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 산불] 12명 사망... 불에 탄 남녀 시신 4구 발견도
2025-03-26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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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연기 못 피해 질식하거나 급히 대피하다 변 당한 듯

닷새째 확산 중인 경북 의성 산불이 강풍을 타고 경북 북동부권 4개 시·군으로 빠르게 번지면서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추가 조사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밝혀야 하겠지만 사망자들은 번지는 산불에서 뿜어져 나온 연기를 피하지 못해 질식하거나 불길을 피해 야간에 급히 대피하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26일 오전 5시 10분쯤 산림당국은 경북 북부권을 휩쓴 산불로 12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사망자는 안동시에서 2명, 청송군에서 3명, 영양군에서 4명, 영덕군에서 3명 발생했다.
의성군에서 시작된 불이 번져 산불이 확산 중인 영양군 석보면에서는 전날 오후 11시쯤 도로에서 일행으로 추정되는 불에 탄 남녀 시신 4구가 발견됐다. 또 60대 남성 1명이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사망자 중 50·60대 남녀 3명과 화상을 입은 남성 1명은 한 가족으로, 함께 차를 타고 대피하다 전복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산불 피해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주왕산국립공원 등에 불씨가 날아든 청송군에서는 70·80대 노인 2명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청송읍 외곽에서도 불에 탄 60대 여성 시신이 발견됐다.
또 가족들과 함께 트럭을 타고 대피하던 70대 여성은 교통사고로 갈비뼈 등을 다치는 중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다. 진보면에서는 치매를 앓는 80대 여성 1명이 실종된 상태다.
의성과 접한 안동에서도 임하면과 임동면 주택 마당에서 각각 50대와 7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사고 현장에서 50대 여성의 남편도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다.
산불이 확산하면서 사망자와 부상자가 급증하면서 당국의 체계적이지 못한 주민 대피 조치가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2일 인근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음에도 위험 지역 주민들을 미리 대피시키지 않고 사태가 임박해서야 한꺼번에 대피 명령을 내려 피란 행렬이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또한 산불 피해 지역 주민 대부분이 고령인 점을 고려하지 않아 대피 문자를 받아도 신속히 대응하기 어려웠고, 야간에 불씨를 피해 차로 이동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 상황을 간과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사망자와 부상자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이에 산불 피해를 입은 지자체들은 추가 피해자 파악에 분주하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극심한 산불 상황이었다"며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려 했지만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산불이 번진 지자체를 대상으로 주민 피해 상황을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