게 배상금 외에도 5년간 보호관찰과 1920시간의 지역사회 봉사를 명령했다. 피해 지역 주민들은 여전히 복구 비용과 생태계 손실로 고통받고 있다.
이번 산불 사태로 인해 총 3만 7185명이 거주지에서 대피했다. 2만 485명이 귀가했지만 1만 6700명은 여전히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