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이제 대피해야겠어요” 운람사 산불에 휩싸이기 직전 모습 공개 (영상)
2025-03-24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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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묘객 실수로 천년고찰 불에 완전히 탔다
지난 22일 경북 지역 매체 플러스경북의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에 운람사 주변 산림이 맹렬한 불길에 휩싸인 모습이 담겼다. 사찰을 둘러싼 산림이 불에 타며 타닥거리는 소리, 진화작업 중인 헬기의 프로펠러가 도는 소리가 섞여 있었다.
운람사는 신라시대 창건된 천년 고찰로, 경북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에 위치해 있다. 비록 문화재로 지정되진 않았지만 역사적 가치가 높은 사찰로 아미타삼존불과 탄생불, 신중탱화 등 귀중한 불교 유물을 보유하고 있었다.
영상은 불길이 다가오는 가운데 스님들로 보이는 사찰 관계자들이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한 채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을 포착했다. 영상 촬영자는 "여기서도 뜨거운데"라고 말하며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특히 영상 말미에는 "스님, 대피해야겠어요. 이제!"라고 소리치는 여성의 절박한 목소리도 들렸다.
다행히 운람사 관계자들은 불길이 사찰에 도달하기 전 아미타삼존불, 탄생불, 신중탱화 등 중요 유물을 조문국박물관으로 긴급 이송해 피해를 최소화했다. 그러나 사찰의 전각과 부속 건물은 모두 불에 타 완전히 소실됐다.
의성군에 따르면 이번 화재는 22일 오전 11시 24분쯤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야산 정상에서 처음 발생했다. 화재 원인은 성묘객의 실수로 확인됐다. 묘지를 정리하던 성묘객이 불을 냈다고 119에 직접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불 발생 직후 산림 당국은 산불 3단계를 즉시 발령하고 소방헬기와 소방대원을 총동원해 초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당시 초속 7m가 넘는 강한 바람이 불면서 불길이 삽시간에 번져나갔고 결국 운람사까지 피해를 입게 됐다.
의성군은 실화로 산불을 낸 성묘객을 조만간 산림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다. 산림보호법에 따르면 실수라 하더라도 과실로 인해 산림을 불에 태워 공공을 위험에 빠트리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산림청은 이번 산불을 계기로 성묘객과 등산객들에게 입산 시 화기 소지와 흡연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특히 봄철 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작은 불씨 하나가 대형 산불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