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이 먹어도 너무 먹어서 해외서 어획량 조절 중인 해산물

2025-04-04 16:16

add remove print link

한국인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해산물

한국에 수출하는 골뱅이를 잡고 있는 아일랜드 어민. / 'Captain Andrian' 유튜브
한국에 수출하는 골뱅이를 잡고 있는 아일랜드 어민. / 'Captain Andrian' 유튜브

골뱅이는 한국에서 통조림이나 무침으로 널리 소비되는 연체동물이다. 동해안에서 주로 서식하지만 국내 생산량으로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대량 수입하고 있다. 특히 영국 북해에서 잡히는 골뱅이는 한국산보다 크기가 1.5배 정도 크고 식감이 더욱 쫄깃한 것으로 유명하다.

아일랜드 어민이 잡은 골뱅이. / 'Captain Andrian' 유튜브
아일랜드 어민이 잡은 골뱅이. / 'Captain Andrian' 유튜브

북해의 푸른 물결을 가르며 영국 어선들이 통발을 건져 올리는 이유는 단 하나. 골뱅이에 대한 한국인들의 사랑 때문이다. 정작 영국인들은 안 먹는 이 바다 생물을 한국은 매년 5000톤 이상 수입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한국인들이 골뱅이를 너무 먹어서 자원 고갈 우려가 발생한 것. 그래서 영국 정부는 부랴부랴 규제에 돌입했다.

한국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영국 어장의 골뱅이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들 위험에 처하자 영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규제를 도입했다.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는 2.4cm 미만의 작은 골뱅이 어획을 전면 금지한 것이고, 둘째는 어획 가능 해역을 기존 연안에서 6마일(약 9.6km) 이상 떨어진 먼바다로 제한한 것이다.

영국 환경식품농무부(DEFRA)는 지난해 4월 1일자 해양수산규제개정안(Marine Fisheries Amendment 2024)을 통해 골뱅이 어획에 대한 전면적인 규제 강화에 나섰다. 이번 규제는 2023년 12월 15일 예고한 내용을 구체화한 것으로 영국 해양수산자원 보호를 위한 일환이다.

규제의 첫 번째 핵심 내용은 포획 가능한 골뱅이의 최소 크기를 기존 20mm에서 25mm로 상향 조정한 것이다. 이는 어린 개체의 포획을 막아 자원 회복을 도모하기 위한 조치다. 위반 시 마리당 5파운드(약 9400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현장에서는 어획물의 10%를 표본 추출해 크기를 측정해야 한다. 기준 미달 개체가 15% 이상 발견될 경우 해당 선박의 전체 어획물을 압수하는 강력한 단속이 진행 중이다.

두 번째로 도입된 것은 어획 구역 제한이다. 새 규정에 따라 모든 골뱅이 어선은 해안선으로부터 6해리(약 11.1km) 밖의 해역에서만 어획 활동을 해야 했다. 어획 구역은 지난 1월 1일부터 12해리(약 22.2km)로 더욱 확대됐다. 구역 위반 시 첫 적발 때는 경고 조치를, 두 번째 적발 시에는 30일간 어업 면허 정지 처분을 받게 된다. 특히 영국 해양경찰청은 위성추적장치(VMS)를 통해 모든 어선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세 번째 중요한 규제는 어획 시기 제한이다. 골뱅이의 번식기인 4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는 전면적인 어획 금지 조치가 시행된다. 또한 성장기가 지난 10월부터 12월까지는 선박당 일일 어획량을 2톤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 기간에 초과 어획을 하다 적발되면 초과분에 대해 kg당 3파운드(약 5680원)의 추가 과징금이 부과된다.

네 번째로 어구 규격에 대한 엄격한 기준이 마련됐다. 새 규정에 따라 골뱅이 통발(포트)의 망목 크기는 50mm 이상이어야 하며,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어선 검사에서 불합격 처리된다. 또한 모든 통발에는 반드시 탈출구(escape gap)를 설치해야 하는데, 그 크기는 최소 40mm×80mm로 규정하고 있다. 어구 규격 위반 시 해당 어구는 즉시 압수되며 500파운드(약 94만원)의 행정 벌금이 부과된다.

