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먹으면 좌파' 탄핵 정국 불똥, 이제는 식당까지…좌표 찍기’에 점주들 고통
2025-03-23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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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찾아가 욕설 퍼붓고 별점 테러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면이 장기화되면서, 헌법재판소 인근 소상공인들이 예상치 못한 피해를 입고 있다.

온라인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좌파 식당’과 ‘애국 식당’이라는 명단이 공유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명단에 오른 식당들은 억울함과 당혹스러움을 호소하고 있다.
23일 이데일리에 따르면, 최근 SNS에서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주변 9개 식당이 윤 대통령 탄핵에 동조하는 ‘좌파 식당’으로 지목됐다. 반면 탄핵에 반대하는 ‘애국 식당’으로는 8개 식당이 분류됐다.
온라인에서는 좌파 식당이 헌재 앞 탄핵 반대 시위대를 비난했거나 탄핵에 찬성했다는 이유로 불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해당 가게 점주들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일부 점포에는 항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으며, 전화로 욕설을 듣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좌파 식당으로 지목된 한 프랜차이즈 점원은 “전화가 와서 욕설을 하거나 ‘탄핵에 찬성하는 게 맞느냐’고 따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적이 없다고 말하지만, 더 이상 대응할 수도 없다”며 체념한 듯한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식당 주인은 “불매 리스트에 오른 걸 알고 있지만, 너무 상처를 받아 말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울먹였다.

애국 식당으로 분류된 식당들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한식당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왜 애국 식당 명단에 올랐는지 모르겠다”며 “태극기를 든 사람들이 와서 ‘사장님 애국이냐, 종북 좌파냐’고 묻더라”고 전했다. 그는 “정치적인 신념과 상관없이 이런 논란에 휘말리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며 “오히려 헌재 인근이 혼란스러워 단골손님들이 줄어들면서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당들의 지도 애플리케이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17일부터 명단이 공유되면서 일부 식당에는 이유 없이 별점 1점 테러가 이어지고 있다. 한 ‘좌파 식당’으로 지목된 가게에는 “극우 같은 소리하네, 극좌들아” 같은 정치적 비방이 담긴 리뷰가 달렸다. 반면 이에 맞서 별점 5점을 남긴 이용자들은 “극우들이 몰려와서 별점 테러를 하고 있다”며 대응했다.
탄핵 정국이 길어지면서 이런 상황은 점점 심화되고 있다. 앞서 극우 성향 커뮤니티에서는 12·3 계엄 이후 ‘윤석열 탄핵’ 배지를 착용한 민주노총 마트노조 조합원의 신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들은 해당 마트에 항의 전화를 하도록 독려했으며, 결국 마트노조는 지난달 4일 경찰에 조합원을 협박한 이들을 고발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식당 운영이 생계와 직결된 문제인데, 이런 예민한 상황에서 점주들이 개인적인 의견을 표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신념을 강요하거나 이에 대해 다그치는 것은 폭력적인 행위이며, 오히려 전체주의적 사고방식”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