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보다 훨씬 비싸다... 갑자기 값이 4배나 오른 의외의 한국 식재료

2025-03-2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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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유의 냄새로 호불호 갈린다는 한국 식재료

흑염소탕 / 연합뉴스
흑염소탕 / 연합뉴스
가파른 절벽. 인간이라면 꿈도 꾸지 못할 정도로 높고 아슬아슬한 경사를 오르며 염소가 태연히 풀을 뜯는다. 염소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 정도로 유명한 동물이지만 식재료로서 친근하게 여겨지진 않는 동물이다. 식재료로서보단 오히려 ‘절벽 타기 명수’쯤으로 한국에서 여겨지는 염소에 대해 알아봤다.

중력을 거스르며 댐을 오르는 아이벡스(염소속에 속하는 동물). / BBC
중력을 거스르며 댐을 오르는 아이벡스(염소속에 속하는 동물). / BBC

전 세계 산악지대는 염소의 놀이터다. 스위스 알프스, 히말라야의 험준한 봉우리, 아프리카의 고원지대까지 염소는 어디든 간다. 한국에도 재래종인 흑염소가 있다. 산지나 농가에서 종종 눈에 띈다. 야생이든 가축이든 염소는 거친 환경을 집처럼 누비는 타고난 산악 전사다.

염소의 가장 큰 특징은 단연 그 놀라운 등반 능력이다. 염소는 높은 곳에 올라가는 걸 광적으로 즐긴다. 거의 목숨을 걸고 절벽을 탄다. 발바닥의 부드럽고 탄력 있는 패드가 미끄러운 바위에서도 균형을 잡아주고, 강한 다리 근육은 좁은 틈에서도 몸을 지탱하게 해준다.

염소는 왜 그토록 아찔한 절벽에 매달리는 걸까. 암벽에 있는 소금이나 미네랄 성분을 섭취하기 위해 높은 곳을 좋아한다는 이야기가 흔히 돌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염소는 본래 험준한 산악지대에서 살아온 동물로, 절벽과 같은 험난한 지형에 완벽하게 적응하도록 진화했다. 그들의 발굽은 미끄러운 바위나 좁은 틈새에서도 안정적으로 버틸 수 있게 특별히 설계됐고, 불안정한 절벽에서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건 타고난 균형 감각 덕분이다. 이런 신체적 특성이 염소를 자연스럽게 절벽으로 이끄는 것이다. 절벽에는 염소가 좋아하는 식물이나 이끼가 자라는 경우가 많다. 물론 소금 같은 미네랄을 얻기 위해 절벽의 암염을 찾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염소는 단순히 먹이를 위해서만 절벽을 오르는 게 아니다. 절벽은 포식자로부터 안전한 피난처가 될 수 있다. 염소는 절벽을 오르내리며 포식자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피할 수 있다. 이탈리아 알프스의 아이벡스는 절벽 위에서만 자라는 희귀한 풀을 먹기 위해 위험을 감수한다. 미국 유타주에서는 염소가 절벽에서 휴식을 취하며 사냥꾼의 눈을 피한다. 북아메리카의 산양 염소는 눈표범 같은 포식자를 피해 절벽으로 올라가고, 히말라야의 블루십은 더 신선한 풀을 찾아 높은 곳을 선호한다.

염소는 호기심이 많고 활동적인 동물이다. 절벽 오르기는 염소에게 일종의 놀이처럼 느껴질 수 있다. 짜릿한 스릴을 즐기는 본능적인 행동이다. 염소가 절벽을 즐기는 건 타고난 능력, 생존 본능, 그리고 짜릿한 즐거움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절벽을 오르는 건 위험하지만 그만큼 보상이 크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셈이다.

식성은 까다롭지 않다. 풀, 나뭇잎, 관목, 심지어 나무껍질까지 먹는다. 한 목초지에 있으면서 풀을 뿌리까지 뽑아서 먹기에 목축지를 사막화한다. 나폴레옹이 죽은 곳으로 유명한 세인트헬레나 섬에선 방목한 염소 두 쌍이 수천 마리로 늘어 생태계를 멸망 직전까지 몰고 갔다. 갈라파고스 제도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이들 섬에선 염소 수십만마리를 몰살하는 방법으로 사태를 해결했다. 염소는 북한도 애먹였다. 북한은 염소가 산악지형에 특화된 가축이란 점에 착안해 염소 기르기 운동을 추진했다가 낭패를 당했다. 몇 년도 안 돼 급속하게 불어난 염소 때문에 온 산림이 황폐해졌다. 황폐해진 산림은 홍수, 더 나아가 그 유명한 ‘고난의 행군’으로 이어졌다.

