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난리 났던 키스신…'평균시청률 41.1%' 전설의 드라마, 드디어 넷플릭스에 풀렸다
2025-03-26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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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전국을 사로잡은 로맨스의 신드롬
감성 가득했던 키스신과 명대사의 매력
2004년 방영 당시 평균 시청률 41.1%(이하 전국 기준, 닐슨코리아 제공), 최고 시청률 57.6%라는 경이적인 수치를 기록했던 SBS 주말특별기획 드라마 '파리의 연인'이 넷플릭스를 통해 다시 공개됐다. 26일부로 넷플릭스에서 정식 서비스가 시작되며, 당시 열풍을 기억하는 시청자들과 처음 접하는 세대 모두에게 다시금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파리의 연인'은 통속적인 신데렐라 구조와 출생의 비밀, 기억상실, 정략결혼, 이복형제 간 대립 등 한국 드라마에서 반복되는 공식적인 서사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김정은, 박신양, 이동건 등 배우들의 열연과 강한 연출력, 중독성 있는 대사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특히 "애기야 가자" "이 사람이 내 사람이다, 왜 말을 못해" "하드 사줄게"와 같은 명대사와 함께한 키스신은 드라마 역사상 가장 회자되는 장면 중 하나로 남았다.
주인공 한기주 역을 맡은 박신양은 강태영을 향한 직진형 재벌 2세로, 거침없는 언행과 과감한 고백으로 여성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얻었다. 그의 대표 어록 중 가장 강렬했던 대사는 "애기야 가자"였다. 이 한마디는 이후 전국에 '애기야' 신드롬을 불러일으켰고, 실제 연인들 사이에서도 유행처럼 번졌다. 이 밖에도 "내가 고맙다는 말이 좀 서툴러. 도덕시간에 졸았거든" "방아쇠를 당기는 건 오른손입니다. 왼손은 그저 도울 뿐이죠" 등 교과서와 사격장 비유를 활용한 대사도 독특한 인상을 남겼다.

한기주의 상대역인 강태영은 김정은이 연기했다. 프랑스에서 홀로 생활하던 태영은 사업 확장을 위해 파리에 온 한기주의 집 가정부로 일하게 되며 운명적인 만남이 시작된다. 강태영은 기주에게 해고당한 후에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모습과 동시에 사랑에 있어선 감정에 충실한 인물이었다. 그의 대표 대사로는 "눈물은 아래로 떨어지지만 밥숟가락은 위로 올라간다" "여자들은 가끔 그런 상상하거든요…" 등 현실적이면서도 감성적인 대사들이 있었다.
한편 기주의 조카이자 라이벌인 윤수혁 역의 이동건은 젠틀하고 감정 표현이 분명한 인물로, 명대사 "이 안에 너 있다"는 당시 여성 팬들 사이에서 '프러포즈 끝판왕'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였다. 수혁은 "내 마음을 놓고 갔어" "내 눈에 예쁜 여자" 등의 대사로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드라마의 후반부는 태영과 기주의 사랑이 점점 깊어지는 가운데, 윤수혁의 흑화, 출생의 비밀, 사업 몰락 등의 격동적인 사건이 이어졌고, 마침내 기주는 정략결혼을 거부하고 태영에게 직진하면서 하이라이트를 장식했다. "이 사람이 내 사람이다, 왜 말을 못해"라는 대사 후 키스신이 등장하며 드라마는 정점에 달했다.
하지만 엔딩은 논란의 중심에 섰다. 드라마의 내용이 실은 주인공 태영이 쓴 소설이었다는 설정이 밝혀지며, 열린 결말 형식으로 마무리됐다. 현실 속 강태영과 한기주가 인형 가판대에서 우연히 마주치며 새로운 사랑이 시작될 것임을 암시하며 끝을 맺는다. 이 전개는 당시 시청자들에게는 충격 그 자체였고, 수많은 항의와 혼란을 불러왔다.
결국 이 열린 결말은 지금까지도 한국 드라마 역사상 가장 논쟁적인 결말 중 하나로 꼽히며, ‘파리의 연인’이라는 제목과 함께 항상 회자되는 주요 요소가 됐다. 김은숙 작가는 훗날 인터뷰에서 "이건 나만 재미있던 결말이었다"며 "시청자를 설득하지 못한 잘못이었다"고 인정한 바 있다.

넷플릭스를 통해 다시 공개된 '파리의 연인'은 단순한 옛 드라마의 재방송이 아니라, 한국 드라마사 한가운데를 관통한 작품으로서의 역사적 위치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당대의 감성과 함께, 지금 봐도 촌스럽지 않은 연기와 연출, 여전히 회자되는 명대사들이 다시금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준비를 마쳤다.
다음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두고두고 회자되는 '파리의 연인' 명대사 모음이다.
