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싹 속았수다' 관식이 엄마… 소름 돋게도 '더 글로리' 나온 그 배우였다

2025-03-25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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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었던 무명 세월 지나 찬란하게 펼친 날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가 회차를 거듭하며 진한 여운을 남기는 가운데, 관식의 엄마 계옥 역을 맡은 배우가 시청자들에게 다시 한번 놀라움을 안기고 있다.

'폭싹 속았수다' 감초 배우들. 노란색 점선 동그라미의 배우는 관식이 엄마 권계옥 역을 연기한 오민애. / 넷플릭스 제공
'폭싹 속았수다' 감초 배우들. 노란색 점선 동그라미의 배우는 관식이 엄마 권계옥 역을 연기한 오민애. / 넷플릭스 제공

그 주인공은 바로 '더 글로리'에서 하도영(정성일)의 어머니로 출연해 눈도장을 찍은 배우 오민애다. 당시 그는 극에서 갓태어난 손녀딸 예솔이 '퍼스터 구찌'를 선물해 주는 장면을 연기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폭싹 속았수다’에서 오민애가 연기한 계옥은 단순한 엄마 역할에 머무르지 않는다. 계옥은 아들 관식을 끔찍이 여기면서도 그 인생을 통제하고 싶어하는 모순된 욕망을 가진 인물이다. 젊은 시절엔 사랑에 빠져 야반도주까지 했던 자신의 과거를 뒤로 하고, 애순과 사랑에 빠진 관식을 못마땅하게 여긴다. 그녀는 며느리를 향해 끝없이 채찍을 들지만, 결국 자식을 이기지 못하는 어머니의 한계를 드러내며 인간적인 공감대를 자아낸다.

'폭싹 속았수다' 관식이 엄마 계옥 역을 연기한 배우 오민애. / 오민애 인스타그램
'폭싹 속았수다' 관식이 엄마 계옥 역을 연기한 배우 오민애. / 오민애 인스타그램

오민애는 이 복합적인 인물을 무게감 있게 소화해냈다. 박보검이 연기한 청년 관식의 엄마일 때는 아들과 애순의 사이를 떼어놓기 위해 애를 쓰고, 박해준이 연기한 중년 관식의 엄마가 된 이후에는 누렁이라는 강아지에게 더 애정을 쏟으며 팔불출 아들을 속으로는 체념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꾸준히 등장하면서도 매 장면마다 감정의 균형을 정확히 잡아내는 그의 연기는, 시청자들에게 그 누구보다도 현실적인 '엄마'의 모습을 각인시켰다.

이미 지난해 흥행작인 '파일럿'에서 조정석 엄마로 등장해, 아들보다 이찬원을 더 좋아하는 찬스의 열혈팬 엄마로 관객을 웃긴 오민애다. '더 글로리'에서는 연진이(임지연)를 며느리로 둔 하도영의 엄마로 냉철한 카리스마를 발산하며 전혀 다른 결의 '엄마'를 보여준 바 있다. 위선과 이중성으로 무장한 재벌가 어머니 캐릭터와, 흙냄새 나는 경상도 어머니 캐릭터를 모두 소화해낸 이 배우의 진짜 힘은, 단지 연기가 아닌 삶 그 자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더 글로리'에 하도영 엄마 역으로 출연했던 배우 오민애. / 유튜브, 곰도리언니
'파일럿'에서 조정석 엄마로 등장해, 아들보다 이찬원을 더 좋아하는 찬스의 열혈팬 엄마로 관객을 웃긴 오민애. / 유튜브, 롯데엔터테인먼트

오민애는 1999년 영화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로 데뷔했지만 오랜 시간 무명의 세월을 겪었다. 이를 떠올리며 그는 "30여년간 단역 인생이었다"고 말한다. 연극 무대에서 시작한 그는 숱한 생계형 알바를 전전하며 버텼고, 이름을 바꾸기도 했다. 오랫동안 예명 '오주희'로 활동했지만, 다시 본명으로 돌아온 건 연극 '아리랑' 주연을 맡았을 때였다. 이후 드라마 '펜트하우스' 시리즈를 계기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고, '더 글로리'를 통해 폭발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또 최근에는 영화 '딸에 대하여'에서 딸의 동성 연인과 함께 살게 된 요양보호사 엄마 역할을 맡아, 복잡하고 현실적인 어머니의 시선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오민애는 실제로 시부모를 모시기 위해 요양보호사 자격증까지 땄던 경험이 있어, 그 현실감을 고스란히 스크린 위로 끌어올렸다. 관객은 그의 연기를 통해 '엄마'라는 단어에 쉽게 수렴되지 않는 인간의 다면성을 마주하게 된다.

'딸에 대하여' 스틸컷. 배우 오민애(엄마 역)/ 찬란 제공
'딸에 대하여' 스틸컷. 배우 오민애(엄마 역)/ 찬란 제공

오민애는 최근 인스타그램에 '폭싹 속았수다' 속 자신의 캐릭터에 대한 게시물을 올리며 유쾌한 글을 올리기도 했다. 촬영 현장에서 옥색 한복을 입고 따뜻한 햇살 아래 미소 짓는 모습은, 드라마 속 냉정한 엄마와는 또 다른 인간 오민애의 모습을 보여준다.

과거 인터뷰에서 그는 "연기로 여행하고 있다"고 표현한 바 있다. 인도 배낭여행을 떠나려다 연극을 시작했고, 뒤돌아보니 30년이 흘렀다. 오민애는 어떤 배역을 맡든 '진짜 사람'처럼 보이게 만든다.

'폭싹 속았수다' 관식이 엄마, 배우 오민애. / 오민애 인스타그램
'폭싹 속았수다' 관식이 엄마, 배우 오민애. / 오민애 인스타그램
home 권미정 기자 undecided@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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