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굴비랑 맛 비슷한데…가격이 훨씬 저렴하다는 '가성비' 최고의 한국 생선

2025-03-26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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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만큼 맛있고 저렴한 숨은 보석

한국인의 밥상에서 빠질 수 없는 생선 조기. 말린 상태의 굴비로 불리는 이 고급 생선은 특유의 감칠맛과 식감으로 오랜 시간 사랑받아 왔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아 자주 올리기엔 부담스러운 음식이 됐다. 하지만 조기 못지않은 맛에 가격은 훨씬 저렴한 생선이 있다. 바로 '황석어'다. '황강달이'로도 불리는 이 생선은 크기는 작지만 맛은 결코 작지 않은 가성비 최고의 생선으로 평가받는다.

자료사진. 민어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 황석어. / 유튜부 '입질의추억TV jiminTV'
자료사진. 민어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 황석어. / 유튜부 '입질의추억TV jiminTV'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황석어는 농어목 민어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로, 참조기·민어 등 몸값 높은 생선들과 같은 족보다. 황해와 남해 일대에 서식하며, 중국과 대만 등지에도 분포한다. 몸길이는 보통 9~15cm 정도로, 옆으로 납작한 몸에 암황색을 띤다. 배 부분은 연한 황금빛이고, 꼬리자루가 급격히 가늘어지는 형태를 띤다. 이 때문에 얼핏 보면 조기 새끼와 혼동하기도 한다. 실제로 조기 치어와 함께 어획되는 경우가 많아 구별이 쉽지 않다.

황석어는 오래전부터 우리 밥상에서 귀한 음식으로 여겨져 왔다. 조선 시대 문헌에도 황석어에 대한 기록이 자주 등장한다. 허균의 '성소부부고'에는 "서해에 모두 있으나 아산 것이 아주 좋으며, 지지면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고 적혀 있다. 이 생선은 충청도 일대에서 '황세기' 혹은 '황색이'라고 불리며, 서울로 올라가 상류층 밥상에 오를 만큼 귀한 생선으로 취급됐다.

황석어는 조리법도 다양하다. 5~6월에 잡히는 제철 황석어는 살이 오르고 뼈가 억세지 않아 조림이나 탕으로 먹기 좋다. 고사리나 무를 밑에 깔고 자작하게 끓이면 국물은 깊고 맛은 고소하다. 튀김 요리로도 제격이다. 크기가 작고 뼈가 연해 통째로 튀겨 먹어도 부담이 없다. 아이들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생선이다.

자료사진. 황석어. / 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자료사진. 황석어. / 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젓갈로도 활용된다. 특히 5월 말에서 6월 초에 잡히는 황석어로 담근 젓갈은 삭힐수록 감칠맛이 배어 나와 조미료처럼 활용되기도 한다. 쌀뜨물에 살짝 씻어 고춧가루, 마늘, 매실청 등으로 무치면 밥도둑 반찬으로 변신한다. 멸치젓 대신 김장용 국물용 재료로도 쓰이며, 김치에 깊은 맛을 더한다.

황석어는 조기보다 가격이 훨씬 저렴하다. 1상자 2~3만 원이면 살 수 있어, 바다 맛을 아는 주부들에게는 제철 생선으로 꾸준히 사랑받는다. 특히 산지로 유명한 전남 신안 임자도 전장포에서는 황석어를 닻자망이나 안강망으로 어획한다. 새우잡이 그물과 동일한 방식으로 잡히며, 매일 새벽 들물과 썰물마다 어장으로 나가야 해 어민들의 손길이 많이 들어간다. 그물에서 올려진 황석어는 크기별로 선별되며, 큰 것은 생물로 팔고 작은 것은 젓갈용으로 활용된다.

황석어는 단순히 값싼 생선이 아니다. 고급 생선들과 족보를 같이 하면서도 실속 있는 가격, 다양한 조리 활용도, 깊은 역사적 배경까지 갖춘 생선이다. 조기보다 작고 볼품없어 보일 수 있으나, 맛과 쓰임새는 오히려 조기나 굴비를 능가한다. 서해와 남해 연안에서 오랜 세월 사랑받아 온 황석어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주부들의 밥상 위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자료사진. 황강달이로도 불리는 황석어. / 국립국어원 제공
자료사진. 황강달이로도 불리는 황석어. / 국립국어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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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권미정 기자 undecided@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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