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형·정형식·조한창 재판관 때문에 불안감 엄습하는 민주당
2025-03-24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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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5 대 3으로 탄핵 기각될라' 걱정하는 분위기

더불어민주당에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되면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한 자신감이 흔들리고 있다.
12·3 비상계엄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서 밀어붙일 때만 해도 민주당은 파면을 당연시했지만 분위기가 달라졌다. 24일 헌재가 한 총리 탄핵을 기각하자 당 안팎에선 윤 대통령 탄핵도 낙관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새어 나온다.
민주당은 한 총리 사건 결과가 나온 직후 헌재를 향해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서둘러 달라고 압박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광화문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은 90일 정도면 선고가 났는데, 윤석열은 100일이 지나도 헌재가 결정을 안 내리고 있다"라면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더 강하게 나갔다. "오늘 선고기일을 정하고 내일이라도 선고하라"고 헌재에 요구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이 늦어지는 조짐을 감지한 뒤부터 이 같은 공세를 이어왔지만 내부적으로 기각 가능성을 심각하게 논의한 적은 없었다. 한 총리 탄핵이 기각되자 상황이 변했다. 한 총리 탄핵안에 대해 헌법재판관 8명 가운데 5인이 기각 의견을, 1인이 인용 의견을, 2인이 각하 의견을 냈다.
민주당은 기각을 어느 정도 예상했다. 그렇더라도 재판관 의견이 이렇게 뚜렷이 갈릴 줄은 몰랐다. 이 같은 상황이 윤 대통령 사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두고 불안해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김복형 재판관은 한 총리 사건의 모든 쟁점에서 위헌·위법이 없다고 봤고,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각하 의견을 냈다. 이들은 탄핵소추가 국회의원 200인 이상 찬성을 요건으로 하니 본안 판단 자체가 불가하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정 재판관은 "탄핵은 엄격한 절차를 따라야 한다"며 민주당의 잇단 탄핵 추진에 경고를 날리기까지 했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맞춰 보면, 김복형 재판관은 보수적 결정을 내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정형식 재판관 등은 민주당의 줄탄핵이 국정 마비를 초래했다는 윤 대통령 측 주장에 일부 수긍할 여지가 있다. 물론 그것이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건 아니다. 헌재는 한 총리 사건에서 내란 여부를 명확히 다루지 않았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 사건과 직접 연결하긴 어렵다. 그렇더라도 민주당으로선 재판관 3명 이상이 반대표를 던지면 탄핵이 무산될 수 있다는 걱정이 생긴 게 사실이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헌재 재판관들 사이에 의견 충돌로 선고가 지연되고 있다는 소문이 돈다. 한 민주당 인사는 헌재가 모든 탄핵안을 기각했다면서 혹시나 윤 대통령 탄핵안도 기각될까 불안하다고 뉴스1에 밝혔다.
다만 민주당은 겉으로는 자신감을 잃지 않는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선고가 늦어지니 국민의힘과 극우 세력이 터무니없는 주장을 늘어놓고 있다"며 "범죄자는 처벌받는 게 맞고, 윤석열은 파면되고 김건희는 감옥에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당 관계자는 뉴스1에 지금까지 탄핵안이 기각된 건 윤 대통령 탄핵을 위한 준비 과정일 뿐이라는 시각이 더 많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