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로 ‘최면’ 걸어서 먹이 사냥... 맛이 끝내준다는 한국 해산물

2025-03-26 08:40

add remove print link

원래 이름이 '오징어'였다는 한국 해산물

갑오징어 / 뉴스1
갑오징어 / 뉴스1

여러 오징어 종류 중에서도 갑오징어는 맛이 좋기로 널리 알려진 식재료다. 오징어와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특징을 가진 갑오징어는 우리 식탁에서 고급 식재로 사랑받고, 때로는 수족관에서 경이로운 관상용 생물로 주목받는다. 갑옷 같은 뼈를 품고 있는 까닭에 갑옷 갑(甲)자가 붙은 오징어인 갑오징어에 대해 알아봤다. 마침 갑오징어의 철이 다가오고 있다.

갑오징어 / 뉴스1
갑오징어 / 뉴스1

갑오징어는 두족류에 속하는 연체동물이다. 십완상목 갑오징어목에 포함된다. 몸통 안에 석회질의 길고 납작한 뼈를 품고 있다. 일반 오징어와 문어와 구분되는 결정적인 특징이 바로 이 뼈다. 문어는 뼈가 전혀 없고, 일반 오징어는 작고 얇은 연골성 깃뼈를 가지지만, 갑오징어는 단단한 석회질 뼈를 몸 안에 품고 있다. 이 뼈는 오징어의 조상인 오르토케라스 아강에서 퇴화된 껍데기가 소형화돼 남은 흔적으로, 척추동물의 뼈와는 성질이 다르다. 한반도 해역에 서식하는 갑오징어는 몸길이 약 20cm, 무게 약 200g 정도지만, 종에 따라 새끼손가락보다 작은 것부터 50cm를 훌쩍 넘는 대형 개체까지 다양하다.

갑오징어는 동북아시아와 오스트레일리아 북부 바다에 분포한다. 한국에서는 서해와 남해의 잘피밭에서 주로 잡히고, 동해의 모래밭에서도 일부 발견된다. 지역에 따라 이름도 다채롭다. 제주에서는 맹마구리, 서산·태안·당진에서는 찰배기나 찰박이라 부르며, 일본에서는 코이카(甲いか)라고 한다. 서해에서는 낚시 대상어로 인기가 많다. 배를 타고 하는 선상 낚시나 항구, 갯바위 해변에서의 워킹 낚시로 쉽게 만날 수 있다. 주꾸미와 서식지와 제철이 겹쳐 주꾸미 낚시 중 종종 갑오징어가 걸리기도 한다. 다만 갑오징어의 서식 범위가 주꾸미보다 넓어서 갑오징어를 잡을 수 있는 곳에서 주꾸미가 없는 경우도 있다.

일반 오징어와 갑오징어는 겉모습부터 다르다. 일반 오징어는 긴 원통형 몸통에 촉수 2개와 다리 8개를 갖고 있지만, 갑오징어는 납작한 타원형 몸통에 촉수 10개를 지닌다. 촉수는 길고 짧은 것이 섞여 있으며, 긴 촉수는 몸길이의 3배까지 늘어나 사냥에 활용된다. 뼈 모양도 차이가 크다. 일반 오징어의 깃뼈는 투명하고 얇은 연골인 데 반해 갑오징어의 뼈는 숟가락 모양의 단단한 석회질로 흰색을 띤다. 크기 면에서도 일반 오징어는 평균 61cm까지 자라지만, 갑오징어는 보통 40cm를 넘지 않는다. 식감과 맛에서도 차이가 두드러진다. 갑오징어는 살이 두툼하고 쫄깃하다. 다리도 주꾸미처럼 개성 있는 맛을 낸다.

갑오징어 제철은 4월부터 10월까지다. 특히 5월은 살오징어 금어기로 갑오징어 구입이 권장된다. 4~6월 산란기에는 살이 통통하고 알의 독특한 식감까지 즐길 수 있다. 가을철인 9~10월에도 살이 올라 맛이 좋다. 지역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이 시기에 잡힌 갑오징어가 가장 신선하고 풍미가 뛰어나다. 낚시꾼들은 가을 서해에서 갑오징어를 노린다. 잘피밭이나 모래밭에서 채비를 던져 잡는다. 주로 루어 낚시로 잡는데, 인조 미끼인 에기(エギ)를 사용해 갑오징어를 유인한다. 에기는 새우나 물고기 모양으로 제작되며, 색상과 움직임으로 갑오징어의 사냥 본능을 자극한다. 선상 낚시에서는 배를 타고 깊은 수심으로 나가며, 워킹 낚시는 얕은 해안가에서 이뤄진다.

양식은 아직 대중화되지 않았다. 부화 후 서로 잡아먹는 습성과 먹이생물 문제로 대량 생산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갑오징어 / 연합뉴스
갑오징어 / 연합뉴스

갑오징어는 다양한 요리로 즐길 수 있다. 회, 볶음, 튀김, 찜 등으로 요리되는데, 타우린 함량이 높아 보양식으로도 좋다. 일반 오징어보다 가격이 3~5배 높아 고급 식재료로 취급된다. 뼈의 비중이 커 회로 먹으면 양이 적지만, 두툼한 살과 쫄깃한 식감이 인기 비결이다. 남유럽에서는 칼라마리라는 이름의 튀김 요리가 흔하고, 한국과 일본에서는 회, 숙회, 찜이 대중적이다. 갑오징어를 삶은 물로 라면을 끓이면 육수 맛이 일품이다. 요리 시 다리와 몸통의 익힘 시간을 달리 조절하면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다.

