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영원한 '벤버지' 벤투, UAE 경질 소식 전해지자 정몽규 회장이 남긴 말

2025-03-26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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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KFA 회장 “경질 소식 듣고 놀라”

아랍에미리트(UAE) 축구협회가 북한과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A조 8차전에서 2-1로 승리한 직후인 26일(한국시간) 공식 채널을 통해 파울루 벤투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 전원 해임을 발표했다.

(왼쪽) 벤투 감독과 (오른쪽) 정몽규 회장 사진 / 뉴스1
(왼쪽) 벤투 감독과 (오른쪽) 정몽규 회장 사진 / 뉴스1

이날 경기에서 UAE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프린스 빈 파드 스포츠시티에서 북한을 상대로 2-1 승리를 거뒀다. 승점 13점으로 A조 3위에 오른 UAE는 월드컵 본선 직행 티켓을 놓고 2위 우즈베키스탄(승점 17)과 경쟁 중이다. 이미 선두인 이란(승점 20)은 남은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조기 본선 진출을 확정 지었다.

UAE 입장에서는 남은 두 경기에서 우즈베키스탄을 추격하거나, 혹은 3~4위가 참가할 수 있는 4차 예선에서 다시 한번 기회를 엿봐야 하는 상황이지만 결국 축구협회는 월드컵 도전의 중대 국면에서 벤투 감독을 내보내기로 결정했다.

벤투 감독의 경질 소식이 전해지자 정몽규 대한축구협회(KFA) 회장도 개인 SNS를 통해 “한국 축구 대표팀과 함께하면서 좋은 추억을 만들어준 벤투 감독이 UAE에서 경질됐다는 소식을 듣고 놀랐다. 그래도 밝은 미래를 기원해본다”라며 “앞으로 벤투 감독에게 밝은 미래가 펼쳐지길 응원한다”라는 해시태그를 덧붙이며 그를 향한 격려의 뜻을 전했다.

정몽규 신임 회장이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제55대 축구협회장 선거에서 당선 후 당선증을 받기 위해 단상을 오르고 있다. / 뉴스1
정몽규 신임 회장이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제55대 축구협회장 선거에서 당선 후 당선증을 받기 위해 단상을 오르고 있다. / 뉴스1

벤투 감독은 2023년 7월 9일 UAE 대표팀 지휘봉을 잡으며 3년 계약을 체결했다. 본래 2026년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을 목표로 장기 플랜을 구상했으나 1년 8개월의 임기를 남긴 시점에서 결국 중도 해임됐다. 부임 직후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에서 4-1로 대승을 거두며 산뜻하게 출발했던 그는, 2023년 11월부터 시작된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에서 6경기 5승 1무를 올려 H조 1위로 최종예선에 진출하는 성과를 냈다.

그러나 최종예선에서 상황이 급변했다. 지난해 11월 카타르를 5-0으로 완파하며 주목받았으나 지난 20일 이란과의 원정 경기에서 0-2로 패하며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됐다. 여기에 북한과의 맞대결에서 후반 추가시간 극장골로 가까스로 이긴 것도 팀 전력이 한계를 드러냈다는 비판을 야기했다.

또 다른 마이너스 요인은 지난해 1월 카타르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성적이었다. 당시 UAE는 조별리그에서 1승 1무 1패로 어렵사리 16강에 진출했지만 타지키스탄과의 경기에서 승부차기 끝에 탈락했고 이 과정에서 벤투 감독은 주전 공격수 알리 마브쿠트를 제외한 선발 운용 등으로도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결국 벤투 감독은 UAE에서 치른 총 26경기에서 14승 5무 7패, 약 53.9%의 승률을 기록했지만 아시안컵 조기 탈락과 월드컵 3차 예선 중·후반기 부진이 겹치며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 벤투 체제에서 거둔 성적은 전임 감독들에 비해 나쁘지 않았다는 시각도 있으나 월드컵 진출이 걸린 중요한 시점에서 팬들의 신뢰를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아랍에미리트 파울루 벤투 감독이 지난해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팔레스타인과 아랍에미리트와의 경기에서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다.   / 뉴스1
아랍에미리트 파울루 벤투 감독이 지난해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팔레스타인과 아랍에미리트와의 경기에서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다. / 뉴스1

한편 벤투 감독은 2018~2022년까지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을 이끌었다. 벤투는 '2019 EAFF E-1 풋볼 챔피언십' 우승, ;2022 EAFF E-1 풋볼 챔피언십; 준우승을 이뤘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여러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12년 만에 한국의 16강 진출을 이뤄냈다. 당시 한국은 우루과이와 0-0 무승부를 거두고 조 최하위로 평가받던 가나에게 2-3 역전패를 당하면서 16강 진출의 희망이 흐릿해졌다. 이런 상황 속에서 벤투 감독이 가나와의 경기가 끝나고 심판 판정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하다 퇴장 당했고 가장 중요한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 포르투갈 전에서 벤치에 앉아 있을 수 없게 됐다.

결국 벤투는 포르투갈 경기를 관중석에서 지켜봐야 했고 세르지우 코스타 수석 코치가 감독의 역할을 대신했다. 한국이 16강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축구 스타 호날두가 속해있는 포르투갈을 반드시 이기고 우루과이가 가나를 이겨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이에 국내 축구 팬들은 물론 해외에서도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힘들 것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여러 악재 속에서 시작된 포르투갈과의 마지막 경기는 그야말로 기적이었다. 전반전 시작과 동시에 선제골을 내줬지만 전반 27분 김영권이 동점골을 만들고 후반 추가시간 황희찬이 극적인 역전골을 만들며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렇게 까다로운 경우의 수 조건 중 하나를 충족한 대표팀은 경기가 끝나고 우루과이와 가나의 경기를 초조하게 기다렸다.

우루과이는 가나를 상대로 2-0 앞서고 있었지만 한국이 포르투갈에 승리하자 다득점에서 앞서기 위해 한 골이 더 필요해졌다. 이에 우루과이는 가나를 상대로 맹공격을 퍼부었지만 가나의 끈질긴 수비로 결국 경기는 그대로 2-0으로 종료됐고 덕분에 한국은 무사히 16강에 진출할 수 있었다.

까다로운 경우의 수를 모두 뚫고 16강 진출을 이뤄낸 벤투를 향해 국내 축구팬들은 벤투와 아버지의 합성어인 '벤버지'라는 애칭을 붙이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벤투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역대 최장기간 재임한 외국인 감독으로 이름을 남기기도 했다.

파울루 벤투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2022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관중석에 앉아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 뉴스1
파울루 벤투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2022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관중석에 앉아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 뉴스1
home 용현지 기자 gus88550@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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