# 한기주(박신양) 어록
1. 애기야 가자.(곤경에 처한 태영을 돕기 위해 애인을 자처하며 던진 이 한마디로 전국에 ‘애기야’ 신드롬이 일고 있다)
2. 내가 고맙다는 말이 좀 서툴러 도덕시간에 졸았거든.(태영에게 도움을 청하며. 이 밖에 ‘정치경제 시간은 열심히 했다’ 등 이른바 ‘교과서 대사’가 드라마 초반 인기를 얻었다)
3. 방아쇠를 당기는 건 오른손입니다. 왼손은 그저 도울 뿐이죠.(사격장에서 최이사에게 주의를 주며 던진 말. 네티즌은 ‘왼손은 그저 도울 뿐’이란 대사가 만화 ‘슬램덩크’의 ‘왼손은 그저 거들 뿐’이란 대사를 연상시킨다고)
4. 연애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같이 밥 먹고 집에 데려다주고,큰 상처 주기 싫어 작은 상처 주려는 게 연애라면 하는 것 같다.(전 부인 백승경(김서형)과 식사 도중 ‘당신 연애하냐’는 질문을 받자)
5. 우연이라고 하겠죠.(태영을 늘 괴롭히는 문윤아(오주은)가 기주를 연거푸 만나며 ‘이런 거 인연이라고 하는 거 맞죠’라고 하자 통쾌하게 한마디)
6. 나야 항상 그대 심장 밑바닥에 펄떡이고 있지잉.(누나이자 어머니인 한기혜(정애리)의 ‘어디냐’는 질문에. 이 대사와 함께 유리창에 입을 맞추던 기주의 모습에 숱한 여성이 ‘올인’했다는 후문)
# 강태영(김정은) 어록
1. 눈물은 아래로 떨어지지만 밥숟가락은 위로 올라간다(기주에게 해고를 통고받은 다음날 옥탑방에서 밥을 먹다가 힘차게 한마디. 아무리 슬픈 일을 당해도 굶어 죽을 수는 없기 때문에 밥을 먹게 된다는 뜻의 ‘북한속담’)
2. 여자들은 가끔 그런 상상하거든요. 화려한 사람들 속에서 나 혼자 시든 꽃처럼 앉아 있는데 어디선가 백마 탄 왕자가 나타나 내 이름을 불러주고 내 어깨 감싸 안아주고 흐트러진 머리 감아올려주는 상상이요. 그런데 대문 앞까지 바래다주면 너무 완벽하잖아요.(기주가 집 앞까지 바래다준다고 하자. ‘파리의 연인’ 주제를 한마디로 정리했다는 평)
3. 너 나 좋아해라,죽을 때까지 나만 좋아해라 너,안 그럼 죽는다. 대신 니 감정 나한테 강요하기 없기다.(수혁의 고백에 ‘지금은 여기까지’라며)
4. 그쪽도 거짓말한 거 같아서요. 내가 옆에 있는 게 싫다는 게 거짓말 같아서요.(기주의 마음을 확인하고자 일부러 수영장에 빠진 후 그가 구하러 뛰어들자 보란 듯이 나가고 난 뒤. “따라하면 부작용이 만만찮을 것 같다”는 한 네티즌의 촌평)
5. 의미 없는 농담에 나 혼자 흔들렸네.(기주가 해고를 시킨 뒤 전화 한 통화 없다며. “애기야 어쩌구 하면서 마음 흔들어 놓을 때는 언제고”라면서 중얼거리는 김정은의 넋두리 연기가 명장면으로 꼽힘)
# 윤수혁(이동건) 어록
1. 이 안에 너 있다. 니 맘 속에는 누가 있을지 모르지만 이 안에 너 있다.(기주의 “애기야 가자”와 함께 여성팬의 마음을 사로잡은 명대사. 네티즌 사이에서 “내 아를 낳아도” 이후 최고의 프러포즈라는 평)
2. 내 마음을 놓고 갔어.(태영이 집에서 나갔다가 다음날 다시 돌아온 그를 보고 “뭘 두고 갔냐”고 묻자)
3. 내 눈에 예쁜 여자.(어머니인 기혜에게 좋아하는 여자가 생겼다고 고백하면서. 이 대사 직전 “엄마처럼 그 여자 겉은 웃는데 속은 울어”라고 말해 ‘마마보이’라는 의혹을 사기도 함)
4. 왜 사람 좋아하는 데 이유 없단 말 있지. 그거 다 거짓말이야. 이유가 없는데 어떻게 사람을 좋아하냐.(태영에게 그녀를 좋아하는 이유를 100가지는 더 들 수 있다고 고백하며. “처음에는 다 그렇게 말한다”는 어느 주부 네티즌의 일침에 찬반 양론이 쏟아지는 등 논쟁을 일으킨 명대사)
5. 삶의 자세를 바꿔보기로 했어. 다른 사람이 상처받을까봐 나한테 상처 주는 일 이제 안 하기로 했어.(태영을 놓고 수혁과 기주 사이가 점점 멀어져가는 후반 상황을 암시하는 대사)
한편 이날 넷플릭스에는 '프라하의 연인'도 올라와 눈길을 끌었다. '프라하의 연인'은 2005년 SBS에서 방영된 인기 드라마다. 이 드라마 역시 '파리의 연인'의 김은숙 작가와 신우철 감독이 함께 작업했다. '프라하의 연인'에는 故 김주혁, 전도연 등 톱스타들이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프라하의 연인'은 '파리의 연인'만큼은 아니었지만 최종회 시청률 31.0%를 기록하며 종영하는 등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