다섯 번째로 도입된 것은 어획 보고 시스템의 전면 개편이다. 이제 모든 어선은 어획을 마친 후 24시간 이내에 온라인 시스템(Fish Online Service)을 통해 정확한 어획량, 어획 위치, 어구 종류 등을 보고해야 한다. 보고를 지연할 경우 하루에 100파운드(약 18만 9400원)의 지연 벌금이 부과되며, 허위 보고 적발 시 최대 1년간 어업 면허 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여섯 번째 조치로 영국 해양수산청은 모든 골뱅이 어선에 대해 의무적인 위성추적장치(VMS)와 전자어획일지(eLogbook) 설치를 의무화했다. 이 장비들은 어획 활동을 실시간으로 기록하며, 데이터는 영국 해양자원관리센터에 자동 전송된다. 장비 미설치 시 선박당 2000파운드(약 378만원)의 벌금이 부과되며, 장비를 고의로 조작한 경우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일곱 번째로 새롭게 도입된 것은 '책임어업인증제도(RFA)'다. 이 인증을 받지 않은 어선은 골뱅이를 어획할 수 없으며,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어선 소유주와 선원 모두가 20시간의 지속가능한 어업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또한 인증 유지를 위해 매년 1회 선박 검사와 2회의 현장 점검을 통과해야 한다. 인증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최대 3년간 인증이 취소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영국 정부는 한국 수출용 골뱅이에 대해 별도의 검역 강화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모든 수출용 골뱅이는 영국 환경식품농촌부(Defra) 산하 기관인 APHA(Animal and Plant Health Agency)의 검사를 받아야 하며, 검역증명서 없이 수출할 경우 해당 업체는 최대 5년간 수출 자격을 정지당할 수 있다. 특히 수출용 골뱅이는 반드시 -18℃ 이하에서 72시간 이상 냉동 보관해야 하는 새로운 규정도 추가됐다.

이러한 규제들은 영국 해양경찰청과 환경청 합동 단속반에 의해 엄격히 시행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총 347건의 위반 사례가 적발됐으며, 이 중 12건은 법원에 회부돼 최고 1만 파운드(약 1893만원)의 벌금형이 선고됐다. 영국 정부는 이번 규제가 골뱅이 자원 보호와 지속가능한 어업을 위한 필수 조치라고 강조하며, 앞으로도 필요시 추가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규제 영향은 즉각 나타났다. 소형 어선을 운영하는 어민들은 연료비 증가와 어획량 감소로 타격을 입었다. 실제 일부 소규모 어업인들은 어획량이 20~30% 줄었다고 토로했다. 반면 대형 어선들은 비교적 쉽게 먼바다로 이동할 수 있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 수입업체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골뱅이 통조림 제품의 가격을 15%가량 인상해야 했지만 여전히 영국산 골뱅이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지 못하고 있다.

골뱅이는 한국인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특별한 해양 생물이다. 북대서양과 북해의 차가운 바다에 서식하는 복족류 연체동물이다. 성체의 크기는 보통 4~6cm인데, 영국 북해에서 서식하는 골뱅이는 한국산보다 크기가 1.5배 정도 크고 식감이 더욱 탱탱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AI 툴로 제작한 이미지.
AI 툴로 제작한 이미지.

골뱅이는 모래나 펄이 많은 해저에서 주로 서식하며 죽은 물고기나 다른 연체동물을 먹고 사는 청소동물의 역할을 한다. 이들의 독특한 생김새는 뾰족한 입 부분과 두툼한 다리로 구성되어 있으며, 머리에는 두 개의 더듬이가 있다. 이 더듬이 끝에는 작은 눈이 있어 주변을 탐색할 수 있다. 껍데기 표면에는 나선형의 홈이 패여 있어 물의 저항을 줄이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한국에서 유통되는 골뱅이는 주로 통조림으로 가공돼 소비된다. 살을 꺼내면 연한 베이지색을 띠며 씹을수록 고유의 단맛과 쫄깃한 식감이 느껴진다. 이 독특한 식감은 골뱅이가 서식하는 수온이 낮은 북해 환경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운 바다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달한 근육 조직 때문이다. 영국산 골뱅이는 특히 동해안에서 잡히는 국내산보다 더욱 탄력 있는 식감으로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골뱅이는 한국에서 주로 안주로 소비된다. 매콤한 양념과 함께 무쳐낸 골뱅이무침은 국민 안주로 자리 잡았다. 또한 냉동 상태로 유통돼 볶음, 전골 등 다양한 요리로도 활용된다.

골뱅이 무침 / 픽사베이
골뱅이 무침 / 픽사베이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