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된 참사...숨진 '평균 61세' 산불진화대원들 처우 알려지자 분노 터져나온 이유

2025-03-27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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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용 아닌 건설용 안전모 지급...산불예방진화대원 열악한 처우 비판 잇따라

산불에 희생된 3명의 산불예방진화대원이 기본적인 안전용구도 지급받지 못한 채 현장에 투입됐다가 변을 당한 사실이 알려져 예견된 참사였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6일 오후 경북 의성군 신평면 교안리 산불 현장에 투입된 헬기가 추락해 소방대원들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 뉴스1
26일 오후 경북 의성군 신평면 교안리 산불 현장에 투입된 헬기가 추락해 소방대원들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 뉴스1

지난 21일 오후 경남 산청군 시천면에서 시작한 산불 진화 현장에 투입됐다가 사망한 산불예방진화대원들이 신체를 보호하는 방염텐트도 지급받지 못하고 건축공사에서 쓰이는 안전모를 쓴 채 현장에 투입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산불로 숨진 산불예방진화대원은 3명이다. 이들은 예상치 못한 역풍으로 고립되면서 변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창녕군청 등 지방자치단체 소속 기간제 노동자로 알려졌다.

예방진화대는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하는 진화 인력이다. 산림청과 지자체는 '공공근로 직접 일자리 사업'의 재정지원을 받아 저소득 고령층을 우선 선발하기 때문에 예방진화대의 평균 연령은 61세다.

예방진화대원은 지자체 소속으로 보통 6~7개월 계약을 맺는다. 보통 산불 예방 기간인 11월부터 다음 해 5월까지 계약직으로 일하며 최저임금 기준으로 일당 8만 240원을 받는다. 지난 2월 기준 예방진화대는 전국에 9604명 배치돼 있다. 그중에서도 산불이 잦은 강원특별자치도에 1118명이 가장 많이 배치돼 있으며 경상남도 1071명, 경상북도 1077명 등이 소속돼 있다. 지방산림청에 배치된 산림청 소속 예방진화대는 1405명이다.

이들은 평상시 산불 감시 초소에서 주로 산불 감시 업무를 맡지만 큰불이 나면 산불재난특수진화대와 함께 역할을 나눠 일한다. 산불재난특수진화대가 주불을 진압하면 예방진화대가 잔불을 진화하는 식이다.

경남 산청·하동 산불 엿새째인 26일 산청군 시천면 동당리 일대에서 산청군 산불진화대원들이 방어선 구축 작업 중 휴식을 취하고 있다. / 산청군 제공
경남 산청·하동 산불 엿새째인 26일 산청군 시천면 동당리 일대에서 산청군 산불진화대원들이 방어선 구축 작업 중 휴식을 취하고 있다. / 산청군 제공

그러나 이번 산불로 숨진 예방진화대원들에 대한 처우가 열악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25일 매일노동뉴스에 따르면 사망자들은 산불이 진행 중인 산 중턱까지 올라가 진화 작업에 나섰으나 사전에 적절한 안전용구도 지급받지 못했을뿐더러 충분한 훈련도 받지 못했다.

신현훈 공공운수노조 산림청지회장은 "저희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이들은 불길에 휩싸일 때 신체를 보호하는 방염텐트조차 받지 못했고 안전모도 소방용이 아닌 건축공사에 쓰이는 것이 지급돼 안전모가 다 녹아내렸다고 한다"라며 "낙엽을 헤쳐 잔불을 끄는 불갈퀴 정도만 들고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매체에 밝혔다.

신 지회장은 "지급된 장비 수준을 고려하면 산불이 번지는 상황에서 왜 (이들의) 투입을 결정했는지 모르겠다"라며 "이해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경남 산청·하동 산불 엿새째인 26일 산청군 시천면 동당리 일대에서 산청군 산불진화대원들이 방어선 구축 작업 중 휴식을 취하고 있다. / 산청군 제공
경남 산청·하동 산불 엿새째인 26일 산청군 시천면 동당리 일대에서 산청군 산불진화대원들이 방어선 구축 작업 중 휴식을 취하고 있다. / 산청군 제공

이를 접한 'X'(옛 트위터) 네티즌들은 "우리 아빠도 산불진화사업 하셨는데 산불 생기면 그냥 맨몸에 물 20키로 짊어지고 가서 불 끄는 거다. 지자체에서 6개월~1년 단위 계약직으로 뽑는 복지사업인데 시늉만 하면 된다고 여기고 장비 제대로 주는 거 본 적 없다", "우리 아빠도 산불진화대원인데 정말 가슴이 무너진다. 퇴직하신 분들에게 취업 기회 주는 걸로 산불진화대원 뽑는 거라서 진화대원들은 다 어르신들인 걸로 알고 있다. 아빠랑 매일 통화하면서 조심 또 조심하라고 당부하는데도 걱정이 된다", "방화복 대신 방수복을 입고 열악한 환경에서 사투하다 소방관 6명이 순직한 홍제동 사건으로부터 24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사람들이 적절한 장비 없이 사지로 몰려서 죽는다" 등 안타까운 반응을 보였다.

현직 소방대원들도 이들의 죽음과 관련해 충분한 안전 교육을 받지 못한 인력이 국가급 재난 현장 수습에 투입되는 것이 적절하냐는 의문을 표하고 있다.

전문적인 소방대원은 입직 후 소방학교에서 화재, 방화, 자기 보호에 대한 교육을 5개월간 받고 화재 현장에 투입된다. 소방관들은 교육 과정에서 위험을 감지하고 탈출하는 방법과 위험에 처한 동료를 구하는 방법 등을 필수적으로 배워야 하는데 이번 산불 진화에 투입됐다가 희생된 사망자들이 그런 교육을 받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산림청의 2025년도 산림청 직접일자리사업 종합지침에 따르면 이들이 업무에 투입되기 전 받는 교육은 10시간에 불과하다. 신 지회장은 "산림청 공무직인 진화대원들도 신규 채용자의 경우 제대로 된 교육이 없이 재난 재해 현장에 투입되는데 지자체 소속은 더욱 열악할 것"이라며 "안전교육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고용노동부는 이번 산불로 숨진 공무원과 산불예방진화대원들의 사망과 관련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화재 진화 업무를 수행하다 사망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에 산업재해로 보고 있다"라며 "진압 이후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관련 사항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노동부는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과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가 제대로 갖춰졌는지 등을 살펴볼 예정이다. 조사 대상은 특정할 수 없지만 공무원과 산불예방진화대원이 창녕군 소속인 만큼 창녕군청 등이 대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home 한소원 기자 qllk338r@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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