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다 말고 산불 끄러 가는 공무원들... 결국 비극적인 참사 발생
2025-03-24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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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잠 안 자고 공부해 공무원 됐는데 이런 일 하다가 죽어야 하느냐”
21일 경남 산청군에서 시작된 대형 산불은 사흘째 이어지며 산림을 집어삼켰고, 이 과정에서 산불진화대원 3명과 창녕군 소속 30대 공무원 강 모 씨가 사망했다. 이들은 산불 진화 중 변을 당했지만 애도할 틈도 없이 공무원과 진화대원들은 여전히 화마와 싸우고 있다.
강 씨 유족은 그가 소방 전문 인력도 아닌데 어떻게 산불 진화 현장에 투입됐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강 씨의 아버지는 “소방관도 아니고 전문 인력도 아닌데 어떻게 무리하게 투입됐는지 진상조사가 꼭 필요하다”며 분노했다. 그의 어머니 또한 “잠 안 자고 공부해서 공무원 됐는데 이런 일 하다가 죽어야 하느냐”고 울부짖으며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군 단위 지방자치단체는 대형 산불에 대비해 200명 안팎의 일반 공무원으로 '공무원진화대'를 편성하고 있다. 산불이 발생하면 이들은 업무를 중단하고 산불을 끄러 가야 한다.
이와 관련해 일반 행정 업무를 맡는 공무원들이 화재 진압과 같은 고위험 작업에 동원되는 것은 구조적으로 위험을 내포하고 있단 지적이 나온다.
전남의 한 군 단위 지자체에서 공무원으로 일한 적이 있는 C 씨는 “부임한 지 얼마 안 돼 산불 진화작업에 동원돼 물통을 짊어지고 산불을 껐다”면서 “잔불 정리 작업이라고 했는데 불길이 다시 크게 이는 경우가 많았다. 전문지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투입돼 큰일이라도 벌어지진 않을지 공포스러웠다”고 말했다.
공무원 상당수는 화재 진압에 대한 전문 교육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현장에 투입된다. 방염복 등 보호 장비조차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C 씨 역시 방염복이 부족해 나일론 재질인 노란 민방위복 차림으로 산불을 꺼야 했다.
이에 따라 산불이 발생할 때마다 공무원들의 안전이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남지역본부도 이번 사고를 ‘중대재해’로 규정하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노조는 “대형 산불 진화작업은 헬기를 이용한 진화가 우선이며 공무원과 진화대원은 큰 불길이 잡힌 후 방재 트럭으로 접근해 진화를 돕거나 잔불 정리 등에 투입되는 것이 상식”이라고 말했다. 강 씨의 죽음을 인재로 바라보는 셈이다. 노조는 “산불 현장을 총괄 지휘한 경남도의 안전조치 의무 등 관련 법령 위반 여부에 대해 경찰의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무원 K씨는 "산불진화 훈련 및 지식이 없는 일반 공무원을 무턱대고 투입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