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여성 3명 미국 그랜드캐니언 여행 중 실종... 벌써 10일째
2025-03-23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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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째 연락 두절... 현지 경찰 수사 나서

미국 그랜드 캐니언을 여행하던 한국인 여성 3명이 10일째 연락이 끊겨 현지 경찰이 수색에 나섰다. 22일(현지시각) 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관과 현지 경찰에 따르면 33세 한국인 여성 이모씨와 그의 어머니 59세 김모씨, 김씨 여동생 54세 김모씨가 지난 13일 그랜드 캐니언에서 라스베이거스로 이동 중 소식이 두절됐다. 이씨 일행은 원래 17일 샌프란시스코 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돌아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연락이 안 되자 한국에 있는 가족이 외교부에 도움을 요청했고, 이를 계기로 수사가 시작됐다.
LA 총영사관이 현지 경찰에 협력을 요청했고, 애리조나주 코코니노 카운티 경찰과 고속도로 사고를 담당하는 애리조나주 공공안전국이 수사에 뛰어들었다. 경찰은 이씨 일행이 탄 렌터카 BMW의 GPS를 추적한 결과, 실종 당일인 13일 오후 3시 30분쯤 그랜드 캐니언에서 라스베이거스 방향으로 가는 40번 고속도로를 지나간 걸 확인했다. 이들이 마지막으로 신호가 잡힌 지점에서 약 1마일(1.6km) 떨어진 곳, 윌리엄스 근처 40번 고속도로 마일포스트 159.5 구간에서 13일 오후 3시 27분쯤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겨울 폭풍이 몰아치며 도로가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상태였다. 사고는 트랙터-트레일러가 미끄러지며 고속도로를 완전히 막아버리면서 시작됐고, 뒤따르던 차량들이 제때 멈추지 못해 연쇄적으로 충돌했다. 승용차들이 뒤에서 밀려와 트레일러 밑으로 들어가거나 서로 부딪히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불길이 치솟아 20시간 넘게 화재가 이어졌다. 총 22대 차량이 얽혔는데, 그중 13대는 승용차였다. 사고에 휘말린 운전자와 탑승자는 총 36명이다. 2명이 숨지고 16명이 부상당해 병원으로 실려 갔다. 사망자는 후안 벨트란 산체스(1970년생, 치노 밸리 거주)와 에블린 데이비스(1961년생, 가나도 거주)로 확인됐다.
사고는 눈과 얼음으로 도로가 미끄러운 데다, 차량들이 속도를 줄이지 못하거나 간격을 충분히 두지 않아 발생한 걸로 보인다. 경찰과 수사팀은 사고 현장의 광범위한 화재 피해와 관련자 수 때문에 조사가 오래 걸릴 거라 예상하고 있다. 애리조나주 교통국(ADOT)은 도로와 주변 시설의 손상을 점검 중이며, 추가 정보는 나중에 공개될 예정이다.
애리조나주 공공안전국(DPS)에 따르면 소방관, 주 경찰, ADOT 직원, 견인차 운전자들이 현장에서 불을 끄고 부상자를 돕거나 도로를 정리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화재로 차량이 심하게 타버려 신원 확인이 어려운 상황도 있었다. 경찰은 이씨 일행의 휴대전화 신호가 이 구간에서 마지막으로 잡혔고, 신용카드 사용 내역도 13일 오후 3시 이후로 끊겼다고 밝혔다.
현지 경찰은 "휴대전화 신호가 사라진 시점이 사고 발생 직후와 거의 맞아떨어진다"며 "이씨 일행이 이 연쇄 추돌 사고에 휘말렸을 가능성을 조사 중이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의 BMW가 사고 차량 중 하나인지 아직 확정할 수 없다"며 "범죄와 연관됐다는 증거도 현재로선 없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병원에서 부상자 신원을 확인하고, 헬기를 띄워 40번 고속도로와 주변 지역을 수색했지만 이씨 일행을 아직 찾지 못했다. 수색을 확대하기 위해 이들의 사진을 공개하고 실종 전단지를 만들어 근처 지역에 배포했다. 사고 구간을 중심으로 도로 잔해와 차량 파편을 분석하며 실종자 차량과 일치하는지 확인하고 있다. 당시 현장을 지난 운전자들의 제보를 받으려고 전용 라인도 열었다.
LA 총영사관 관계자는 "가족을 대신해 실종 신고를 했고, 경찰에 여행 일정과 렌터카 정보를 모두 제공했다"며 "현지에 직원을 보내 경찰과 협력하며 수색이 빨리 진행되도록 돕고 있다"고 했다.
한편, 그랜드 캐니언과 라스베이거스를 잇는 40번 고속도로는 겨울철 날씨가 급변하며 사고가 잦은 구간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