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피하려 탄 차가 산불에 폭발해 3명 사망... 집 마당서 숨진 사망자도

2025-03-26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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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주민 구하려던 이장 등 3명 사망하기도

26일 오전 경북 영덕군으로 들어가는 7번 국도에 대형버스가 산불에 검게 타 있다. / 뉴스1
26일 오전 경북 영덕군으로 들어가는 7번 국도에 대형버스가 산불에 검게 타 있다. / 뉴스1

순간 최대 초속 20m 강풍을 탄 통제 불능의 산불이 경북 북부권을 휩쓸며 20명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산불 상황과 관련한 긴급 대국민 담화를 갖고 "지난 21일 경남 산청, 경북 의성, 울산 울주 등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대형 산불이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등으로 번지며 역대 최악의 산불 기록을 갈아썼다"라면서 "산불 진화 과정에서 네 명을 포함해 현재 기준 총 18명이 목숨을 잃고 주민 2만 3000여 명이 긴급 대피했다"고 발표했다.

경북 북부권을 휩쓴 산불은 순간 최대 초속 20m 강풍을 타고 확산하면서 전날부터 이날까지 의성,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등지에서 18명이 숨졌다.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들이 불길을 피하지 못해 피해가 컸다.

영덕군 영덕읍 매정리 매정길에서는 실버타운 입소자들을 태우고 대피하던 차량에 산불이 붙어 폭발했다. 차량에는 직원 2명과 80대 입소자 4명이 타고 있었는데, 불길이 차를 덮치며 폭발했고, 입소자 3명이 숨졌다. 이들은 거동이 불편해 직원 도움으로 차에 올라탔지만, 빠르게 번지는 화염을 피하지 못했다. 같은 마을 매정리 내리막길에서는 80대 부부가 집 밖으로 나오다 불길에 갇혀 숨진 채 발견됐다.

영덕 축산면에서는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1명이 집 안에 매몰돼 숨졌다. 불길이 집을 덮치며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동쪽 고래산 마을 상원리와 도곡리까지 불이 번지자 석리항, 축산항, 경정3리항 방파제로 몰려든 주민 104명은 짙은 해무와 연기에 고립돼 오지도 가지도 못하다 울진해경에 구조됐다.

영양군 석보면 삼의계곡에서는 대피 도중 도랑에 빠지거나 가드레일에 부딪힌 채 불에 탄 차량 수십 대가 줄지어 있었다. 삼의리 이장 내외(50~60대)는 60대 처남댁을 차에 태우고 대피소가 아닌 불길이 치솟는 방향으로 갔다가 화마에 휩싸였다. 차량 인근에서 이장 내외와 처남댁 등 3명이 불에 타 숨진 채 발견됐다. 주민들은 이장이 다른 주민을 구하려 했던 것으로 봤다. 같은 석보면 화매리 주택에서는 60대 여성이 집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숨졌다.

청송군 파천면에서는 80대 여성이 집 밖으로 나오다 불길에 휩싸여 숨졌고, 진보면에서는 70대 남성이 대피 중 화염에 갇혀 사망했다. 청송 도로 외곽에서는 60대 여성이 집을 찾아온 이장에게 불에 타 숨진 채 발견됐다.

안동 임하면에서는 70대 여성이 집을 빠져나오다 연기에 질식해 숨졌고, 주택 마당에서 50대 여성이 불에 타 사망한 채 발견됐다.

의성 산불이 밤사이 안동을 거쳐 북동부 지역으로 번지며 주택, 마당, 도로 등에서 급속도로 확산하는 불길을 피하지 못한 사례가 많았다.

오후 8시께 영덕경찰서 순찰차는 지품면에 고립된 주민을 구조하고 교통정리를 하러 출동했다가 화염에 휩싸여 전소됐다. 순찰차에 타고 있던 경찰관 3명과 주민 1명은 가까스로 탈출했다.

경북 의성산불이 강풍을 타고 영덕군으로 확산된 26일 오전 화마가 지나간 영덕읍에 있는 자동차 정비업체 곳곳에는 불에 탄 자동차들이 남아있다. / 뉴스1
경북 의성산불이 강풍을 타고 영덕군으로 확산된 26일 오전 화마가 지나간 영덕읍에 있는 자동차 정비업체 곳곳에는 불에 탄 자동차들이 남아있다. / 뉴스1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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