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만의 국민연금 개혁] 월급이 309만8000원이면 이만큼 더 낸다

2025-03-20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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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기금 소진 시점, 기존 예상보다 9년 늦춰져

여야가 국민연금 개혁안에 최종 합의했다. 우원식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여야가 합의한 국민연금 개혁안을 발표했다. 여야는 기존 9%인 연금 보험료율을 2026년부터 8년간 0.5%씩 13%까지 인상하기로 하고 소득대체율은 40%에서 43%로 상향하기로 했다. 사진은 20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의 모습.  / 뉴스1
여야가 국민연금 개혁안에 최종 합의했다. 우원식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여야가 합의한 국민연금 개혁안을 발표했다. 여야는 기존 9%인 연금 보험료율을 2026년부터 8년간 0.5%씩 13%까지 인상하기로 하고 소득대체율은 40%에서 43%로 상향하기로 했다. 사진은 20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의 모습. / 뉴스1

20일 여야가 18년 만의 연금개혁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핵심은 더 내고 더 받게 하겠다는 것이다.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40%에서 43%로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 개혁으로 인해 국민연금 기금 소진 시점이 기존 예상보다 9년 늦춰진다.

이번 개혁은 1988년 국민연금 제도가 도입된 이후 세 번째 개혁으로 기록된다. 국민연금은 노태우 정부 시절 처음 만들어졌을 때 보험료율 3%, 소득대체율 70%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출발했다. 초기 가입자를 끌어모아 제도를 안착시키려는 전략이었지만, 장기적으로 재정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실제로 도입 당시에는 1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만 가입 대상이었으나, 점차 범위가 넓어져 이후 전 국민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낮은 보험료율과 높은 소득대체율은 지속 가능성을 위협했고, 연금개혁이 필수 과제로 떠올랐다.

첫 번째 개혁은 1998년 김대중 정부 때 이뤄졌다. 보험료율은 1993년 6%를 거쳐 9%로 인상됐고, 소득대체율은 70%에서 60%로 낮아졌다. 수급 연령도 60세에서 2033년까지 65세로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됐다. 당시 전 국민으로 가입 대상을 넓히며 제도의 포괄성을 키웠지만, 재정 안정성은 여전히 불안했다.

두 번째 개혁은 2007년 노무현 정부 시절 진행됐다. 소득대체율을 2028년까지 40%로 점차 낮추기로 했고, 기초노령연금 도입과 함께 출산·군 복무에 대한 크레딧 제도가 생겼다. 이후 저출산·고령화로 연금 고갈 우려가 커지면서 세 번째 개혁 논의가 불가피해졌다.

세 번째 개혁은 그 과정이 더욱 험난했다. 정부가 단일안을 내놓는 데만도 시간이 걸렸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가속화하며 연금 고갈 시점이 다가오고, 개혁의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위기감이 팽배했다. 지난해 9월 정부는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2%,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골자로 한 개혁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국회 논의는 6개월간 공전했고, 치열한 줄다리기 끝에 이날 여야가 합의에 성공했다. 합의안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3%로 최종 조정되며, 기존 정부안에서 소득대체율이 1%포인트 더 높아졌다.

보험료율 인상은 내년부터 시작된다. 현행 9%에서 매년 0.5%포인트씩 올라 13%에 도달한다. 이는 1998년 이후 28년 만의 보험료율 조정이다. 예를 들어,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 A값(가입자 평균 소득의 최근 3년 평균액)이 월 309만8000원인 직장인은 월 보험료가 27만8000원에서 40만2000원으로 12만4000원 오른다. 절반은 회사 부담인 까닭에 개인이 추가로 내는 돈은 6만2000원 수준이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국민연금공단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이 직장인이 내년부터 40년간 보험료를 내면 총 1억8762만원을 내게 된다. 현행 안과 견줘 5413만원 더 많다. 은퇴 후 받는 첫 연금은 133만8000원이다. 개혁 전보다 9만원 늘어난다. 25년간 받으면 총 3억1489만8000원을 수령한다. 개혁 전보다 2170만원 많다. 즉 평생 5413만원을 더 내고 2170만원을 더 받는 구조다.

이번 개혁으로 국민연금 기금 소진 시점이 크게 변한다. 2023년 1월 5차 재정계산에 따르면, 현행 보험료율 9%, 소득대체율 40%를 유지하면 기금은 2041년 적자로 전환되고 2055년에 소진된다.

보건복지부 분석에 따르면, 보험료율을 내년부터 0.5%포인트씩 13%까지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43%로 높이면 적자 전환은 2048년, 기금 소진은 2064년으로 늦춰진다. 당초 예상보다 각각 7년, 9년 연장된 시점이다. 지난해 개혁안 발표 당시 정부는 기금 운용 수익률을 기존 4.5%에서 5.5%로 높이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 조치가 실현되면 소진 시점은 더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

기금 소진 이후 문제도 남는다. 소진 후엔 그해 걷힌 보험료로만 연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현행대로라면 2078년 보험료율이 35%까지 치솟는다. 이번 개혁안(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3%) 적용 시엔 37.5%로 더 높아진다. 이는 연금 재정 안정성을 완전히 담보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일부 전문가가 모수개혁만으론 부족하다며 자동조정장치 같은 추가 대책을 요구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번 합의는 연금 제도의 지속 가능성과 노후 소득 보장을 동시에 겨냥했다. 보험료율 인상으로 재정 부담을 줄이고, 소득대체율 상향으로 수급자의 생활 안정성을 높였다. 하지만 장기적 재정 안정과 고령화에 따른 연금 수요 증가를 고려하면 이번 개혁이 최종 해법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이번 세 번째 개혁은 연금 제도의 뿌리 깊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임에 분명하지만 앞으로도 지속적인 논의와 보완이 필요하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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