염소를 가축으로 기르기 시작한 건 수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동 지역에서 고기와 젖, 가죽을 얻기 위해 길들여졌을 가능성이 크다.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지만 기원전 9000년쯤 메소포타미아에서 염소가 가축화됐다는 증거가 있다.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600여 품종이 존재한다. 한국에서는 흑염소가 주로 사육된다. 1980년대만 하더라도 젖과 고기를 얻을 용도로 흰 염소를 키우는 농가가 있었지만 현재는 거의 사라졌다. 지금은 흑염소만 주로 키워진다.

흑염소 / 연합뉴스
흑염소 / 연합뉴스

한국인들은 염소를 많이 먹는 편은 아니다. 주로 중장년층이 흑염소탕이나 수육을 보양식으로 찾는다. 개고기와 비슷한 질감과 감칠맛 때문에 보신탕 대용으로 사용됐다. 하지만 소고기나 돼지고기에 비하면 소비량이 많진 않다. 그다지 인기 있는 식재료는 아닌 셈이다. 그런데 분위기가 바뀌었다. 반려견 문화 확산, 개 식용 금지법 공포의 영향으로 개고기에 대한 수요가 줄자 개고기의 대체제로 흑염소가 떠올랐다. 흑염소 고기는 개고기와 조리법과 육질이 유사하다. 수요는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는 법. 어느덧 흑염소는 무게당 가격이 한우보다 비싼 최고급 가축이 됐다. 5년 전과 견주면 3, 4배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더라도 염소 고기가 한국에서 인기 있는 식재로라고 말하긴 어렵다. 염소 산업의 생산액은 연간 2000억 원에 미치지 않는다. 한우 산업의 연간 생산액(약 13조원), 돼지 산업의 연간 생산액(약 10조원)과 비교하면 산업 규모가 초라하다.

반면 중동, 아프리카, 인도 같은 나라에서는 염소고기가 식탁의 주인공이다. 인도에서는 커리, 중동에서는 구이로 즐기고, 그리스나 프랑스에서는 염소젖으로 치즈를 만든다. 에티오피아나 인도네시아에서는 접대용으로 귀히 여겨지고, 남아시아에서는 양고기보다 염소고기를 더 많이 먹는다. 이처럼 염소고기는 전 세계적으로 단백질 공급원으로 사랑받는데, 특히 가난한 지역에서는 소보다 키우기 쉬워 생계의 핵심이다.

요리법은 지역마다 다채롭다. 한국에선 흑염소를 보신탕처럼 요리해 먹거나 한약재와 함께 푹 고아 약용으로 먹는 게 일반적이다. 고추장과 간장으로 양념해 불고기로 굽는 방식도 최근 퍼지고 있다. 중동에서는 꼬챙이에 꿰어 숯불에 굽고, 인도에서는 향신료를 듬뿍 넣어 강렬한 커리로 조리한다. 그리스에서는 염소고기를 오븐에 구워 레몬과 올리브오일을 뿌리고, 염소젖은 페타 치즈로 발효시켜 고소한 맛을 낸다.

흑염소 불고기 / 연합뉴스
흑염소 불고기 / 연합뉴스

맛은 어떨까? 소고기보다 풍미가 진하다. 약간 질기면서도 쫄깃하다. 철분이 많아 빈혈 예방에 좋고 지방이 적어 담백한 편이다. 젖은 우유보다 단백질과 지방이 풍부해 걸쭉하고 고소한 느낌인데, 특유의 노린내 때문에 호불호가 갈린다. 다만 건강에 좋은 고기란 점은 분명하다. 소나 돼지 등 다른 육류와 달리 불포화지방이 풍부하다. 의사들에겐 소나 돼지보다 흑염소나 오리가 건강에 유익하다는 것이 불문율이다. 포화지방산보다 불포화지방산 조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올레산의 함량이 높다.

먹을 때 주의할 점은 특유의 노린내다. 고기를 제대로 손질하지 않으면 냄새가 강하게 남아 먹기 힘들다. 한국인들의 메인 메뉴인 흑염소탕을 만들려면 마늘, 생강, 양파 등 향신 채소로 잡내를 없애는 게 필수다. 소주, 청주, 맛술 등 술을 적당량 넣거나 된장을 활용해 잡내를 없애기도 한다. 최소 한 시간 이상 푹 삶아야 잡내가 완전히 제거되고 국물 맛이 깊어진다. 들깨가루나 통들깨를 간 물을 넣어도 잡내 제거에 좋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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