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장군이 이름을 지은 전설의 한국 물고기... 맛도 감탄스럽다
2025-03-25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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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맛있어서 ‘샛서방고기’로 불린 한국 물고기

군평선이란 이름의 유명하지 않은 생선이 있다. 딱돔으로 불리는 이 물고기는 한국 남해안의 숨은 보물이다. 이름부터 전설을 품고 있고, 단단한 뼈와 독특한 맛으로 지역 주민과 미식가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군평선이의 모든 것을 알아본다.
군평선이는 백미돔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다. 몸은 옅은 황갈색 바탕에 너비가 넓은 6개의 어두운 갈색 수직무늬가 특징이다. 등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 꼬리지느러미 가장자리는 검은색을 띠고, 아래턱에는 아주 짧은 수염이 나 있다. 아가미뚜껑 가장자리에는 2개의 가시가 돋아 있다. 몸길이는 보통 25~30cm 정도로, 타원형에 가까운 형태를 갖췄다.
이름의 유래는 임진왜란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남 여수에 갓 부임한 이순신 장군이 조선 수군의 관기 ‘평선이’가 대접한 생선을 맛있게 먹고 이름을 물었는데, 아무도 모르자 그 자리에서 평선이라는 이름을 지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후 구운 맛이 좋아 군평선이로 불리게 됐다고 한다. 이 생선은 지역마다 다양한 별칭으로 불린다. 여수와 고흥에서는 ‘딱돔’이나 ‘금풍생이’, 일부 지역에서는 ‘샛서방고기’라 부른다. ‘샛서방고기’라는 이름은 맛이 뛰어나 본남편에게는 주지 않고 샛서방에게 몰래 준다는 속담에서 비롯됐다.
군평선이는 한국의 남해와 황해, 동중국해 일대에 서식한다. 주산지는 전남 여수시와 고흥군이다. 남해안의 바위가 많은 모래펄 지역에서 많이 발견된다. 겨울에는 수심 60m 정도의 이어도 남부 해상에 머물다가 봄에 북상해 6월부터 8월까지 남해로 들어와 산란한다. 온대성 물고기라 따뜻한 바다를 선호하며, 해조류가 풍부한 얕은 연안에서 주로 생활한다. 여수시와 고흥군에선 군평선이가 흔하지만 전국적인 인지도는 낮아 주로 지역 주민과 낚시꾼들에게 친숙하다.
군평선이의 제철은 여름, 정확히는 6월에서 8월 사이다. 이 시기에 살이 올라 맛이 가장 좋고, 산란을 위해 연안으로 몰려들어 잡기도 쉬워진다. 여름철 남해안에선 군평선이가 생선구이로 식탁에 자주 오른다. 이순신 장군이 즐겼다는 전설 덕에 여수에서는 여름철 별미로 자리 잡았다. 제철이 아닌 시기에는 조업량이 줄어 냉동 상태로 유통되기도 하지만 신선한 맛을 즐기려면 여름에 먹는 게 최고다.
군평선이는 주로 낚시로 잡힌다. 여수와 고흥에서는 갯바위 낚시나 배를 타고 나가는 선상 낚시로 흔히 만난다. 낚시꾼들은 군평선이를 잡기 위해 작은 새우나 해조류를 미끼로 사용한다. 몸에 가시가 많고 움직임이 민첩해 손으로 잡기보다는 낚싯줄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 수협에 따르면 군평선이는 연안에서 해조류를 먹으며 생활하기 때문에 얕은 바다에서 낚시하기에 적합하다. 조업 시즌인 봄부터 가을까지는 자연산이 풍부하지만, 겨울과 여름 극성수기 외에는 조업량이 급감해 귀한 생선으로 취급된다. 어부들은 그물로도 잡지만, 낚시로 잡은 군평선이가 더 신선하고 상품 가치가 높다.
군평선이는 다양한 방법으로 먹을 수 있지만 구이가 가장 대중적이고 맛있다. 잔가시가 없어 발라먹기는 쉽다. 뼈가 단단하고 살이 많지 않아 손으로 들고 뜯어먹는 게 제맛이다. 회로도 먹을 순 있지만 살이 적어 구이나 찜이 더 선호된다. 여수에서는 양념을 발라 구운 군평선이구이가 유명하다. 겉은 바싹하고 속은 부드럽다.
군평선이 1마리, 소금 약간, 간장 1큰술, 고춧가루 1작은술, 다진 마늘 1작은술, 참기름 약간을 준비한다. 먼저 군평선이를 손질한다. 비늘을 제거하고 내장을 빼낸 뒤 깨끗이 씻는다. 물기를 닦고 소금을 살짝 뿌린다. 간장, 고춧가루, 다진 마늘, 참기름을 섞어 양념장을 만든다. 군평선이 겉에 양념장을 고루 바르고 30분 정도 재운다. 오븐이나 그릴에 넣고 200도에서 15~20분 굽는다. 겉이 바싹해질 때까지 굽고, 뼈째 씹어 먹으면 된다. 손으로 뜯어 먹는 게 포인트다.
또 다른 요리법은 군평선이찜이다. 재료는 군평선이 1마리, 무 100g, 양파 2분의 1개, 대파 1대, 고추장 1큰술, 간장 2큰술, 고춧가루 1큰술, 설탕 1작은술, 다진 마늘 1큰술이다. 군평선이를 손질해 비늘과 내장을 제거하고 씻는다. 무와 양파는 채 썰고, 대파는 어슷 썬다. 냄비에 무를 깔고 군평선이를 올린다. 고추장, 간장, 고춧가루, 설탕, 다진 마늘을 섞어 양념장을 만들어 붓는다. 물 1컵을 넣고 센 불에서 끓이다가 중불로 줄여 20분 정도 찐다. 양파와 대파를 넣고 5분 더 끓이면 완성한다. 뼈가 단단해 씹는 재미가 있다.
군평선이의 맛은 담백하면서도 깊다. 살의 단맛과 뼈째 씹히는 식감이 매력적이다. 살은 적지만 부드럽다. 구우면 겉이 바삭해 씹을수록 달곰한 풍미가 퍼진다. 껍질과 살의 맛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도미류 중 가장 맛있다는 말도 있다. 노량진 수산시장에서도 가끔 만날 수 있지만 신선한 맛을 위해선 여수나 고흥에서 직접 먹는 게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