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싹 속았수다' 학씨 아저씨, 얼굴이 익숙하다 했는데… '여기서' 봤었네
2025-03-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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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의 반전 매력, '학씨 아저씨'의 비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에서 강한 인상을 남기며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인물이 있다.

바로 "학 씨"라는 말버릇과 얄미운 표정, 얄팍한 속물근성으로 극의 긴장을 이끌어가는 부상길 역의 배우 최대훈이다. 캐릭터 이름보다 '학씨 아저씨'라는 별명으로 더 많이 불릴 정도로, 짧은 등장만으로도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그는 사실 다양한 작품에서 이미 존재감을 보여준 배우다.
'폭싹 속았수다'에서 최대훈이 연기한 부상길은 도동리 지역 유지이자 배 선장으로, 주인공 애순의 혼처로 등장해 첫인상부터 시청자의 반감을 샀다. "마누라 하나 얻으면 살림이 다 공짜"라며 여성을 도구처럼 취급하는 대사는 물론, 관식과 애순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얄미운 행동들은 보는 이들의 분노를 유발하기에 충분했다. 이후 관식을 자신의 배에서 부리며 괴롭히고, 애순에게는 무시와 오만함을 일삼는다. 그 결과 애순에게 정강이를 걷어차이는 장면은 통쾌함을 안기며 ‘사이다’ 명장면으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부상길이라는 캐릭터는 단순한 빌런이 아니다. 말과 행동은 밉상이지만, 최대훈 특유의 리얼한 생활 연기가 더해지며 캐릭터가 과장되지 않고 실제로 어딘가에 있을 법한 사람처럼 느껴진다.

최근 공개된 2막에서는 어촌계장 선거에 출마해 애순과 경쟁하며 음식물 제공과 헛소문 퍼뜨리기로 표심을 노리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안겼다. 결국 성추문 루머로 낙선하는 전개는 시대 풍자와 함께 코믹한 요소를 동시에 살려낸 장면으로 평가받는다.
이처럼 독한 악역인데도 밉지 않은 이유는 최대훈의 절묘한 연기 덕분이다. 그는 부상길을 무자비하거나 폭력적인 인물이 아닌, 시대의 산물이자 너무나 속물적인 '작은 인간'으로 그려낸다. 가부장제의 끝자락에 남은 인물처럼, 불쾌하면서도 안타까운 감정을 남긴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욕하면서도 웃게 되는 캐릭터' '없으면 심심할 캐릭터'라고 말하며 그에게 호감을 표한다. 극 중 영란 역 채서안과의 관계 역시 흥미롭다. 영란은 애순과 연대감을 느끼며, 부상길에 대한 불만을 애순에게 털어놓기도 한다.
그의 얼굴을 두고 시청자들이 '얼굴이 낯익다'고 느낀 데에는 이유가 있다.
최대훈은 2000년 단편 영화 '자반 고등어'로 데뷔한 이후, 연극과 뮤지컬 무대를 중심으로 연기력을 쌓아온 베테랑 배우다. 2007년 KBS 드라마 '얼렁뚱땅 흥신소'로 방송 활동을 시작했고, 이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모범형사2' '커튼콜' '천원짜리 변호사' '세작, 매혹된 자들' '무법변호사' '의문의 일승' 등 다양한 드라마에 출연하며 꾸준히 얼굴을 알려왔다.

특히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서는 손예진이 연기한 윤세리의 큰오빠 윤세준 역으로 출연해 ‘현실 남매’ 케미를 보여주며 주목을 받았다. 또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트리거'에서는 정치권에 입성한 악역 조진만 역을 맡아, 차가운 이면과 폭력성을 드러내며 강렬한 연기를 펼쳤다. 누나 역의 추자현과 함께 ‘미친 남매’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몰입도 높은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특별출연임에도 강한 인상을 남긴 예도 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는 정명석의 친구이자 경쟁자인 장승준 변호사 역으로 등장해, 한 회 출연만으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시청자들 사이에서 재출연 요청이 쇄도했다. ‘지옥에서 온 판사’에 특별출연해 또 다른 신스틸러로 존재감을 각인시킨 바 있다.
연이어 다양한 작품에서 강렬한 캐릭터를 맡고 있는 최대훈은 단순한 악역 연기를 넘어, 현실적인 캐릭터의 불편함과 매력을 오가는 섬세한 표현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의 연기엔 과장이 없다. 생활 연기처럼 자연스럽고, 말투와 몸짓 하나에도 디테일이 살아 있다. 이런 연기 내공은 오랜 무대 경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폭싹 속았수다'에서 "학 씨"라는 짧은 말 한마디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최대훈. 어느 순간부터 캐릭터 이름보다 '학씨 아저씨'로 불리게 된 그는 지금 그 어떤 드라마 속 주인공 못지않게 뜨거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소름 끼치게 얄미운데, 중독성 있게 빠져들게 만드는 이 배우의 매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 작품에서는 또 어떤 얼굴로 등장할지 기대가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