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맞춰 배달하려다 신호 위반해 숨진 배달기사…보상은 어떻게 되나
2025-03-23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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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시간 위해 신호 위반하다 교통사고로 숨진 기사
배달 시간을 맞추기 위해 신호를 위반하다 교통사고로 사망한 배달 기사의 사고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재판장 이정희)는 배달 중 사고로 숨진 A씨의 부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례비 지급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지난해 9월 배달 대행 플랫폼에서 일하던 A씨는 배달 음식을 가지러 가기 위해 교차로를 통과하던 중이었다. 신호가 좌회전 신호로 바뀌었지만, A씨는 이를 무시하고 직진했다. 그 순간 맞은편에서 좌회전하던 차량과 충돌했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비장 파열로 인한 저혈량성 쇼크로 이틀 뒤 숨졌다.
유족들은 A씨의 사고가 업무 중 발생한 재해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례비를 청구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신호위반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며 지급을 거부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근로자의 범죄행위로 인해 발생한 사망’은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이에 유족들은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가 신호를 어긴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배달 업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사고로 판단했다. "배달 업무 특성상 고객 불만을 방지하기 위해 신속한 배달이 요구된다"며 "사고가 A씨의 신호위반으로 발생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업무 수행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또한 A씨가 사고 당일 32건의 배달을 수행한 점을 고려하면, 피로 누적으로 인해 순간적인 집중력이나 판단력이 저하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사고 당시 상당한 육체적·정신적 피로가 누적된 상태였을 것으로 추정되며, 순간적인 판단 착오로 신호를 인식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결과적으로 신호를 위반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사업주와 동료 배달 기사들이 업무 강도가 높아 신속한 배달을 요구받는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한 점도 재판부의 판단에 반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