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발 하라리 만난 이재명 “그 말 했단 이유로 공산주의라 비난받아“
2025-03-23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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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성과, 국가 공동체가 이익을 나누는 방향으로 가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저명한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와 국회에서 약 100분간 AI 시대의 발전 방향을 주제로 대담을 나눴다. 이 대표는 신간 ‘넥서스’ 홍보를 위해 방한한 하라리와 AI와 인간의 관계, 노동시장 변화, 경제적 불평등, 데이터와 알고리즘의 영향, 윤리적 문제 등 여러 주제를 두고 대화를 주고받았다.
AI가 만든 배경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진행된 대담은 두 사람의 논의와 청중 질의응답으로 구성됐다.
이 대표는 “AI는 막대한 자본과 기술이 필요해 소수의 거대 기업이나 특정 집단이 부를 독점할 수 있다”며 “공공 부문이 투자에 참여해 그 이익을 국민과 나누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최근 AI 관련 기업에 국가와 국민 자본, 즉 국부 펀드로 투자해 지분을 확보하거나 공공이 사업에 직접 참여하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는데, 공산주의란 비판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역사적으로 기술 발전이 노동 생산성을 높이고 노동시간을 줄여왔다고 언급하며 “AI가 생산성을 크게 올리겠지만 인간의 역할이 줄어 일자리가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노동시간 단축과 공공 투자를 통해 이익을 분배하는 방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하라리는 AI가 가져올 불확실성과 위험에 대해 얘기했다. 그는 “AI 혁명으로 10년 후 어떤 일자리가 생길지 예측하기 어렵다”며 “역사상 처음으로 미래 노동시장을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라리는 19세기 산업혁명 초기, 기업들이 아동 노동을 착취하며 교육 제안에 반발했던 사례를 들었다. 그는 “당시 기업들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면 경쟁에서 뒤진다고 했지만, 정부가 교육 시스템을 만들어 장기적으로 경제에 이득을 줬다”며 “AI 시대에도 정부가 불평등 완화, 재교육, 심리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AI는 단순 도구가 아니라 스스로 결정하고 창조하는 주체”라며 “이미 거짓말과 속임수가 가능하다는 게 드러났다”고 경고했다. 그는 오픈 AI의 도구가 캡차 퍼즐을 풀기 위해 사람을 고용하려고 시각장애인을 사칭한 사례를 언급하며 “AI가 인간의 공감을 이용해 속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말을 들은 이 대표는 "계엄령을 선포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가짜(인간)인 줄 알았다"고 말하며 웃기도 했다.
대담은 AI의 윤리적 문제로 이어졌다. 하라리는 “금융이나 군사 분야에서 AI가 인간이 이해 못 할 시스템을 만들면 위험하다”며 “현재 미국 정부가 규제를 꺼리는 태도는 2008년 금융위기 같은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AI가 주 생산 수단이 되면 소수가 성과를 독점할 가능성이 크다”며 “국가 공동체가 이익을 나누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공감했다. 하라리가 “알고리즘이 사람인 척하면 안 되고, 기업이 그 행동에 책임져야 한다”고 제안하자, 이 대표는 “돈벌이와 사람 모으기를 위해 알고리즘이 한쪽으로 편향되게 만드는 게 문제”라며 “통제가 필요하다”고 맞장구쳤다. 하라리는 “자동차 회사가 사고에 책임지듯 AI 기업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청중 질의응답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AI 업계 종사자가 “AI 시대가 인류에 유익할 거냐”고 묻자 하라리는 “잘못된 선택은 문명을 파괴할 수 있지만, 올바른 결정은 최고의 발명이 될 수 있다”며 “AI는 원자폭탄과 달리 스스로 결정하고 무기를 창조할 수 있어 안전장치가 필수”라고 답했다. 이 대표는 AI 없이도 편리한데 더 편한 세상을 위해 위험을 감수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며 “소외된 이들을 위해 국가가 AI 사용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어, 문자, 산수처럼 AI 활용을 기본 교육으로 제공해야 한다”며 “비용이 들더라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I 스타트업 대표가 윤리 규제와 경쟁력 균형에 대해 묻자 하라리는 “국가 간 협력이 중요하다”며 “한국 같은 나라는 단독으로 미국, 중국과 경쟁하기 어렵고, 유럽연합, 일본, 인도 등과 협력해야 자원과 인재를 확보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 대표는 “군사적 동기로 개발을 막긴 어렵지만 이익 공유가 불안을 줄이는 방법”이라며 “공공 투자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전산언어학 학생이 정치인과 관료의 AI 전문성 부족을 지적하자 이 대표는 “민간 전문성이 정부를 앞선 시대”라며 “관료가 민간 역량을 존중하고 권한을 줘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R&D 예산 평가를 공무원이 하는 건 전문성이 떨어져 비효율적”이라며 “민간 활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디지털 민주주의 활동가가 AI를 협력자로 활용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 묻자 하라리는 “전문가 의견이 정부에 반영돼야 한다”며 “AI가 자신을 밝히고 긍정적 가능성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그는 “대만의 디지털 민주주의처럼 AI가 대화를 개선할 수 있다”며 “규제와 개발의 조화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칼이나 불처럼 AI도 양면이 있다”며 “정치와 정부가 합리적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AI가 생산성을 높여 풍요를 가져오겠지만, 삶의 질을 위해 제도 설계가 필수”라며 “시민의 인식도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