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곧바로 인상 찌푸리는데... 프랑스선 최고급 요리 대명사
2025-03-23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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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 사이에서도 호불호 극단적으로 나뉘는 식재료


개구리는 양서류에 속하는 동물이다. 전 세계적으로 약 7000종이 분포한다. 몸은 굵고 짧으며 꼬리가 없고 네 다리가 발달했다. 특히 뒷다리가 길고 튼튼해 뛰어난 도약력을 자랑한다. 올챙이 시기엔 물속에서 아가미로 숨 쉬며 꼬리를 흔들지만, 성장하면서 변태를 거쳐 아가미와 꼬리가 사라지고 육지 생활에 적응한다. 피부는 끈적하고 축축하며, 종에 따라 색깔과 무늬가 다채롭다. 한국에선 논개구리나 황소개구리 같은 종이 흔히 눈에 띈다. 이들은 주로 곤충을 먹으며 생태계에서 해충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요리에 사용되는 개구리는 대개 식용으로 사육되거나 특정 종에 한정된다. 대표적으로 황소개구리가 세계적으로 식용 개구리의 주류를 이룬다. 원산지는 북아메리카지만, 현재는 프랑스, 중국, 동남아 등지에서 널리 사육된다. 이 종은 몸집이 크고 다리 살이 많아 요리에 적합하다.
개구리 고기 맛은 생소한 이들에겐 궁금증을 자아낸다. 먹어본 사람들은 대체로 닭고기와 생선의 중간쯤이라고 표현한다. 살은 부드럽고 쫄깃하며 약간의 단맛이 감돈다. 기름기가 적어 담백하고, 특유의 비린내는 조리법에 따라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황소개구리 다리를 먹은 사람들은 닭고기처럼 익숙하면서도 어딘가 독특한 풍미가 있다고 말한다. 생선처럼 비늘이나 가시가 없어 먹기 편한 점도 특징이다. 맛 자체는 강렬하지 않아 양념이나 조리법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로 변신한다.
프랑스에서 개구리 고기는 고급 요리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특히 프랑스 남동부 드롬 지역에선 식용 개구리 사육이 활발하다. 여기서 주로 사용하는 종은 황소개구리다. 프랑스인들은 개구리 다리를 ‘퀴진 드 그르누이(Cuisine de Grenouilles)’라고 부르며 애호한다. 대표적인 요리법은 ‘그르누이 아 라 프로방살Grenouilles à la Provençale)’이다. 개구리 다리를 깨끗이 씻어 물기를 제거한 뒤 밀가루를 살짝 묻힌다. 이후 올리브 오일에 마늘과 샬롯을 볶아 향을 낸 팬에 개구리 다리를 넣고 노릇하게 익힌다. 여기에 화이트 와인과 토마토 소스를 부어 끓이고, 마지막에 파슬리를 뿌려 완성한다. 다리는 바삭하면서도 촉촉하고, 마늘과 토마토의 풍미가 고기에 스며들어 입안에서 조화를 이룬다. 프랑스인들은 이 요리를 바게트와 함께 즐기며, 와인 한 잔을 곁들이는 경우가 많다. 연간 3000톤 이상의 개구리 다리가 프랑스에서 소비되는데, 대부분 인도네시아나 터키 같은 나라에서 수입된다. 자국 내 사육만으론 수요를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환경 단체들은 개구리 남획으로 동남아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다고 경고한다.
중국에서도 개구리 고기는 미식의 한 축을 담당한다. 특히 광둥 지역은 개구리 요리로 유명하다. 여기에서도 황소개구리가 주로 사용된다. 2018년엔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요리로 꼽히기도 했다. 광둥식 대표 요리 중 하나는 ‘공바오 황소개구리(Kung Pao Bullfrog)’다. 이 요리는 개구리 고기를 손질해 뼈와 함께 큼직하게 썬다. 팬에 기름을 두르고 마른 고추, 산초, 생강, 마늘을 볶아 매콤한 향을 낸다. 여기에 개구리 고기를 넣고 센 불에서 빠르게 볶는다. 간장, 설탕, 식초로 만든 소스를 부어 고기가 윤기를 띠게 하고, 마지막에 땅콩을 추가해 씹는 맛을 더한다. 완성된 요리는 매콤달콤하면서도 고소하다. 고기는 쫄깃하고, 뼈째 씹으면 닭날개처럼 야들야들한 식감이 난다. 광둥 사람들은 이 요리를 밥과 함께 먹거나 맥주 안주로 즐긴다. 중국에선 개구리 요리가 보양식으로도 여겨져 여름철 기력 회복용으로 인기다. 9세기부터 개구리 요리가 미식으로 사랑받았다는 기록도 있다.
한국에선 개구리 고기가 외국만큼 주목받지 못한다. 징그러운 외모와 문화적 인식 탓에 식재료로 환영받지 못한다. 그래도 과거엔 일부 지역에서 개구리를 먹었다. 주로 논개구리나 황소개구리가 대상이었다. 한국의 전통적인 개구리 요리는 간단하다. 개구리를 잡아 껍질을 벗기고 깨끗이 씻은 뒤 끓는 물에 데친다. 이후 된장이나 고추장으로 양념해 국이나 찜으로 먹는다. 아니면 소금을 친 개구리 뒷다리를 숯불에 구워 먹기도 했다. 맛은 담백하고 단백질이 풍부해 농사철 체력 보충용으로 적합했다. 하지만 현대엔 이런 요리가 거의 사라졌다.
개구리는 한국 언론에서 이물질로 취급된다. 군 급식에 개구리가 이물질로 섞여 나왔다다거나 여고 급식에서 개구리가 발견돼 논란이 일었다는 식이다. 드물게 개구리 요리를 찾는 사람들은 황소개구리를 튀기거나 구워 먹는다. 기름에 튀기면 닭고기처럼 바삭하고 고소한 맛이 나지만, 이런 시도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한국에선 개구리가 생태계의 일부로, 혹은 어린이 동요 속 ‘반찬’으로 기억되는 존재일 뿐이다.
황소개구리의 다리가 프랑스 식당에서 와인과 어울리고, 중국 거리에서 매콤한 향을 뿜어내는 것은 식문화의 다양성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아무리 징그럽게 보여도 누군가에겐 군침을 흘리게 하는 대상일 수 있다는 사실. 미식의 세계는 그렇게 넓다.