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 절망적인데… 이 와중에 전해져 눈길 끈 '레전드' 선수의 은퇴식 소식
2025-03-26 09:21
add remove print link
국가대표 출신 레전드, 찬란한 축구 여정의 막을 내리다
한국축구가 안방에서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지난 2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8차전에서 요르단과 1-1로 비기며 조기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20일 오만전 1-1 무승부에 이어 연달아 승리를 놓친 대표팀은 승점 16점(4승 4무)으로 B조 선두는 유지했지만, 여전히 불확실한 본선행 여정을 이어가게 됐다.
이처럼 흔들리는 대표팀의 현재와는 대조적으로, 한 세대의 끝자락을 상징하는 한국축구 레전드의 은퇴식 소식이 전해져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 축구가 혼란의 시기를 지나고 있는 지금,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그의 은퇴는 더 큰 의미로 다가온다.

그 주인공은 바로 '캡틴쿠' 구자철이다.
K리그1 제주SK는 오는 30일 수원FC와의 홈경기에서 구자철의 공식 은퇴식을 연다고 25일 밝혔다.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이날 경기는 단순한 리그 6라운드를 넘어, 구자철이라는 이름과 함께 했던 한국 축구의 찬란했던 기억을 기리는 자리로 마련된다.
구자철은 2007년 K리그 신인 드래프트 3순위로 제주에 입단하며 프로 커리어를 시작했고, 이후 독일 분데스리가 무대에서 활약하며 국가대표 간판 미드필더로 자리매김했다. A매치 76경기 19골을 기록한 그는 2011년 AFC 아시안컵에서 5골을 터뜨리며 득점왕에 오르기도 했고,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주장으로서 한국 축구 최초 올림픽 동메달을 이끌었다. 브라질과 러시아 월드컵, 세 차례 아시안컵에 참가하며 국제대회 경험도 풍부했다.
특히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에서 일본을 상대로 터뜨린 쐐기 골은 지금도 많은 팬들의 기억 속에 생생하다. 그는 공격과 수비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미드필더였고, 대표팀 내내 홍명보 감독과 호흡을 맞추며 주장을 맡았다. 2009년 U-20 월드컵부터 2014년 브라질 월드컵까지, 그와 홍 감독의 인연은 한국 축구의 중요한 한 챕터로 평가된다.


11년 전 해외 진출 당시 구자철은 "제주로 돌아오겠다"는 팬들과의 약속도 지켰다. 2022시즌을 앞두고 다시 제주 유니폼을 입으며 K리그로 복귀했고, 잦은 부상 속에서도 팀을 위한 헌신을 멈추지 않았다. 지역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제주도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고, 구단은 그 공로를 인정해 은퇴 후 유소년 어드바이저로 임명하며 동행을 이어가기로 했다.
구자철의 은퇴식은 경기 종료 후 진행된다. 그는 직접 그라운드에 올라 마지막 인사를 전하고, 동료들이 준비한 영상 메시지가 전광판을 통해 공개된다. 오랜 시간 한국 축구 중심에서 뛰었던 한 선수가 정식으로 작별을 고하는 순간이다.
구자철은 "프로 커리어의 시작과 끝을 제주 팬들과 함께할 수 있어 기쁘다. 좋은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앞으로도 받은 사랑과 경험을 한국 축구에 돌려주겠다"고 말했다.
한편 요르단전 초반 흐름은 나쁘지 않았다. 손흥민과 이재성이 전반 5분 만에 코너킥 찬스를 골로 연결하며 선제 득점을 이뤄냈다. 이재성은 이번 예선에서 요르단을 상대로 연속골을 기록하며 확실한 '요르단 킬러'로 떠올랐고, 손흥민은 이 어시스트로 A매치 통산 133경기를 소화하며 최다 출전 공동 3위에 올랐다.
그러나 한국은 전반 30분 요르단의 빠른 역습 속에 동점골을 허용했고, 이후 여러 차례의 교체와 전술 변화에도 추가 득점에 실패했다. 4만 명이 넘는 관중이 운집해 2026년 북중미 본선행의 염원을 카드섹션으로 표현했지만, 그 기대는 또 다시 무승부라는 결과로 씁쓸히 마무리됐다.
수비 불안과 결정력 부족, 여기에 VAR 판정까지 따르지 않으며 홈 2연전 모두 승리를 놓친 대표팀의 현재는 분명 불안하다. 특히 3차예선에서 홈 1승 3무, 원정 3승 1무라는 비정상적인 성적 분포는 안방에서조차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대표팀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부상으로 빠진 이강인, 김민재 등 핵심 자원들의 공백이 뼈아팠고, 골키퍼 조현우 선방에도 불구하고 수비 집중력 저하로 인한 실점은 반복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