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다에 핀 붉은 꽃... 지금 낚싯대 던지면 10마리씩 올라오는 물고기
2025-03-23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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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부터 구이까지 어떻게 먹어도 맛있다는 한국 물고기

지금 바다를 붉은 꽃처럼 수놓는 물고기가 있다. 낚싯줄을 타고 많게는 10마리에서 15마리까지 붉은 물고기가 줄줄이 올라오고 있다. 이 물고기의 정체는 불볼락이다. 불볼락이 어떤 물고기인지 알아봤다.
열기로도 불리는 불볼락은 쏨뱅이목 양볼락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다. 몸은 붉은빛을 띠며 세로줄과 가로줄이 어우러진 무늬가 특징이다. 최대 몸길이는 30cm 정도지만, 보통 20~25cm 크기로 잡힌다. 성장 속도가 느려 4년이 지나야 20cm에 이른다. 볼락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더 깊은 바다에서 산다. 볼락이 내만 얕은 곳에 머무는 데 비해 불볼락은 외해의 깊은 수심대를 좋아한다. 난태생 어종이라 알을 몸속에서 부화시켜 새끼를 낳는다. 새끼는 5cm쯤 될 때까지 해조류에 붙어 떠돌다 암초에 정착한다. 성체가 되면 더 깊은 곳으로 이동해 집단생활을 한다.
불볼락은 한국과 일본의 바다에서 주로 서식한다. 한국에선 서해 중부 이북을 제외한 남해와 동해 전역에 분포한다. 서해 어청도 이남, 남해의 추자도와 욕지도, 동해의 속초에서 포항까지, 그리고 울릉도와 왕돌초에도 무리를 지어 산다. 일본에선 훗카이도부터 대마도까지 넓게 퍼져 있다. 한류와 난류가 섞이는 깊은 해역을 선호한다. 수온 변동이 큰 서해 북쪽엔 잘 살지 않는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울릉도와 왕돌초의 불볼락은 남해·동해 집단과 유전적으로 달라 독자적인 진화를 거친 것으로 밝혀졌다. 양식 사례는 없다. 자연에서 잡힌다.
한국인들은 불볼락을 즐겨 먹는다. 제철은 겨울에서 초봄인 1~4월이다. 이때 살이 통통하고 맛이 가장 좋다. 부산에선 볼락과 불볼락이 특히 인기가 있다. 철이 되면 횟집 수족관이 붉은 생선으로 가득 찬다.
요리법은 다양하다. 회로 먹으면 이노신산이 풍부해 강한 감칠맛이 난다. 살이 단단해 식감이 좋다. 얇게 썰기보다 포를 떠 3등분 정도로 자르면 맛이 더 살아난다. 굵은 소금을 툭툭 뿌려 굽는 소금구이는 고소한 풍미를 살리는 조리법이다. 조림은 매콤한 양념과 어우러져 밥반찬으로 제격이다. 매운탕으로 먹어도 일품이다. 뼈가 억세지 않아 튀겨 먹어도 별미다. 집에서 조림 요리를 할 땐 무, 양파, 고추를 넣고 고추가루, 액젓, 마늘로 양념하면 간단히 완성할 수 있다. 쌀뜨물에 담갔다가 조리하면 비린내가 줄어든다.
맛은 뛰어나다. 회는 감칠맛과 단단한 식감이 조화를 이루고, 구이는 기름기 적은 고소함이 특징이다. 조림은 매콤하면서도 부드럽고, 탕은 담백하다. 크기가 작아 먹기 편하고, 비린내가 강하지 않아 생으로 먹어도 부담이 없다.
불볼락은 낚시꾼의 사랑을 받는다. 선상 낚시의 대표 어종이다. 카드채비(바늘 4~6개 달린 줄)를 쓰면 한 번에 여러 마리를 낚을 수 있다.
마초TV 유튜브 채널의 최근 영상에 따르면 지금 한국 바다에선 불볼락이 대풍어를 이루고 있다. 영상에서 “열기 꽃이 터졌다”며 줄에 붉은 불볼락이 주렁주렁 매달린 장면을 보여준다. 무리를 지어 다니는 습성 때문에 한 번 낚싯대를 던질 때마다 5~10마리가 올라온다. 호황일 땐 15마리까지 걸린다고 한다. 마초가 “쿨러가 금방 차버린다” “줄줄이 올라오는 게 장난 아니다”라고 말하며 깜짝 놀란다. 바람이 약하고 바다가 잔잔할 때 특히 잘 잡힌다. 파도가 높아지면 활동이 줄어 빈작으로 끝난다.
잡을 때 주의할 점이 있다. 깊은 수심에서 끌어올리면 수압 차로 바로 죽는다. 살아있는 상태로 유통은 어렵고, 선어나 반건조로 처리된다. 갯바위 낚시에선 ‘손님고기’로 잡히기도 하는데, 이때 수온이 낮다는 신호다. 감성돔 낚시꾼에겐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낚싯줄에 여러 마리가 걸리면 엉킬 수 있으니 채비를 단단히 점검해야 한다. 크기가 작아 루어대나 에깅대, 짧은 빙어 낚싯대 등 장비를 가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