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 추억의 식재료인데... 마릿수 기준 전세계 4위로 소비되는 고기

2025-03-29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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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보다 공원이나 애완용 우리에서 더 자주 보이는 동물

토끼탕  / 토끼코리아
토끼탕 / 토끼코리아

깡충대는 뒷다리와 부드러운 털, 귀여운 얼굴로 사랑받는 토끼. 한국인들에게 토끼는 식재료로선 조금은 낯설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론 그렇지 않다. 전 세계 도축 수 기준으로 닭, 오리, 돼지를 잇는 동물이 바로 토끼다. 전 세계 여러 지역은 오랜 기간 토끼를 식재료로 활용돼 왔다. 토끼고기는 저지방, 고단백 식품으로 건강에 이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엔 흔한 가축이었던 토끼는 오늘날 한국에선 고기 맛조차 낯설어졌지만,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독특한 요리로 소비된다. 토끼와 토끼고기에 대해 알아봤다.

토끼 / 연합뉴스
토끼 / 연합뉴스

토끼는 포유강 토끼목 토끼과에 속하는 동물이다. 긴 귀와 앞다리보다 긴 뒷다리가 특징이다. 집토끼(rabbit)는 굴을 파며 살며 둥글고 귀여운 외모로 애완용으로 익숙하고, 산토끼(hare)는 굴 없이 들판을 뛰어다니며 날렵한 몸매를 자랑한다. 한국엔 만주멧토끼와 한국멧토끼가 분포한다.

토끼의 생태는 흥미롭다. 뒷다리로 깡충 뛰며 최고 시속 80km까지 낼 수 있지만 장거리엔 약하다. 앞니는 설치류와 달리 위턱에 작은 이빨 2개가 더 있어 총 6개다. 당근을 좋아한다는 인식은 ‘벅스 버니’에서 비롯된 오해다. 실제론 당근 잎을 보다 선호한다. 주식은 건초와 펠릿이다. 과도한 생채소는 토끼 건강에 해롭다. 번식력은 쥐 다음으로 강하단 말을 듣는다. 한 번에 십수 마리를 낳고 30일 만에 출산한다. 중복임신도 가능해 이론상 1년이면 수백 마리로 늘어난다. 호주에선 1859년 풀어놓은 24마리가 수십억 마리로 불어나 생태계를 위협하기까지 했다.

한국은 조선 초 ‘식료찬요’에 토끼탕이 기록될 만큼 토끼고기 요리의 역사가 깊다. 토끼탕은 토끼고기를 토막 내 양념에 재운 뒤 무를 깔고 육수를 부어 끓이다가 미나리, 대파, 쑥갓을 넣어 완성한다. 전라도식 토끼탕은 특히 맛있기로 유명하다. 이곳에선 고추장과 들깨가루를 넣어 감칠맛을 더한다. 고기를 먹고 남은 국물에 밥을 말아 먹는 것도 별미다. 또 다른 요리론 토끼구이가 있다. 토끼고기를 양념에 재워 숯불에 굽는다. 담백하면서도 쫀득한 맛이 특징이다. 다만 한국에서 토끼고기는 도전의식을 동반해야 할 정도로 비대중적인 식재료인 것은 사실이다. 토끼가 이제는 식탁보다 공원이나 애완용 우리에서 더 자주 보이는 현실은, 어쩌면 현대인의 입맛과 생활이 변한 흔적일지도 모른다.

북한은 토끼고기를 많이 먹는다. 식량 사정이 어려워 소, 돼지, 닭처럼 사료가 많이 필요한 가축 대신 풀만 먹여도 자라는 토끼를 가정에서 키우기 때문이다. 주로 탕으로 먹는다. 복날엔 개고기 대신 토끼곰을 끓여 먹기도 한다. 토끼곰은 토끼 뱃속에 보양재료 넣어 양념 없이 맑게 끓인 뒤 채소와 함께 먹는 요리다.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 특징이다. 북한 당국은 주민 단백질 섭취를 위해 정책적으로 토끼고기 요리를 보급하고 있다. TV에서 다양한 토끼고기 조리법을 소개하고 조리사 시험에도 토끼고기 조리법이 출제된다.

해외에선 토끼고기 요리가 지역별로 다채롭다. 프랑스에선 ‘라팽 오 무스타르(lapin à la moutarde)’가 유명하다. 토끼고기를 겨자 소스에 재워 오븐에 굽거나 팬에 조리하며, 크림과 허브를 더해 부드럽고 풍미 깊은 맛을 낸다. 스페인 발렌시아 지역의 전통 파에야는 해물 대신 토끼고기와 달팽이로 만든다. 토끼고기를 쌀, 사프란, 채소와 함께 볶아 밥과 고기가 어우러진 담백한 맛을 즐긴다. 중국 사천성에선 ‘냉흘토(冷吃兔)’가 인기다. 토끼고기를 고추와 매운 양념에 볶아 차갑게 식혀 먹는데, 매콤하고 심심한 고기 맛을 양념이 보완한다. 이탈리아에선 토끼고기를 토마토 소스에 조린 ‘코니글리오 알라 카차토라(coniglio alla cacciatora)’가 흔하며, 올리브와 로즈마리로 풍미를 더한다.

한국은 왜 다른 나라들보다 토끼고기를 덜 먹는 것일까. 토끼고기가 대중적이지 않은 이유는 여럿 있다. 과거 새마을운동 시기 농가 소득 증대를 위해 토끼 사육을 장려했지만, 경제력이 향상되며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가 주류로 자리 잡았다. 닭고기는 맛이 토끼고기와 비슷하면서도 수율이 높고 대량 생산이 가능해 토끼고기를 밀어냈다. 토끼는 가죽이 두꺼워 고기 양이 적고, 잔뼈 때문에 먹기 불편하다. 더욱이 도시화로 인해 사육 환경 또한 줄어들었다. 어느덧 토끼는 가축이 아니라 반려동물로 익숙한 동물이 됐다. 1990년대까진 학교나 가정에서 너도나도 토끼를 키웠다는 점을 떠올리면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현재 토끼고기는 개고기보다도 접근성이 떨어지는 식재료다.

토끼고기의 맛은 지역 요리법에 따라 다채롭다. 한국 토끼탕은 담백하면서도 양념으로 감칠맛을 더하고, 프랑스 라팽 오 무스타르는 겨자의 톡 쏘는 맛과 크림의 부드러움이 어우러진다. 북한 토끼곰은 기름기 없는 깔끔함이, 중국 냉흘토는 매콤함이 두드러진다. 기름기가 적어 퍽퍽하기에 어떻게 조리하느냐가 식감과 맛을 좌우한다. 영양 면에선 단백질이 풍부하고 지방이 적어 백색육으로 분류된다. 다만 주의할 게 있다. 토끼고기만 장기간 먹으면 지방 부족으로 ‘토끼 기아’라는 단백질 중독에 걸릴 수 있다.

토끼탕 레시피 / 'fccww' 유튜브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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