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서 산불진화 헬기 추락해 기장 1명 사망…“전국 산불진화 헬기 운항 중단”
2025-03-26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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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 산불 확산세...진화 작업 동원된 헬기 추락해 조종사 사망
경북 의성 산불 현장에서 진화 작업을 수행하던 헬기가 추락해 조종사 1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당국은 안전 우려로 전국 산불 진화 헬기 운항을 전면 중단했다.

26일 소방청과 산림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12시 51분쯤 의성군 신평면 교안리 야산에서 산불 진화 중이던 헬기 1대가 추락했다. 사고 헬기에는 기장 A 씨(73)만 탑승하고 있었으며,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추락한 헬기는 강원도 인제군 소속 임차 헬기인 것으로 확인됐다. 담수용량 1200ℓ의 S-76 기종으로, 1995년 7월 생산된 이후 약 30년간 운항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산림청 관계자는 "노란색 헬기 한 대가 떨어졌다는 목격자 신고가 있었다"며 "정확한 사고 원인과 사망자 인적사항 등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사고 즉시 전국에서 투입된 산불 진화 헬기에 대해서 안전을 위해 운항 중지토록 조치했다"고 덧붙였으며, 운항 재개 시기는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번 사고는 지난 22일 경북 의성에서 시작돼 닷새째 계속되고 있는 대형 산불 진화 작업 중에 발생했다. 해당 산불은 강풍을 타고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등지로 확산되며 대형 재난으로 번졌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6일 오후 1시 30분 기준으로 이번 산불로 인한 인명 피해는 사망 22명, 중상 6명, 경상 13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지역별로는 영양 6명, 영덕 7명, 청송 3명, 안동 2명이 사망했고, 22일 산청에서는 화재를 진압하던 대원 4명이 목숨을 잃어 총 2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피해 규모도 상당하다. 현재까지 산불 피해가 가장 큰 지역은 의성·안동으로, 1만 5158헥타르의 산림이 불에 탔으며, 주택, 공장, 사찰, 문화재 등 209곳의 건물이 피해를 입었다. 또한 2만 7,079명의 이재민이 발생해 이 중 1073명만 집으로 돌아가고 나머지 2만 6006명은 임시 대피소에서 생활하고 있다.
특히 영덕에서는 실버타운 입소자들이 탑승한 차량이 산불 확산 속에서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고, 영양에서는 일가족 3명이 대피 중 차량 전복 사고로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문화재 피해도 심각하다. 의성군 단촌면의 천년고찰 '고운사'가 전소됐고, 보물로 지정된 가운루와 연수전도 불에 탔다.
현재 경남 산청·하동, 경북 의성·안동, 울산 울주 온양·언양 등 총 6곳에서 진화 작업이 계속되고 있으며, 1만 7534헥타르의 산림이 산불 영향권에 놓여 있다. 26일 기준 산청과 의성 산불 진화율은 90%로, 큰 불길은 잡혔지만 피해 규모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림청은 전국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를 '경계'에서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로 격상하고, 진화 헬기 77대, 진화 인력 3800여 명, 장비 450여 대를 투입해 진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순간 최대풍속 초속 20m의 강풍으로 인해 진화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소방청 역시 소방 비상 대응 단계를 최고 수준인 3단계로 격상해 전국 가용 소방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하고 있다. 이는 올해 들어 처음 발령된 것으로, 현재까지 전국에서 320대의 펌프차와 500여 명의 소방 인력이 투입됐으며, 강원도와 전남도 등에서도 헬기 25대를 지원하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정부는 무엇보다 산불 진화를 최우선으로 가용한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하여 산불 확산의 고리를 단절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