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 산불 상황 심각... 진화차 124대에 1300명 넘게 투입했는데 진화율 4.8%
2025-03-23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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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 위기 경보 '심각' 발령... 정부 3개 지자체에 '재난사태' 선포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이틀째 이어지며 야간 산불 확산을 막기 위해 애쓰던 산림 당국이 날이 밝자 헬기 50여 대를 투입해 총력 진화에 나섰다. 23일 산림 당국에 따르면 전날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야산에서 시작된 산불은 이날 오전 5시 기준 진화율이 4.8%에 그쳤다. 산불이 영향을 미친 구역은 950㏊에 달하고, 전체 41km 화선 중 2km만 진화가 끝났고 나머지 39km는 아직 불길과 싸우는 중이다. 의성읍, 신평면 등 32개 마을 주민 1100여 명이 실내체육관이나 마을회관으로 대피했다. 또 의성군공립요양병원 등 지역 병의원에서 347명이 다른 병원으로 옮겨졌다. 현재까지 사람 목숨을 잃은 사례는 없는 걸로 확인됐다.
현장에는 특수진화대, 산림공무원, 소방, 경찰, 의용소방대 등 1356명이 투입됐고, 진화 차량 124대도 동원됐다. 당국은 일출 시간인 오전 6시 30분 전후로 의성에서만 헬기 50여 대를 띄워 산불을 잡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산림청은 전날 오전 11시 24분쯤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야산에서 산불이 발생하자 2시간 46분 만인 오후 2시 10분에 산불 3단계를 발령했다. 산불 3단계는 피해 면적이 100∼3000㏊ 미만이고, 초속 11m 이상 강풍이 불며 진화 시간이 24∼48시간 미만일 때 내리는 조치다. 의성군은 한 성묘객이 묘지를 정리하다 불을 냈고 직접 119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야산 정상에서 시작된 불이 초속 5.6m 강풍을 타고 의성읍 쪽으로 번졌다. 산림 당국 관계자는 "야간엔 산불 진화가 힘들어 확산을 막는 데만 집중했다"며 "일출과 함께 헬기를 대거 투입해 불을 끄는 중이다"고 했다.


경남 산청군 신안면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은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 산림 당국은 밤새 진화 작업을 멈추지 않고 있다. 23일 산림 당국에 따르면 21일 오후 3시 28분쯤 산청군 시천면 야산에서 시작된 산불의 진화율은 현재 25% 수준이다. 야간 산불 확산을 막기 위해 산불재난특수진화대 등 1777명과 소방차 등 장비 212대가 투입돼 불길을 잡고 있다. 열화상 드론으로 화선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며 야간 진화에 활용하고 있다. 산불 영향 구역은 847㏊이고, 총 화선은 35km다. 이 중 26.2km는 진화 중이고, 8.8km는 불이 꺼졌다. 이 산불로 창녕군 소속 산불진화대원과 공무원 4명이 숨졌고, 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인근 주민 263명은 한국선비문화연구원 등으로 대피했다.
산림 당국은 일출에 맞춰 헬기 50여 대를 투입해 산불을 진화 중이다. 산림 당국은 21일 오후 3시 28분쯤 산불이 발생한 뒤 약 3시간 만인 오후 6시 40분에 대응 3단계를 발령했다. 올해 처음으로 대응 최고 단계인 3단계가 내려졌다. 전날 특수진화대, 전문진화대, 공무원, 경찰, 소방, 군인 등 1300여 명과 장비 120대가 투입됐지만 큰 불길을 잡지 못했다. 오후 한때 진화율이 75%까지 올랐으나 건조한 대기와 산 정상에서 초속 10m 이상 강풍이 불며 진화율이 30%대로 떨어졌다. 산청군 시천면에서 진화 작업 중이던 창녕군 소속 진화대원 등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불길을 잡으러 갔다가 역풍에 고립돼 목숨을 잃은 걸로 알려졌다. 함께 출동한 5명은 부상으로 병원에 실려 갔고, 이 중 4명은 중상이다. 불은 화재 현장 근처 농장에서 잡초 제거를 위해 예초기를 쓰다 불씨가 튀며 시작된 걸로 보인다.
산림청은 전날 전국 곳곳에서 산불이 잇따르자 충청, 호남, 영남 지역의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올렸다. 행안부는 범정부 차원의 대응을 위해 오후 6시 울산광역시, 경상북도, 경상남도에 재난 사태를 선포했다. 재난 선포 지역에선 재난경보 발령, 인력·장비·물자 동원, 위험구역 설정, 대피 명령, 응급 지원, 공무원 비상 소집 등이 이뤄진다. 우리나라는 '남고북저' 기압 속에서 기온이 높고 건조한 바람이 거세게 불며 산불이 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졌다. 남쪽엔 고기압, 북쪽엔 저기압이 자리 잡아 서풍이 불고 있다. 동해안과 영남 내륙 곳곳엔 건조주의보가, 강원 영동과 경북 북동부엔 강풍주의보가 내려졌다.
서풍이 불면 백두대간 동쪽 산지 기온이 크게 오르고 대기가 건조해진다. 공기가 산을 타고 올라갈 때 차고 건조했다가 정상을 넘어 내려오며 따뜻해지면서 산 아래에 고온 건조한 바람이 부는 '푄현상' 때문이다. 이번 주말엔 따뜻한 공기가 뚜껑처럼 산 위를 덮으며 백두대간 동쪽으로 고온 건조한 바람이 매우 거세게 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