구체적인 요리법으로 갑오징어 숙회를 소개한다. 재료는 갑오징어 1마리, 소금 1작은술, 초고추장, 미나리 약간이다. 먼저 갑오징어를 손질한다. 다리를 잡아당겨 내장과 먹물을 제거하고, 뼈를 빼낸 뒤 눈과 입을 잘라낸다.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다.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갑오징어를 1분 정도 데친다. 너무 오래 데치면 질겨지니 주의한다. 데친 갑오징어를 찬물에 식히고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초고추장과 미나리를 곁들여 내면 완성이다. 쫄깃하면서 달콤한 맛이 특징이다.

또 다른 요리법은 갑오징어 볶음이다. 재료는 갑오징어 1마리, 양파 2분의 1개, 대파 1대, 청양고추 2개, 고추장 1큰술, 고춧가루 1큰술, 간장 1큰술, 설탕 1작은술, 다진 마늘 1작은술이다. 갑오징어를 손질한 뒤 몸통에 칼집을 내고 썬다. 양파와 대파, 청양고추는 채 썬다. 팬에 기름을 두르고 고추장, 고춧가루, 간장, 설탕, 다진 마늘을 섞어 양념장을 만든다. 센 불에 양파를 볶다가 양념장을 넣고, 갑오징어를 투입해 빠르게 볶는다. 다리가 질기지 않도록 몸통과 따로 볶아도 된다. 마지막에 대파와 청양고추를 넣어 마무리한다. 매콤하고 담백한 맛이 밥과 잘 어울린다.

갑오징어의 맛은 독특하다. 몸통은 오징어처럼 담백하면서도 부드럽고 쫄깃하다. 다리는 주꾸미처럼 짧고 개성 있는 풍미를 낸다. 일반 오징어보다 살이 두툼해 씹는 맛이 강하다. 단맛도 은은하게 퍼진다. 제철에 먹으면 신선함이 더해져 풍미가 끝내준다. 선도가 떨어지면 볶음으로 조리해도 맛이 나쁘지 않다. 타우린이 풍부해 피로 해소와 간 기능 개선에도 도움을 준다.

갑오징어 뼈도 활용도가 높다. 석회질로 이뤄져 의료용 지혈제로 쓰인다. 말린 뼈를 갈아 ‘오적골’ 또는 ‘해표초’라 부르는데, 출혈 부위에 뿌리면 지혈 효과를 낸다. 1990년대 시골에서는 상비약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애완동물 칼슘 보조제로도 가공된다. 뼈를 갈아 물과 섞어 큐브로 만든 뒤 거북이나 조류에게 급여한다. 뼈는 햇볕에 말려 보관하며, 세척이 부실하면 비린내가 날 수 있다.

갑오징어는 애완용으로도 키워진다. 화려한 무늬와 변색 능력 덕에 서양에서는 수족관에서 인기 있다. 키울 때 난이도가 제법 있다. 수명이 1년 미만으로 짧다. 또 육식성으로 생먹이를 먹여야 한다. 수산시장에서 구한 성체는 한 달도 못 버티고 죽는다. 인도양과 남태평양에 사는 프페퍼 불꽃 갑오징어는 소형이어서 관상용으로 인기가 있지만 맹독성이 문제다. 이 종은 흑보라색, 노란색, 핑크색으로 변한다. 바닥을 걷는 모습이 귀엽다. 사육 시 해수 어항에 모래와 은신처를 마련해야 한다.

갑오징어는 변장술이 뛰어나다. 카멜레온처럼 색을 바꾸고, 소라게로 위장해 먹이를 유인한다. 사냥법이 매우 특이하다. 다리 두 개를 편 다음 색을 계속 바꾸면서 최면을 걸어 먹이를 혼란스럽게 한 뒤 잡는다. 새우, 게, 물고기따위를 먹는다. 테트로도톡신에 면역돼 있는 까닭에 복어도 삼킨다. 짝짓기에서도 변장을 활용한다. 약한 수컷이 암컷으로 위장해 강한 수컷을 속인 뒤 원하는 암컷과 도주한다. 피부의 로돕신 단백질로 환경을 감지하며 위장한다.

갑오징어는 매우 똑똑한 동물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에 따르면 갑오징어는 언제, 어디서, 무엇을 먹었는지 기억하고 먹이를 결정할 때 활용한다. 지난 며칠간 어디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기억할 수 있는데, 나이가 들어도 이런 기억력이 떨어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오징어라는 이름은 원래 갑오징어를 가리켰다. 일제강점기에 피둥어꼴뚜기(살오징어)가 오징어로 불리며 이름이 바뀌었다. 북한에서는 여전히 갑오징어를 오징어라고 부른다. 영화 ‘쥬라기 월드’에선 인도미누스 렉스 DNA에 갑오징어 DNA를 주입해 위장술이 가능한 공룡을 만들었다.

갑오징어 /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갑오징어 /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